자전거와 함께 & 815런

바이크런?

by 채널김


요즘 나는 달리는 거리에 조금씩 욕심을 부리고 있다.

처음 러닝을 시작했을 땐, 시계를 보며 30분 정도를 뛰는 게 전부였다. 그때의 속도로는 대략 4~ 5km 정도 일주일에 2회 정도 뛰는 게 나의 한계였다. 그런데 뛰다 보니 참 신기하게 조금씩 변화에 적응해 갔다.


숨이 덜 가빠지고, 다리도 예전보다는 가벼워진듯해서 요즘은 7~8km 정도로 일주일에 3회 러닝을 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사우나 같던 온도도 조금 내려가고 귀를 찌르던 매미 소리도 잦아드는 게 느껴지고 있다. 한 여름엔 새벽에도 더웠는데 이젠 제법 시원한 느낌마저 든다.


이젠 속도를 조금만 더 낸다면 1시간 안에 10km는 뛸 거 같다. 하지만 아직 내 심장과 다리는 기름이 바닥난 오래된 자동차마냥 금방 퍼져버린다. 역시 쉽지 않다.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발전을 하게 된 거고 조금씩이라도 점점 멀리 가게새로운 길을 만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동안은 주로 '왕복 코스'로 정해진 지점에서 다시 돌아오는 식으로 시간을 채웠었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 안에 좀 더 멀리 가보고 싶었는데 대신 돌아오는 길은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떠오른 게 자전거였다.


원래는 3km 지점에서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만 뛰었다. 그런데 이것도 며칠 뛰니 약간 지루한 느낌이 있어서 이번에는 "돌아오는 거 없이" 쭉 갔다가 돌아올 땐 따릉이를 타고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자전거는 가볍게 밟아도 달리기보다는 빠르니 수월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든 그렇듯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이제 겨우 2달 넘게 뛰었다. 꽤 오래 한 거 같은데.. 하필이면 시작을 더운 여름에 시작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란 게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5km도 벅찼는데 이제는 제법 뛸 줄 아는 사람 같기도 하다.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를 보면서 러닝에 관해 배워보고 매일매일 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어떻게 하면 아침시간을 더 유용하게 써서 달릴 수 있나 연구도 한다. 그야말로 머릿속에는 온통 뛰어보자는 생각뿐이다.


좋은 건 좋은 거지만 매일 뛰는 코스가 좀 지겨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매일매일 다른 풍경이지만 조금 더 변화를 주고 싶었다. 정해진 시간에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돌아올 때는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어쨌든 달리는 것보다 자전거가 빠르니 시간도 꽤 절약될 거고 나는 중간 지점에서 돌아오지 않고 원하는 곳까지 쭉 달려 나갈 수 있다.


생각하고 바로 다음날 실천했다. 입춘이 지나고 조금 시원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여름은 여름이다. 금방 지치는 건 아직 극복을 못했나 보다. 그래도 늘 가던 장소를 지나서 계속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니 더 신나고 즐거워졌다.


그동안 못 봤던 건물들이 보이고 낯선 길이 설레고 사람들도 새롭다. 새로운 것은 항상 사람을 설레게 한다. 그러다 보니 생각했던 거리보다 더 많이 뛰게 됐다. 오늘이 시간이 많은 주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출근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는 달리기를 멈췄다.


그리고 급하게 주변에 있는 따릉이를 찾아서 타고 뛰어온 시간보다 빠르게 갈 자신으로 자전거를 굴렸다.

아! 한 발 내딛는 순간 다리가 후덜 거린다는 느낌이 뭔지 느껴졌다. 엄청나게 많이 뛴 거 같진 않았는데 바로 자전거로 갈아타니 내 다리가 아닌 거 같았다.


순간 자전거는 버려놓고 택시를 타고 갈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겨우 이 정도에 무너지긴 싫어서 뛰는 속도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만 타게 됐다.


아무리 바퀴를 굴리고 굴려도 집은 너무 멀었다. 어쩐지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저 아저씨보다도 느린 것 같았다. 해는 점점 떠오르고 아침 먹을 시간도 없이 바로 씻고 출근해야 할 생각에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돌아온 집에서는 부랴부랴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어내기 바빴고 대충 단백질 두유 하나 먹고 출근을 했다. .. 역시 액체로 배 채우는 건 좀 아니다.





원래 운동하는 시간보다 조금 많이 했다고 그날 하루 종일 몸이 무겁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역시 난 아직도 바람만 불면 흔들리는 종이인형 같은 체력의 소유자다.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자는 타입이라 디카페인 커피만 마셨는데, 그날만큼은 하루 종일 카페인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길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씻고 누우려는데 아침에 뛰었던 시간이 영화처럼 생각이 났다. 분명히 아침엔 자전거와 씨름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잠들기 전에는 또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다음번엔 어떤 코스로 즐겨볼까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었다.


이런 거 보면 달리기는 어쩐지 술과 같기도 하다. 마실 때는 쓰고, 목을 타고 내려갈 때는 뜨겁고, 순간적으로는 힘들고 괴로운데, 시간이 지나면 또 그 맛이 다시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달릴 때는 힘들고 괴로운데 시간이 지나면 또 즐거움만 선명하게 남으니 과연 하고 싶어 지니 과연 이게 단순 취미인지 은근한 중독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로 자전거를 탔을 땐 거리를 조금 조절했다. 덕분에 이전처럼 숨 막히지 않을 만큼 여유롭고 재밌게 탈 수 있었다. 역시 처음이 힘들었지 한번 해봤다고 할만해진다. 몇 번 더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몇 번 더 달리고 타다 보면, 자전거와 달리기를 섞어서 즐기는 새로운 코스들이 머릿속에 줄줄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익숙해지면 이제는 또 다른, 더 큰 도전을 해볼 것이다. 퇴근 후 저녁 달리기인 ‘퇴근런’, 흙길과 숲을 달리는 ‘트레일런’, 비 오는 날의 낭만과 고생을 함께 느끼는 ‘우중런’, 그리고 언젠가는 풀마라톤 완주까지.


내가 보고 듣고 읽었던 모든 부러웠던 순간들을 이제는 내 발로 경험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일단 오늘도 달려야겠다.




아침에 급 뛰어본 815런.

3월1일, 8월15일 처럼 이런 역사적인 날에 뛰는걸 인증하는데, 대회도 열기도 한다.


잘 뛰는 사람들은 81.5k를 뛰기도 하는데 난 8.15k만 뛰기로 했다!! 평소보다 늦게 나왔더니 해가 떠서 더웠지만 기록 생각 안하고 천천히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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