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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들 건강식을 많이 찾는다. 신선한 채소와 든든한 단백질은 빠질 수 없는 식단이다. 먹기 싫어도 건강을 위해서는 채소를 많이 먹어야한다. 물론 채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건강하기 위해 채소를 먹으면서 배를 채울땐 가끔 화가 날 때도 있다. 뇌와 혀는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을 원하지만 내 위장은 그 모든걸 감당하기엔 많이 낡아버렸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은 있다. 생 채소를 먹다 지겨울때면 익혀 먹으면 된다. 거기에 기름기 적은 담백한 고기랑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나. 채소와 육수가 우러난 국물은 또 어떻고? 여러가지 소스를 골라서 찍어먹는 재미도 있어 물리지 않는다. 채소를 안 먹겠다고 떼쓰는 아이들도 채소를 듬뿍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은 샤브샤브가 아닐까싶다. ##
샤브샤브의 기원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몽골 초원의 유목민들에게 닿는다. 혹한의 겨울, 그들은 투구에 물을 끓여 양고기를 데쳐 먹었다고 한다. 이동이 잦은 유목민에게 ‘즉석에서 끓여 바로 먹는 음식’이 생존의 지혜였다는데 큰 근거는 없다.
샤브샤브는 1952년, 일본 오사카의 식당 ‘스에히로(スエヒロ)’에서 처음 등장한 이름이다. 이 식당에서 고기를 국물에 ‘샤브샤브’하고 살짝 흔드는 소리를 따서 붙인 이름이었다고 한다. 이름은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그 뿌리는 중국의 전통 요리 ‘솬양러우(涮羊肉, 쇄양육)’에 있다.
솬양러우는 북경식 양고기 전골로, 끓는 물에 얇은 양고기를 살짝 데쳐서 먹는 요리다. 중일전쟁 시기를 거치며 일본인들이 중국을 통해 이 요리를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일본식으로 변형되었다. 양고기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쇠고기로 바뀌었고, 여기에 채소, 버섯, 두부 등 다양한 재료가 더해졌다. 그렇게 1947년에는 ‘규니쿠노미즈타키(牛肉の水炊き, 쇠고기 백숙)’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이 요리가 점차 인기를 얻으며 ‘샤브샤브’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국에 샤브샤브가 도입된 시점은 명확하지 않지만 1950년대 일본에서부터 서서히 알려졌다. 1980년대에 처음 전문점이 등장했고, 그 당시 일본 요리로 인식되어 고급 음식점에서만 즐길 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전문점과 프랜차이즈가 생기면서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자리잡았다.
초반에 인지도가 낮았지만 점차 한국인 입맛에 맞는 육수로 변형되었다. 다시마, 표고, 마늘, 대파 등을 넣은 육수는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하다. 그리고 샤브샤브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을 칼국수와 죽이 채워준다. 또한 라이스페이퍼에 채소와 고기를 싸서 먹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월남쌈 샤브샤브’라는 이름으로도 인기를 얻었다. 샤브샤브 무한리필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가족 단위 손님이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가 되었다.
샤브샤브는 재료만 있으면 만들기 쉬운 음식이다. 사실 만든다기 보다는 모든 재료는 '함께 넣어서 끓인다'가 맞는듯하다. 육수를 만드는 게 귀찮지만 요즘 코인육수가 잘 나와서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채소와 고기만 있으면 끝. 이만큼 쉽고 든든하고 맛있는 음식은 찾기 힘들것이다.
게다가 샤브샤브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 먹는 즐거움’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재료를 하나씩 넣으며 기다리는 시간, 국물이 끓어오를 때의 소리와 냄새, 그 순간의 대화까지 모두 음식의 일부가 된다. 가성비 또한 굉장히 좋아서 샤브샤브는 모두와 함께 맛있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좋은 한끼다.
채소도 많이 먹고 고기 단백질도 충분하다. 튀기거나 볶지 않아서 자극적이지 않고, 소스 선택에 따라 칼로리를 조절할 수 있다. 바로바로 익혀 먹어야하니 자연스럽게 식사 속도도 느려진다.
이렇게 바로 끓여먹는 음식은 샤브샤브 말고도 비슷한 음식이 많다. 세계 각지에는 이와 닮은 음식이 많다.
중국의 훠궈 : 향신료와 고추기름이 듬뿍 들어간 매운 육수가 특징이다. 자극적이지만 중독적이다.
일본의 스키야키 : 간장, 설탕, 미림으로 간을 한 단짠 국물에 고기와 채소를 익혀 먹는다.
태국의 수끼 : 해산물과 각종 소스가 어우러진 매콤한 전골 형태다.
모두 뜨거운 육수에 재료를 넣어 바로 익혀 먹는다는 점에서 ‘즉석 나눔 음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나라별 향신료와 식문화 차이에 따라 국물 맛이 달라질 뿐이다.
샤브샤브는 단순히 한 나라의 음식이 아니다.
끓는 국물 속에서 재료가 만나듯, 사람도 그 자리에서 어울린다. 젓가락이 오가고, 웃음이 오간다.
한 냄비를 가운데 두고 앉아 있으면, 어느새 마음의 거리도 조금은 녹는다.
그렇게 샤브샤브는 식탁 위에서 사람 사이의 온도를 데워준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샤브샤브는 꽤나 균형잡힌 음식이 맞다. 배추, 버섯, 청경채, 숙주 등을 듬뿍 넣고 얇은 고기를 넣어서 함께 싸먹으면 완벽하다. 쫀득한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먹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만들기도 쉽고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많이 주목받는 음식이다. 단, 마지막에 먹는 칼국수와 죽을 참아낼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