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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은 왜 항상 두 개일까

초밥의 비밀

by 채널김

일본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초밥이다. 새콤 달달하게 뭉친 밥 위에 코가 찡해지는 와사비와 생선회 한 점을 얹은 요리. 간단하고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재료를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회전초밥집에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쌓여있는 접시에 놀라게 된다.


기본적으로 익히지 않은 생선회를 얹지만 소고기나 계란처럼 다양한 재료로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고 집 주변에도 초밥집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초밥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뭘까?




회 맛을 알아버린 일본인들

일본은 알다시피 섬나라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렇기에 날생선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옛날부터 생선을 즐겨 먹던 일본이었지만 생선은 금방 상해버린다. 이 생선을 오래도록 먹기 위해 고민한 그들은 생선에 '발효'를 접목한다.


깨끗이 닦은 생선에 소금을 뿌려 밥이나 다른 찐 곡식과 함께 돌로 눌러놓고 묵히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밥이 발효되면서 젖산이 나와 생선의 부패를 막아준다. 발효가 다 되면 밥은 털어내고 생선만 반찬 삼아 먹었는데, 이 음식이 초밥의 전신이라고 보는 나레즈시라고 부른다.


하지만 먹을 것도 부족한데 밥을 방부제 역할로 쓰고 버리자니 너무 아깝다. 그래서 중간에 발효를 멈추고 밥을 같이 먹는 방법이 등장한다. 생선과 밥을 같이 먹는다는 현대의 초밥 형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냉장기술이 부족하니 싱싱한 생선이 아니라 발효된 생선이 들어갔고, 약간의 쿰쿰한 향과 비린내를 잡기 위해 와사비를 넣어먹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초밥이 들어온 건 역시나 일제강점기. 회를 이용한 요리이다 보니 초밥은 꽤 비싸고 아무나 먹기 힘든 음식이었다. 게다가 고기류를 더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초밥을 대중적으로 먹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초밥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주방장이 없다 보니 식당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전문점이 생기고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백화점에서나 먹던 고급 요리였는데 초밥 뷔페나 오마카세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마트에서 나오는 초밥의 퀄리티도 가격대비 꽤 훌륭한 편이다. 요리법이 진화하면서 한국식인 '묵은지초밥'같은 것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초밥의 종류가 엄청나다

초밥은 큰 범주 안에서는 생선을 기본으로 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 수 있고 모양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


니기리(にぎり)
가장 익숙한 형태의 초밥.
밥을 한입 크기로 쥐고, 그 위에 신선한 생선이나 해산물을 얹는다. 연어, 참치, 도미, 새우…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밸런스가 생명이다.
한 알의 밥이 무너지지 않고, 생선은 밥 위에 자연스럽게 눕는다.



군함말이(軍艦巻き)
김으로 밥을 둘러 작은 ‘배(軍艦)’ 모양을 만든 초밥. 그 안에 날치알, 성게, 게살, 참마, 옥수수마요 같은 속을 담는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소리가 재밌다.




마끼(巻き)
‘마끼’는 말 그대로 ‘말다’라는 뜻.
김 위에 밥과 속재료를 올리고 돌돌 말아 한입 크기로 썬다. 캘리포니아롤, 참치마요롤, 새우롤처럼 전통과 현대가 만나 만든 퓨전식도 있다.




오시즈시(押し寿司)
오사카 지방에서 발달한 초밥으로, 나무틀에 밥과 재료를 켜켜이 쌓고 눌러 만든다. 한 조각씩 자르면 단면이 아름답게 드러난다. 모양이 단정해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치라시(ちらし寿司)
‘치라시’는 ‘흩뿌리다’라는 뜻. 넓은 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각종 재료를 예쁘게 흩뿌린다.
회, 계란지단, 오이, 새우, 날치알이 한 그릇 안에서 어울린다. 우리나라의 회덮밥과 비슷한 듯하다.



나도 만들 수 있다


이나리(いなり寿司)
달콤한 간장 양념에 졸인 유부주머니 안에 초밥을 넣은 형태. 속이 꽉 찬 유부의 부드러움이 입안을 포근하게 감싼다. 우리나라의 유부초밥이다.



그런데 왜 두 개일까

초밥집에 가면 항상 한 접시에 초밥은 두 개가 올려져 있다. 초밥을 먹기 시작한 지 오래 지났지만 한 접시에 '두 개'라는 개수는 변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1인분’ 개념
일본 초밥집에서는 예전부터 니기리 초밥 두 개를 한 사람분(一貫, 잇칸)으로 쳤다. 그래서 메뉴에 ‘연어 1인분’이라고 써 있으면 실제로는 초밥 두 개가 나오는 것이다.

맛의 균형과 예절
초밥은 한입 크기지만, 한 종류를 한 개만 먹으면 맛의 여운을 느끼기 어렵다고 여겼다. 한 개는 그대로, 다른 한 개는 간장이나 와사비 양을 달리 해서 비교하며 즐기기 위한 미묘한 미식의 예법이라고 한다.

재료와 손질의 효율성
옛날 초밥 장인들은 큰 생선을 썰 때 한 조각으로 두 개 분량이 나오게 손질했다. 즉, 한 점을 반으로 나누면 두 개의 초밥이 딱 맞게 만들어지는 구조였던 셈이다.

시각적인 균형
접시에 한 개만 올리면 허전하고, 세 개는 비대칭이라 보기 안 좋다고도 한다. 일본 미학에서는 짝수(특히 2개)가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해 두 개씩 올린다고 한다.





초밥은 단순한 것 같지만 누군가의 손끝에 따라 맛이 엄청나게 달라지는듯 하다. 문득 일본 로컬의 다양한 초밥 맛이 궁금해진다. 일본행 비행기가 얼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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