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 차, 경상도회사에서 있었던 일
그 시절 만 26세, 입사하고 1년 차에 있었던 일이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일 년간의 취준 생활을 거쳐 부픈 꿈을 안고 들어간 경상도의 한 회사. 그곳엔 유난히 결혼과 출산을 강조하시는 차장님 한분이 계셨다. 이름하야 김차장. 자녀는 둘이고 와이프 분은 공무원으로 애는 많을수록 좋다를 외치고 다니시는 분이다.
차장님께서는 걸핏하면 결혼 못한 본인의 사촌동생 얘기를 하셨다.
“요새 여자들은 눈이 너무 높아~, 내 사촌도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는데 아직까지 결혼을 못했어. 키도 크고 이쁜데 안타까워 벌써 40이 넘었어.”
라고 하시면서 결혼 못한 사촌분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셨다. 아마 눈을 좀 낮춰서라도 결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결혼 못한 사람들을 인생의 큰 실패라도 한 듯이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내 자리에 오셔서 결혼과 육아에 관한 이야기로 운을 트기 시작하셨다. 그러다 급발진으로 "00 씨도 얼른 결혼해서 애 낳아야지? 애는 많을수록 좋아"라는 요즘 세상에 직장에서 쉽게 들을 수 없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말을 하시기 시작하셨다. 그 말을 들은 나의 남자 사수분께서는 본인이 더 안절부절못하시면서 "하하,, 차장님,,"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김차장을 말리기 시작했다. 막상 나는 이런 상황과 언행에 조금은? 익숙해져서 태평스럽게 한마디 했다.
"애 많이 낳으면 빈곤하게 살 것 같아요"
"응? 에이 없으면 없는 대로 다~ 키워지게 되어있어 일단 낳으면 돼. 애 키우는데 돈 그렇게 많이 안 들어"
다들 애 키우는데 돈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들어서 앓는 소리를 내는데 차장님께서는 자녀분들을 어떻게 양육하시는 건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더는 할 말이 없어서 "아.. 음.. 네" 세 마디로 대화를 종결시켰다.
위 대화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김차장님 와이프분께서 임신하셨는데 세 쌍둥이어서 자녀가 총 5명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차장님은 이 기쁜? 소식을 팀사람들에게 전하시며 다소 부끄러운 듯이 그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둘째애가 동생 갖고 싶다고 해서.."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렇게 애는 많을수록 좋다. 얼른 결혼해서 애 낳아라 말씀하시더니 이렇게 몸소 실천하시는 모습을 보고 언행일치가 되시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또 애 낳으라는 얘기 들으면 이렇게 얘기해보고 싶다. "차장님께서 많이 낳아주셔서 저는 안 낳아도 될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말하기 다소 어려울 것 같아 상상 속에서만 말해본다.
저출산 시대에 초 애국자가 되신 김차장님을 응원하며 한 줄기 문장을 남기며 마무리 짓겠다.
"차장님, 이제는 돈 좀 드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