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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Nov 30. 2024

경상도 회사에서 부장님과 한강 소설 이야기하기

작별하지 않는다, 광주사태

조용한 오전의 사무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셨다는 부장님께 넌지시 책 어땠는지 여쭤보았다.


평소 스몰토크를 즐기시는 부장님께서는 신나서 말씀하시기 시작하셨다. 우리나라는 애환이 많다는 이야기, 인민군이 먼저 선량한 주민들을 잔인하게 죽였다는 이야기. 그 당시 정권의 대통령도 황당했을 거란 이야기. 처음 광주로 군대가 들어갔을 때 시민군들이 생각보다 강해서 철수하고 베트남을 상대했던 특수부대들을 보내 광주 시민들을 잔인하게 죽였다는 이야기. 양쪽 다 사연이 있다는 이야기.  



나는 생각보다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곳이 경상도에 위치한 회사임을 생각해 입을 다물며 부장님의 말씀이 끝나시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옆팀에 한 차장님께서 극 보수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x재앙 거리시면서 빨갱이 블라블라 거리시는 것을 사무실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성전용 주차장 등 온갖 여성 관련 제도들을 싸잡아서 욕하시는 것을 들으며 사무실에서 적나라하게 정치색을 드러내시는 차장님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오후가 되어 부장님과 잠깐 티탐임을 가지며 책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나는 얘기했다. 결국 우리 모두 자기에게 유리한 쪽의 정당을 선택하지 않느냐, 고로 공산주의든 민주주의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택하는 거지 절대적으로 선악의 잣대로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지금 한강 작가의 책을 욕하는 보수출신 작가들은 그쪽 이야기로 책을 잘 써내서 상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 왜 이미 준 한강 작가의 노벨상을 뺏으려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부장님과 이야기를 한 후 결론은 사람들은 아픈 사람들, 사연 있는 사람들, 당하고 산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다는 거였다. 고로 있는 쪽에서의 이야기는 팔리지가 않아 실제로 보수여도 책은 반대쪽으로 쓰는 작가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적으로 영광스러운 노벨상을 우리나라의 작가가 수상을 해도 한마음으로 뭉쳐 기뻐하지 않고 이렇게 또 갈라지는 것을 보며 미국 주식을 살 것이라 말했다. 그런 나를 보며 부장님께서는 요새 젊은이들은 사명감이 없다고 우리 때는 더 어려운 시대여도 한 마음으로 뭉쳐 다 같이 잘 살기 위해 노력했는데 요새는 자기 앞가림에 급급하여 잘못된 것을 다 같이 고쳐가려는 생각을 안 하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맞는 것 같다고 우리 세대는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경쟁하며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교육을 은근하게 받아온 세대라고 말씀드렸다.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보다 내 먹거리 찾기에 급급하여 안될 패는 재빨리 버리려고 한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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