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식에 넣은 금액이 너가 모은 돈과 똑같은 데도요..?
남자친구와 만난 지 1년이 살짝 지났다. 둘 다 세상이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를 지나고 있어서 만약 결혼하면 이거는 어쩔 거야~ 저거는 어쩔 거야~하고 서로를 떠보고는 한다.
남자친구가 갑자기 우리 둘의 연봉을 합치면 얼마가 되겠다고 운을 트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내 주식 수익률이 이 정도 되니까 이 금액도 더하자고 했다. 그러자 남자친구가 "주식에 넣은 돈과 수익은 너 놀고먹는 데에 써~"라고 말했다. 남이 들으면 여자친구를 배려하고 마음이 넓은 남자라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렇게 말하는 이유는 본인의 개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우리는 나중에 결혼하면 서로 한 달에 일정 금액씩 용돈을 받기로 했다. 남자친구는 나보다 씀씀이가 더 크기 때문에 나와의 용돈 협상에 대해서 본인이 기대한 금액보다 적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용돈을 받으면 주식으로 굴려서 더 큰 개인자본을 확보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주식에 넣은 금액은 나의 총자본의 1/2이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총자본은 내가 주식에 넣은 돈과 일치한다. 즉 그동안 모은 나의 돈이 남자친구의 두 배 정도 된다는 소리다. 본인이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과 같은 액수인 그 큰돈을 나보고 그냥 놀고먹는 데에 쓰라고 한 것이다. 본인의 개인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눈이 멀어서.
남자친구가 이렇게 개인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 눈이 멀어 사리분멸을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술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양주, 위스키 등 고급술을 모으는 데에 취미가 있어서 해외에 나갈 때마다 면세점에 들러서 술을 사 온다. 또한 친구들과 고급술을 하나씩 까먹는 게 삶의 낙 중 하나다. 따라서 돈이 많이 필요하다.
둘째, 가족들을 본인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애초 본인은 이미 한 가정의 가장이라 말한 적이 있다. 자기가 책임지고 어머니와 동생을 케어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너는 이미 가정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는 어렵겠다 하니 본인은 연봉이 높으니 충분히 새로운 가정도 꾸릴 수 있다고 주장?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그동안 모은 돈의 1/5 정도 되는 금액을 동생이 결혼할 때 지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어머니에게 200만 원 정도 되는 가구를 선물해 드리는 등 종종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기 때문에 본인이 그동안 모은 총금액과 같은 액수일지라도 나 혼자 알아서 주식을 하며 놀고먹는 데에 쓰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폭발했다. 아무리 너가 개인 자금을 확보하고 싶을지라도 지금 우리의 돈을 합한 금액의 1/3이나 되는 주식 투자금과 그에 따른 수익을 나 혼자 놀고먹는 데에 쓰라고 말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아직 서로 주식에 대해서 누가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말한 것이라고 변명하였다. 논하지 않았을지언정 이성적인 사고를 한 다면 저 큰 금액을 나 혼자 놀고먹는 데에 쓰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남자친구가 본인의 사욕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막상 내가 저 돈을 진짜로 내 마음대로 쓸 경우 남자친구가 결코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살아가다 보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여 말도 안 되는 언행을 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잦아질수록 상대방에게 신뢰를 잃어버리고 낮아진 신뢰로는 더 큰 일을 도모하지 못하게 된다.
한 치 앞만 보고 눈이 멀어 이치에 맞지 않는 언행은 하지 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