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자 아이는 본인의 머리를 때리기 시작한다. 수학 문제를 너무 많이 틀렸기 때문이다. 아이는 화를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화가 나면 오로지 궁지에 몰려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머리를 몇 대 때린, 또는 맞은 후에는 응어리가 조금 풀린다. 그럼 틀린 문제들을 고칠 수 있다. 누구에게 미안한 건지 아이는 알지 못하지만 가끔 문제가 흐릿-하게 번지기도 한다.
아이는 자라서 교사가 된다. 화나는 일은 더 많아졌지만 멈추어야 함을 안다. 방법을 바꿀 때임을 안다. 습관을 떼기 위해 알고 있는 가장 뻔한 방법을 시도해 본다. 양손을 대각선으로 어깨에 올려 자기 포옹 자세를 취하고, “괜찮아, 괜찮아. “ 기대보다도 큰 도움이 되는 것에 놀라워하지만 자랑할 곳은 딱히 없다.
그래도 가끔은 충동이 심하다. 그럴 땐 학생들이 선 줄이 삐뚤지만 못 본 체하고 서둘러 하교시킨다. 빈 교실 벽에 머리를 콩 하고 기댄다. 어차피 겁이 많아서 세게 박지도 못한다. 눈을 감고 숨만 쉰다.
학생들에게 화를 지혜롭게 표현하고 푸는 방법을 가르치는 날에는 막막하기 짝이 없다. 아이는 스스로 이것을 배우기 위해 선생이 되었나 보다.
“화가 났을 때 이렇게 하면 마음이 나아져요, 하고 추천해 줄 방법이 있나요?”
“내가 믿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거요.”
“이불을 덮어쓰고 소리 질러요.”
“쿠션이나 샌드백을 치는 방법도 있어요. “
지혜롭다. 화를 잘 푸는 방법을 알려줄 어른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늦은 대로 어린이들의 말을 듣고 깨친다. 모는 며칠씩 방문을 닫고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다. 부는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나가 새벽에 술에 취해 들어왔다.
“선생님도 참고해 볼게요.”
화가 나면 우스운 춤을 춰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귀가한다.
반에 머리를 때리는 학생이 있다. 선생이 된 아이는 뭘 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아이는 그 때, 누가 나를 좀 멈춰 주었으면 했다. 팔을 부여잡고 그깟 수학 문제쯤 뭣도 아니라고, 때리지 말라고. 네가 더 중요하다고 헷갈리지 않도록 단호하고도 단호하게 말해주었으면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해보기로 한다.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헷갈리려나, 생각한다. 오히려 좋다고, 어깨를 으쓱이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