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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Apr 01. 2024

99%의 걱정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 속 걱정을 해결 하는 방법은 무조건 실행해보는 것 뿐이다

 20년도에 있었던 일이다. 무작정 Fitness 대회를 나가겠다고 선언한 뒤 300일 동안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던 시기. 처음 하는 도전이었다. 근육에 대한 이해와 무게를 어떻게 들어 올리는지에 대한 지식조차도 없던 내가,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우선 대회에 나가는 날까지 지도하기로 한 코치가 지난해 강원도 대회에 나가 1등을 했다는 그것과 1:1 식단까지 지도해 준다는 말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현관문 앞에 진열된 수많은 트로피와 벽에 걸려 있는 대회 사진에서 무한한 신뢰가 생겼다.


 나 역시 이전에도 많은 운동을 했었으니까,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자신을 격려했다. 체력만큼은 같은 나이대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말을 들은 적도 종종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첫 수업을 했을 때의 감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곳이다 보니 몸 좋은(?) 회원이 많았다. 더군다나 내가 운동을 하기로 한 시간은 저녁 8시. 회사원이 퇴근하고 들르는 시간이다. 처음부터 무리한 동작이나 무게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말에 ‘괜찮습니다. 이왕이면 빡시게 가시죠!’를 자신 있게 말했던 나였다. 사실 주변에서 은근슬쩍 곁눈질로 쳐다보는 다른 남자 회원들이 신경 쓰여서 했던 말이었다.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는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운동 초보자는 우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측정한다. 어느 곳에 가도 대부분 비슷하다. 이름하여 3대 무게 측정이다. 웬만한 운동을 한 사람들은 안다. 3대 500이라는 숫자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나는 유튜브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기나 했지, 지금까지 실제 내가 해볼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들겠지 했다.


“자, 회원님. 먼저 설명해 드렸듯이 운동일지를 기록하기 전에 현재 수준을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운동 전후의 몸무게와 성공한 중량, 횟수를 아셔야 합니다. 그 과정의 첫 수업이 지금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우선 벤치 프레스부터 시작해 볼까요?. 지금 놓여 있는 빈 bar의 무게가 약 20kg이니까 양쪽에 원판 10kg씩, 총 40kg부터 시작할게요. 누워 보세요.”

“네.”

‘자세와 호흡법은 이미 배웠으니까, 겨우 40kg인데 이걸 못 들겠어?. 흠!’

“네 잘하셨어요.! 다음은 조금 올려 70kg입니다. 보통 성인 남성이 자신의 몸무게만큼은 들어 올리거든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들어 올리시면 됩니다.”

“......;. 코치님 안 들리는데요?”

“아, 그러면 여기까지만 하시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이런 걸까. 바로 전에까지 ‘빡시게’를 말했던 내가 죽이고 싶었다. 누가 양옆에서 바닥 쪽으로 당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헬린이’. 우물 안의 헬린이였던 것이다.     


 어찌하여 첫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파에 누웠다. 벤치 프레스에 이어 스쾃, 데드리프트라는 종목까지 이어서 하고 관절의 가동성(어깨, 허벅지 뒤 근육, 골반 등)을 확인한다는 이유로 몸을 이리저리 틀었더니 두 다리와 양팔에 나를 괴롭혔던 원판이 하나씩 달린 기분이다.

‘아, 운동일지!. 아, 도시락 준비해야지…….;’


소파에서 굴러 떨어지다시피 했다. 두 발을 딛고 주방까지 걸어가는데 다리가 흔들렸다. ‘앞으로 299일을 버텨 낼 수 있을까. 아까 코치 얼굴을 보니까 심각해 보이던데, 포기하는 건 아니겠지?. 괜히 대회 나간다고 까불었나. 일주일 이내 요청하면 결제 취소해 준댔는데 지금이라도 전화할까?.’겨우 하루, 중력의 무서움을 느끼는 데는 충분했다. 내가 얼마나 자만심에 빠져있었는지를.      


 3일 뒤, 약속한 두 번째 수업 시간. 시작 전 코치님께 진지하게 물어봤다.


“코치님, 제가 서른 중반인데, 창피한 말인지만 가능은 한 걸까요?. 그냥 목표를 조금 내려서 다른 회원분처럼 Body-Profile 사진이나 찍으면 어떨까요?. 지금 몸무게가 70kg인데 먼저 말씀하신 대로라면 앞으로 6개월 동안 최소 20kg은 찌우고 다시 20kg을 빼야 하는데 그게 가능은 한 걸까요?”


“사실 힘들긴 해요. 워낙에 말랐던 몸이라 바로 다이어트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서 몸무게를 찌우는 게 중요합니다. 다이어트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 가면 운동강도를 지금껏 경험하셨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게 해 드릴 거니까요. 그것보다 앞으로 찌우는 게 더 힘들 겁니다. 워낙 소식 쟁이셨잖아요.”

“아, 그렇죠.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하하하”


“네. 이제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시고 무조건 완주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지금껏 맡은 회원 분 중에서 포기하신 분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거고요.”

“진짜요?”

“그럼요. 다음 달부터는 따로 운동하실 때 나이가 비슷한 회원분이랑 운동하시도록 소개해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분 운동 경력이 더 많으셔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빨리 늘 수 있을 겁니다. 잘하는 사람이랑 같이하면 분명 늡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걱정할 게 뭐 있어. 그냥 하면 되지.’


그날의 다짐 덕분이었을까, 한 달, 두 달이 되어가면서 몸은 점차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만큼 들어 올리는 무게도 늘었다. 한때 입었던 옷은 이제 어깨가 안 맞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티셔츠 크기가 95였다. 180센티가 넘는 키에 몸무게는 70kg. 말 그대로 ‘어좁이(어깨가 좁은 사람)’이었던 내가 다이어트 직전까지 꾸준하게 벌크업을 유지하자 마지막 몸무게는 95kg까지 나갔다. 말 그대로 인간승리였다. 주변 반응이 웃겼다. 날이 갈수록 사람 덩치가 계속 커지더니 팔이 무슨 자기 얼굴만 하다고 농담할 정도였으니까.


 약속한 6개월이 지나고, 다이어트 돌입하기 하루 전. 코치가 의미심장한 말을 해줬다.

“지금까지는 멸치 탈출이었고, 앞으로 남은 3개월은 몸짱이 되어 보는 겁니다. 하실 수 있겠죠?. 배고픔과 싸움이 시작될 거예요. 하지만 죽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힘들 때 항상 말씀하세요. 수업 시간이 아니더라도 운동 보조해 드릴 테니까요”


 없던 승리욕까지 생겼다. 말 그대로 ‘태어나 처음으로 하는 다이어트’인 만큼 죽기 직전까지 빼보고 싶었다. 티브이 속 유명 ‘몸짱’처럼 나도 멋지게 다시 태어나보고 싶었다.


 대회까지는 D-99일. 다이어트 종료 일자도 같았다. 나는 당연히 남들보다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도 낮았고 호흡이며, 자세도 엉망인 헬린이였다. 하지만 쉬지 않았다. 주말에는 아침잠에서 깨자마자 센터로 갔고, 운동 후에는 준비한 도시락으로 식단을 했다. 어느 날은 하루 세 번이나 왔다며 휴식도 좀 하라는 코치의 당부가 있을 정도였다. 나는 분명 변해있었다. 몸이 아니라, ‘그냥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 그리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기.


 대회 성적은 열세 명이 참가한 종목에서 7등을 했다. 코로나 –19 덕분에 많은 선수가 나오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는 코치의 후일담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마음속 불안, 걱정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걱정이 많았다. 좋게 말하면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직장 일이든, 뭐든.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며 전전긍긍했던 내가 바보 같았다는 후회와 앞으로는 걱정보다 방법을 찾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안 빠지면 더 운동하면 된다. 그게 다이어트의 핵심이고, 안 풀리는 일은 해결될 때까지 매달리면 된다. 그게 진실이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은 오늘 일을 눈 똑바로 뜨고 해결하는 마음이 제일이다.


-20년도 인 바디 기록. 6.18일부터 10.09 까지 23kg을 뺐다. 마지막 일정에 가서는  휴가를 내어 하루 5시간 씩 산책을 했다. 뭐든 끈기로 밀어부치면 된다. 단,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 그리고 내 삶에 어떤 긍정적 연결고리가 있는지 알아차리는것이 우선이다.

뜬금없이 내가 연예인(외모가 안되지만) 한다고 하면 말이 안되는 것 처럼. 지금껏 걸어온 내 인생과 앞으로의 미래의 연결고리를 잘 이어가는 역활을 찾고 유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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