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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기 Apr 15. 2024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고?

나만의 다이어트 필살비법

다이어트를 몇 번씩이나 반복하다 보니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금방 빼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살이 붙어 있는 것 같았는데요 며칠 안 봤다고 사람이 달라져 보여서 하는 말이에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건네는 대답은 매번 똑같다. ‘퇴근 후 회식 자리를 좀 피하죠. 저도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한두 번 참석하다 보면 그것 잡을 수 없이 계속 쫓게 되더라고요. 회식하더라도 그다음 날에는 해장한다는 핑계로 아무거나 먹지 않고 샐러드 가게에서 파는 도시락을 먹습니다. 예전과는 달라진 거죠.’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갖은 쌈에 회 몇 점 올려 새콤한 초고추장 물들인 마늘과 고추 한 점. 콧속을 뻥 뚫리게 만드는 냉채족발에 막걸리.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침이 고이는 음식이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메뉴다. 종종 혼자 배달음식으로 시켜 먹을 때도 있을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런 내가, 이렇게 살 빠지는 것과는 상극으로 보이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는 이유, 이제는 절제한다는 거다. 예전 같으면 그 자리에 앉아 배가 불러도 입에 들어가기만 하면 꾸역꾸역 넣었던 나였다. 그런 내가 보디빌딩을 하면서 바뀐 게 하나 있다면 음식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퇴근 후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면 집 앞 헬스장을 찾아 운동하는 시간 역시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는 나만의 루틴인 셈이었고.


 ‘우……. 그런 풀 쪼가리가 무슨 해장이 되고, 맛이 있다고 먹는지 모르겠어.’ 키 183, 90kg이 넘는 몸무게를 가진 내가 풀 반찬 도시락을 먹는다고 하니 주변에서 하는 말이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샐러드 속에 먹고 싶은 새우나 고기류를 넣고 달곰한 소스를 잔뜩 뿌려 먹으면……. 사람들은 그 맛을 맛보지 않아서 하는 소리다. 전날 잔뜩 먹은 술을 해장한다고 국밥이나 짬뽕 한 그릇이 좋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얼마 안 되어 소화 불량으로 소화제를 먹었던 날이 어디, 한두 번이었는가. 나는 나만의 궁합이 맞는 음식을 찾아낸 셈이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샐러드를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지나가다 1층 샐러드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기에만 예쁘게 보이는 음식’이라고 단정 지었던 나였다. 가격은 또 어떻고. 한때 유튜브에서 국밥 한 그릇 가격과 샐러드 도시락의 가격, 맛, 가성비를 비교한 영상이 인기였던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선택은 국밥이었다. 나에게도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역시 같은 선택지를 골랐을 거고. 하지만 거의 종일 책상에 앉아 일하는 나에게는 그다지 궁합이 맞는 음식은 아니었나 보다. 정기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과 혈관 내 지방지수가 높다는 결과를 받은 걸 보면.


 처음에는 대수롭지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부모님 생각에 흠칫했다. 아버지는 고혈압, 어머니는 당뇨를 앓고 있어 주기적으로 약을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요즘 의학 기술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한들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두 질병이다. 특히 부모님 두 분 모두, 음식 조절을 잘못하면 다시 제발 할 수도 있는 경우였고. 재검이 필요하다는 검사지 안내와 고지혈증 약을 처방받았다. 약국에 들러 약을 구매하는데 마침 벽면 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아……. 어느새 이렇게 살이 쪘지?’. 마침 더운 여름이라 얇은 반소매 티를 입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유난히 더 그래 보였다. ‘나름 관리한다고 했는데…….’


“꾸준하게 약을 먹는 것도 중요한데, 음식 조절 잘하셔야 합니다.”

“아,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약 복용과 생활습관까지 친절한 안내에 감사 인사를 하고 약국을 나왔다. ‘음…….’, 마침 어렸을 때 기억이 났다.

 소화를 잘못시켜 잘 체했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엄마가 등장했다. 엄지손가락에 실을 몇 번 감아 놓고 등부터 팔까지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바늘로 손끝을 땄다.

“앗, 따가워.”

“그러길래 적당히 먹어야지. 꼭 너 좋아하는 반찬 나오기만 하면 허겁지겁 먹으니 그런 거 아냐”

 한 참 전 기억인데도 마치 엄마가 옆에서 잔소리하는 기분. 약 봉투를 들고 있는 걸 보면 또 잔소리하실 게 뻔했다.     


 목표를 세웠다. 약을 먹는 한 달은 되도록 술과 기름진 음식을 피하라는 말도 있었으니 마트에 들러 장을 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다이어트도 다시 해야 하는 때이기도 했다. 누가 강제로 ‘살 좀 빼!’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헬스라는 운동을 하면서 느낀 건 ‘무거운 중량을 밀어낼수록 입맛이 돌아 폭식을 한다는 것과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금방 후덕하게 살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특히 겨우 몇 년 헬스에 입문한 ‘헬린이’ 였던 나였으니, 말 그대로 요요현상의 표본이었을 거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살이 쪘느니, 금방 뺐느니’ 했던 거고.


 양배추와 로메인, 적상추, 양상추, 치커리, 오이, 셀러리, 고구마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것도 처음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코치가 알려준 식단이다. 준비하느라 조금 귀찮긴 해도 나름 내가 직접 구매하고 다듬고 잘게 나눠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는 것을 하다 보면, 이 또한 재미다. 그때 그 코치도 이 과정이 모두 ‘훈련의 한 부분’이라고도 했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운동 후 식단까지가 운동이다.’라는 말. 스마트폰을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다. ‘이걸 또 먹어야 하나?’ 하면서도 과거에 주문한 이력이 있는 닭가슴살과 단백질 음료 몇 병을 주문했다.


 내가 계획한 식단과 운동은 이랬다. 무조건 매번 식사 시간마다 닭가슴살과 고구마, 채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아침과 저녁은 간단하게 일반식을 먹되, 점심은 되도록 미리 준비해 둔 도시락을 먹는 것. 그리고 퇴근 후에는 당분간 회식 자리보다 집 근처 산책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강제로 ‘목표’를 이루려고 아등바등하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 쉽다. 평상시와 비슷하게 지내면서 아주 작게 일상을 옆으로 트는 것이다. 나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물론 비싼 돈 내고 샀는데도 가방에 잠자고 있던 헬스장 회원권을 꺼내 는 것도 포함이고. 피곤하다고, 회식을 핑계로, 시간이 없다고 하루 이틀 넘긴 날이 이빨 빠지듯 생기더니 한 주는 통으로 일주일이 날아간 적도 있었으니까.     


 중간중간 가장 고비가 되었던 것이 회식이었다. 아무래도 직장인의 삶이다 보니, 빠질 수 없는 자리도 있다. 그런 날은 최대한 정신을 바짝 차렸다. 주변에도 건강검진 때문에 술을 조절해야 한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다음 날에는 으레 찾던 회사 앞 얼큰한 해장국 대신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장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채소에 들어있는 비타민과 무기길, 각종 영양 성분이 알코올 해독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속이 편했다. 저녁에도 운동하러 갈 수 있을 만큼 몸도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다시 피검사를 했다. 결과는 정상. 고지혈증 약도 끊었다. 그래도 식단은 습관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배고프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기’ ‘좋아하는 음식 있다고 과식하지 않기’. 이 두 가지는 스스로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 삶이 크게 바뀌었다. 인터넷을 뒤져 샐러드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 맛있게 먹는 요리법을 만들기도 하고, 보기에만 좋아 보인다고 여겼던 그릇도 구매해 ‘Plating(요리가 끝난 음식을 담은 그릇, 접시를 재료를 활용해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라는 것도 따라 해 봤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했다. 덕분에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다이어트. 누구에게는 생각만 해도 어렵고,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말이다. 그러나 방법은 다 있다. 자신만의 궁합이 딱 맞는 음식, 운동의 재미를 찾지 못했을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미용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건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음식 조절은 필요하다고 본다. 사무실 근처에 샐러드 가게가 새로 개점했던데, 내일 점심은 내가 낸다며맛집 투어를 핑계로 후배 좀 꼬셔봐야겠다. ‘남자끼리 가도 모양이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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