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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Jun 07. 2024

실력은 좋은 습관을 반복한 결과다

대한민국 평범한 40대 직장인. 그 외에 나를 대신할 이름 같은 건 없었다. 스무 살 이후부터 여러 곳에 취직하고 퇴사하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의 직장에서 10년을 넘게 일했다. 그런데도 모아놓은 돈은 얼마 없다. 지금 사는 도시 외곽의 작은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그것도 90 프로는 은행의 소유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내지 않으면 당장 빼앗을 것만 같다. 10년이 넘은 소형차 한 대도 재산이라면 맞다. 물론 이것 또한 절반은 은행의 소유.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발악. 딱 이 표현이 맞다.

 많은 돈을 버는 일은 아니다. 강원도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200명 정도가 일하는 곳, 이곳에서 나의 역할은 동료들의 급여 및 각종 인사 업무 총괄. 그 외에 크고 작은 행사에 관하여 계획하는 일이다.

박봉이다. 그러니 만약 내가 오늘 출근하지 않으면 당장 급여가 끊길지 모른다. 지금의 내가 한 달을 일하고 다음 달의 내가 돈을 받아 사는 한 달 살이.


 친한 친구 몇몇은 서울에 자가를 마련했다느니, 큰 공장을 인수해 커피 원두를 납품하는 사업을 한다느니, 대기업에 취업해 하루가 멀다고 외국으로 출장을 다닌다고 했다. 종종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는 SNS의 인증 사진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나는 언제 부자가 될 수 있으려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가 시발점이 됐다.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널뛰기하듯 갑자기 튀어 올랐다. ‘청약’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됐다.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몇 년 동안 내기만 했던 청약통장을 썼다.

“축하합니다. 000 지역의 0000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셨습니다.”


‘응? 이게 됐다고?.’ 부동산의 ‘부’ 자도 모르는 내가 부동산의 주인이 됐단다. 실감이 안 났다. 나도 남들처럼 퇴근 후에는 거실에 앉아 창밖의 야경을 구경하며 맥주를 마실 수 있나 했다.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께서는 벌써 성화다. ‘얼른 대출을 알아봐라.’ ‘부동산은 알아봤느냐’ ‘중도금은 얼마냐’ ‘요즘 금리 낮으니까 최대한 많이 받아라’ 등등.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말뿐. 그나마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하나, ‘대출’이었다.


시공사에서 알려주는 데로 알아봤다. 태어나 처음으로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았다. 정해진 입주 일까지 낸다는 증서와 함께 통장에 찍힌 마이너스 3억. 실제 눈으로 본 것도, 만져본 것도 아닌 숫자가 내 통장에 나타났다. 마이너스라는 부호를 붙여서.


 낯설고 떨리는 시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른이 되는 첫 관문이었다. 성인이 되어 첫 월급을 받을 때부터 매달 2만 원씩 고정적으로 내던 통장이 수년이 지나자 몇천만 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적은 액수였지만 꾸준히 모은 습관 덕분에 나는 아파트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뒤로 5년이 지났다. 그사이 나는 그때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다. 처음 대출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 300만 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합해 매달 수십만 원씩 내야 한다는 사실에 겁이 났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파트는 지역의 대장 아파트가 됐다. 처음 분양 가격보다 배가 올랐다. 가끔 운전하다 근처를 지나다 보면 옆구리가 쑤신다.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글을 더 많이, 자주 썼다. 세상이 사람들과 얼굴 보고 대화할 기회를 허락지 않으니 혼자만의 탈출구를 찾은 셈이었다. 내가 이렇게 말 많은 사람인 줄은 몰랐다. 쓰면서 깨달았다. 다만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노트북의 자판을 두들기며 조용히 떠드는 말이다.


 나처럼 많은 사람이 일반인임에도 글을 쓰고 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제는 힘들수록 타인의 어깨에 기대기보다 혼자 이겨내는 연습을 하는 셈이었다. 증명하듯 개인의 수필이 많이 출판됐다.


때를 맞추어 인터넷에서도 출간 관련 사이트가 생겨났다. 기존의 유명 오프라인 서점도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혔다. 신기 한 건 전문 작가가 아닌데도 개인의 이야기로 책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아가 낯선 사람의 글을 읽고 기운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을 땐 더 신기했다. ‘내 이야기가 돈을 버는 것을 떠나 누군가에게는 한 편의 어깨가 되어 줄 수도 있고, 편안한 의자가 되어 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 검색 웹 사이트에서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됐다. 개인이 쓸 수도 있지만, 전문 작가도 활약한다는 곳이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안내된 대로 몇 편의 글을 쓰고 가끔 생각을 정리하던 SNS의 주소 링크를 첨부했다. 결과는 탈락. 오기가 생겼다. 이번에는 더 길게 다시 써서 제출했다. 결과는 또 탈락. 두 번째 맛보는 씁쓸함이었다.


 분했다. 나름 몇 년 동안 써왔다고 자부했는데 연속되는 탈락에 모든 게 부질없어 보였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어떤 점이 나에게 유익한지 모르는데 굳이 읽어야 하나 했다. 결국, 읽기도, 쓰기도 손에서 놨다.


 일주일 좀 지났을까, 삶이 무료했다. 스마트폰 속 재미있는 영상을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조금만 보고 있다 보면 눈이 아팠다. 그동안 미루던 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웃고 떠드는 순간이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했다. 다음날 느껴지는 숙취는 종일 나를 괴롭혔다.


 소파에 며칠째 뒹굴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목차를 보니 처음엔 몇 줄 읽으면서 나름 정리했었던 흔적이 보였다. 습관이다. 읽다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면 밑줄 긋고 ‘아, 나도 그랬습니다.’라며 빈 곳에 몇 줄 써놓는 습관.

 쓰기에도 공부가 필요했다. 기술자에게 남들에게 말하지 않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듯, 이곳에서도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걸 깨달았다.     


 되돌아보니 과거 내가 했었던 작은 습관들이 생각났다. 나는 한 가지에 빠지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도 몸이나 생각이 저절로 움직였다. 돈을 모으는 것도 습관이었고, 중학교 시절 용돈을 받으면 읽고 싶었던 만화책을 사다가 책꽂이에 진열하던 습관,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술에 푹 빠져 있다가 중독을 겪었던 습관, 그걸 해결하려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곳이 독서였다.


이제는 손을 책에서 떼지 못하는 습관, 순간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으면 꼭 써놔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까지. 생각해 보면 습관이 곧 열쇠였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습관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고, 앞으로도 더 좋은 습관만이 내일의 나은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느껴졌다.


쉬지 않고 썼다. 인터넷을 뒤져 ‘글 쓰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그중 매일 300자 쓰기 연습, 500자 쓰기 연습이 눈에 띄었다. 일정 시간의 타이머를 맞추어 두고 쓰라는 방법도 일리 있었다. 시간 내 써야 하므로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평소 꼼꼼하지 못한 내 성격을 고치기에도 좋은 비결로 보였다.


 24년 2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몇 날을 메일함에 들낙 걸렸는지 모른다. 2~3일 후에야 는 승인 혹은 탈락의 답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부터 계속 들어가 메일을 확인했다. 빈 메일함을 보면 괜히 땅까지 한숨이 내려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메일이 도착했다.‘축하합니다. 달리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축하’ 두 글자에 이미 가슴이 두근댔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남들은 ‘뭐 대수라고’라고 여길 수도 있다. 나는 그 대수롭지 않은 일을 이루기 위해 4년을 도전했다.


 모든 일일에는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계속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중간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흐릿하게만 보이던 나의 꿈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다. 기대된다. 희미하게 보이던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말이 있다. 무릇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 하나가 ‘별 것 아닌 일’ 일로 단정 짓고 흘려보내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자격증 시험 날짜는 정해져 있는데 ‘내일부터 하지 뭐’ 하고는 스마트폰을 들고 SNS의 세상에 빠져 있는 다던가, ‘이 정도 돈으로 뭘 하겠다고’라며 몇 년을 부은 적금을 깨 소비를 한다든가 하는 습관. 중간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부터 이미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력이 좋은 사람은 이런 나쁜 습관 대신 ‘좋은 습관’이 쌓인 자다. 성공할 수 있는 비법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유명 대 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습관’을 많이 쌓아 자신만의 세상에 발을 딛는 것. 그리고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것. 이 또한 습관의 반복인 셈이다. 습관 없이는 실력이 있을 수 없다. 습관은 곧 나만의 숨겨둔 기술이 된다. 작가의 기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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