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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달리 Jun 13. 2024

축적의 힘

『좋은 생각』 잡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매번 되는 일 하나도 없다’라고 불평불만을 할 때 『좋은 생각』을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좋은 생각이 났다. ‘남들도 그렇게 사는데 내 일이 뭐 대수라고.’ 말도 할 줄 알게 됐다. 힘든 일이 생기면 툭툭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사연 중 하나가 생각난다. 2015년도에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였다. 가난한 촌살림에서 칠 남매로 자란 저자는 어느 날 밤 받아서는 안 되는 전화를 받았다.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막내 여동생이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 소식이었다.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아픔을 완전히 씻어내기도 전 같은 해 11월 또다시 받으면 안 되는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남동생이 당신의 누이를 그리워하며 같은 결정을 해버렸다는 것.


슬픔은 그대로 둔 채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자신의 어머니께 사실을 전해야 했다. 죽음 자체를 속일 수는 없으니 사고를 당했다고 말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했는데 당시에는 아예 이 다리가 끊어졌으면, 그래서 엄마를 보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바람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멀리 자신의 어머니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그걸 본 어머니의 마음은 또 오죽했을까.


 두 사람을 잃은 어머니는 힘들어했지만 자신 앞에서는 눈물을 보인 적 없다고 했다. 먼저 간 자식도 자식이지만 지금 있는 자식도 자식이라는 생각에 더 힘을 내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저자는 무엇이든 해야 했고, 그 끝이 자신을 위로하는 글쓰기가 되었다는 말과 함께 지금도 밭에 땅콩 씨를 넣으러 갈 것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친 사연. 이 글의 제목은 ‘괜찮다 나는’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는 업무 중 실수할 때, 계획한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괜찮다 나는.’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아 답답한 날에도, 초고 원고 작성을 끝마친 뒤 맞춤법 검사기를 돌려가며 어색한 문장을 찾을 때도 항상 ‘괜찮다.’'그럴 수도 있다'를 되뇌었다.


 좋은 생각 덕분에 글쓰기를 수년째 이어 왔다. 그런데도 자신 있게 ‘글을 쓸 줄 안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맞춤법과 씨름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는 한 말을 들었다. 대 작가 역시 그렇다는데 이제 겨우 몇 발자국 뗀 나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매일의 글쓰기가 수월하게 이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써놓고 다시 쓰면 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건 가슴 시린 이야기, 읽다가 피식하고 웃었던 이야기를 읽은 덕분이었다.


수 백 편의 글이 마음에 방아쇠를 당겼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 단지 글 만 쓴 건 아니다. 더 많이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원래 뭐든 잘하던 사람 수가 적다가 되었다고 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을 테지만, 실수 연발,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이 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고 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할 거다.


사람이 무슨 일이든지 잘할 필요는 없다. 단지 내 마음이 가는 분야에 꾸준하게 오래도록 발을 들여놓고 있으면 된다. 그 시간은 분명, 자신이 어떤 일을 잘하는지 모를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로 나는 오늘도 글쓰기 시간을 축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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