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을 넣은 분과 야간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집을 짓거나 고치다 보면 정말 별별 일을 다 당하게 되는데. 특히 임 목수님은 그런 쪽으로는 베테랑이다. 공사를 하다 보면 신고를 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일단 신고가 들어가면 관계 기관에서는 출동을 해야 한다. 성북동 한옥을 고칠 때도 '증축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구청에서 오는 바람에 대응을 한 적이 있다. 그럼 누가 이런 신고를 할까. 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이웃일 경우가 많다.
어제는 우리 공사 현장 바로 옆 건물의 건물주가 민원을 넣었다며 아침 열 시 미팅을 제안해 왔다. 아내와 9시 50분에 현장으로 가 보니 60대 초반의 여성 한 분이 뒷채 바깥과 빌라 건물 사이 높은 시멘트 난간 위에 서서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자기가 어제 통보를 하고 시청 직원까지 오라고 한 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일산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목수님이 반말을 하며 자신을 내쫓았다는 것이다. 임정희 목수님이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아내는 그분을 살살 달래서 아래로 모셨다.
얘기인즉슨, 우리 집과 빌라 사이의 도로 공간에 파를 심어놓은 아저씨가 사장님에게 전화를 함으로써 이 다툼이 시작되었다. 그 사장님은 몇 년 전 여기 빌라 터를 구입해 건물을 다 지었고(11번째 건축주라고 한다. 그만큼 도중에 나가떨어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 지금은 일산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파저씨로부터 전화를 받고(당신 땅에 파 심어도 된다고 해서 심었는데, 요즘 웬 공사하는 사람들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요, 사장님) 내 땅으로 가는 길을 확보하기 위해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파저씨가 파를 심어 놓은 곳은 경계 측량 결과 우리 땅이 맞는다. 다만 바로 앞 도로로 지정된 땅과 접해 있어서 우리가 쓰진 않지만 공사를 하려면 부득이 파 심어놓은 곳에 포클레인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파저씨는 그게 마음에 안 들어 사장님에게 고자질을 한 것이고(나와 아내는 아직 파저씨 얼굴도 못 봤다) 사장님은 자기 땅으로 들어가는 길에 난 옹벽을 철거해 달라는 것이었다. 시청에서 나온 과장님이 나서서 말했다. "내가 보기엔 크게 싸울 일이 아니다. 당장 옹벽을 철거할 일도 없다. 다만 나중에 비가 많이 와 토사가 밀려올 염려가 있으니 우선 옹벽을 일부만 철거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더 조정하는 걸로 합의를 보시면 어떠시냐."
아내의 찬찬한 설득에 사장님은 목수님이 반말했다는 건 이미 잊으신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신나게 그동안의 사연을 얘기하는데 얘기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시청 과장님이 우리 집을 보며 "새로 이사 오셔서 집도 고치고 하니, 서로 잘 지내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하길래 얼른 차에 가서 명함을 가져다 두 분에게 드리며 "저는 작가인데 보령에서 오래 살려고 내려왔고, 얼마 전 보령시립도서관에서 강연도 시작했다"라고 TMI를 시전하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아내가 오버 좀 그만 하라며 창피해했다. 그러나 창피해도 이런 자리에선 이렇게 얘길 주절주절 하는 게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사장님은 자신의 빌라 건물로 돌아가 세입자들과 주차장에서 밀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공사팀은 다시 공사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바로 앞집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시가스를 설치해야 하는데 앞집 할머니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는 LPG로 난방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파이프가 지나야 할 자리에 사는 분이 극구 반대하니 우리 집을 비롯한 나머지 세 집이 도시가스를 못 쓰고 있는 것이다. 도시가스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부탁이라도 해보자고 아내와 저녁때까지 할머니 집 앞에서 기다렸지만 할머니가 오시지 않아 철수했다.
아내와 나는 집으로 가면서 우리의 새 출발을 방해하는 두 명에 대해서 얘기했다. 한 명은 앞집 할머니이고 또 한 명은 윤석열이다. 윤석열 때문에 모든 게 무너진 기분으로 100일 넘게 살고 있다. 내일은 1통 통장님에게 할머니 연락처를 알아내서 전화를 먼저 드리고 찾아뵙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