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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25. 2021

거창한 글을 쓸 생각 같은 건 하지 맙시다

how 2 write

뭔가 쓸 게 있어서 아리랑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고민을 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시 서가로 가보았더니 이성복 시인이 강의할 때 했던 이야기들을 뽑아 아포리즘 형식으로 만든 책이 한 권 있더군요.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라는 책이었습니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는데 거기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지나가는 생각들을 적어보세요. 쉽게 쓰는 것이 지름길이에요. 거창하게 인간의 운명에 대해 얘기할  없어요. 그런  내가  해도 벌써  나와 있어요. 그냥 우리  부엌에 숟가락이  개인지만 쓰세요.”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책을 들춰보니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군요.


"어떤 도공(陶工) 지금까지 없었던 최고의 작품을 내야지 하고 최고에 대한 욕심을 가득 품었다고 해서  도자기가 최고의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념무상으로 최고의 작품을 낸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은  그저 오로지 도자기를 빚는  자체에만 혼신을 기울였을  최고의 작품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는 그저 일이 좋고 재미있어서, 사업이 굴러가면서 커지는 것이 즐겁고 수없이 많은 도전과 모험, 시련과 승부, 그런 것들이 좋아서 평생을 일하는 재미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까 내가 싫어하는, 재벌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두 사람이 미리 짜고 이런 이야기들을 했을 리는 없을 테고, 아무래도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삶의 진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도 어깨에 힘을 빼는 데만 3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저도 글을 쓸 때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는 걸 잘 알지만 막상 실천은 늘 어렵네요. 그래도 스트레칭 한 번 하고 다시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인생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인생에 대한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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