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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9. 2021

케이크 조리법과 글쓰기

좋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에 대한 로버트 맥기의 대답


맛있는 케이크에는 

정확한 조리법이 있지만 

성공적인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의 조리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뜻을 알기 어려웠던 말 중 하나가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이었다. 매가 꿩을 잘 잡는다는 말인 것 같긴 한데, 도대체 어른들이 그런 싱거운 소리를 왜 하나 싶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깐느광고영화제의 어느 유럽 심사위원이 쓴 글을 읽고서야 그 숨은 뜻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요즘은 어느 지역의 크리에이티브가 우세한가요?"라는 질문에 "좋은 아이디어는 미국이나 아프리카에서도, 남미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아이디어가 대세인 대륙이란 없다."라는 요지의 대답을 했던 것이다. 즉, 누가 잡든 꿩을 잘 잡기만 하면 매가 될 수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매라고 정해진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봉준호의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크리에이티브가 점점 우세해져서 봉준호 영화가 나오게 되었나? 아니다. 그냥 봉준호 개인이 열심히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프로덕션이 좋고 마케팅이 잘되고 한 것은 봉준호 개인의 노력 그다음부터의 일이다.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닥터인 로버트 맥기는 '맛있는 케이크에는 정확한 조리법이 있지만 성공적인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의 조리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상업적인 성공을 위한 모범 사례와 절대 안전한 이야기의 모델이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좋은 글을 쓰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작가라고 늘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좋은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며 고치는 사람만이 잘 쓸 수 있다,라고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읽으며 혼자 각성하는 토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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