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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30. 2021

"헤어가 있어야 헤어 스타일도 있다"

how 2 write

소행성 책쓰기 교실에 오시는 학생   분이 무슨 얘기 끝에 '헤어가 있어야 헤어 스타일도 있다'라는 명언을 남겨 다들 한참을 웃었다. 모여서 글이나 책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이렇게 말도  되게 멋진 표현들이 가끔 튀어나온다.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 문체 고민부터 하는 이를 가끔 본다. 자신의 글은 문체가 너무 딱딱하고 건조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쓴 글을 좀 보여 달라고 하면 대부분 "아직 제대로 쓴 게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라며 웃는다. 헤어가 있어야 헤어 스타일도 있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제대로 써 본 경험도 없으면서 문체 고민이라니.

젊은 날의 파블로 피카소는 모사의 천재였다고 한다. 그는 파리의 살롱을 돌아다니며 "내가 세상에서 똑같이 그리지 못할 그림은 없다."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정말 유명 화가의 그림을 백이면 백 다 똑같이 그렸다고 한다. 세상에 없던 입체파를 만들어낸 그의 천재성도 알고 보면 다른 사람들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연예인 주식 부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명단에 오르는 가수 양수경이 데뷔 시절 라디오에 나와서 했던 인터뷰도 기억난다. 그녀는 가수 심수봉을 너무 좋아해 잠자리에서도 그의 노래를 틀어 놓고 잘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잠깐 모창을 하는데 정말 목소리와 창법이 심수봉과 너무나 똑같아 깜짝 놀랐다. 그 방송을 들은 며칠 뒤부터 <바라볼 수 없는 그대>라는 대형 히트곡이 TV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천재를 부러워하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천재는 없다. 다들 남들이 모르는 준비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작가들의 헤어 스타일을 부러워하기 전에 헤어부터 모으기 바란다.  김훈처럼도 써보고 강원국처럼도 써보는 거다. 어느 날은 헤밍웨이처럼 하드보일드로 달려보고 어떤 날은 살만 류시디처럼 현란하게 수다도 떨어보기 바란다. 일단 머리카락이 길어져야 변형도 가능하다.  물론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59세 신입사원'이라 불리는 김호철 전 위원  같은 분은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지만 멋지기만 하다. 결국 문제는 '헤어'가 아니라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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