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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24. 2020

당신의 문체가 당신의 자동차다

how 2 write

내가 쓴 글들이 너무 가볍고 착해서 불만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렇게 순하고 착해 빠져서 어디다 쓰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평가나 충고는  좀 억울하다. 스티븐 킹은 어려서부터 밤이나 공동묘지, 유령 같은 걸 좋아하는 바람에 공포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헛웃음 나는 바보 같은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 글들을 자꾸 쓰게 되는 것뿐이다. 시인이자 인문학자인 장석주는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글 쓰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으면 된다. 그건 자기가 좋아하는 차를 사는 것과 같다. 누구는 스포츠카를 사고 누구는 세단을, SUV를 산다. 그다음엔 시동을 걸고 달리는 일만 남는다. 신나게 달리다 보면 산 꼭대기에서 만나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만날 수도 있다. 그때 서로 손 흔들고 인사를 하면 된다 너는 그쪽 길로 왔구나. 난 이쪽 길로 왔는데. 반가워. 다음에 또 만나자.

소설가 유미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싶어서 러시아어를 배웠다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써보고 박경리처럼 써보라. 김훈처럼 써보기도 하고 레이먼드 챈들러나 주제 사라마구처럼도 써보라. 그러다 보면 어느덧 그 사람들은 사라지고 당신의 문체만 남을 것이다. 당신만의 자동차가 생긴 것이다. 그럼 차 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걸어라. 그리고 달려라. 당신이 달리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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