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대한민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3위에 그쳤다. 대한민국의 낮은 생산성은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온 이슈다. 일부 전문가들이 낮은 생산성의 대표적인 이유를 ‘눈치 보는 한국의 직장 문화’로 꼽는다. 일을 다 마쳐도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현장에서 십 수년간 노동자로 지낸 온 나의 의견은 전문가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근 몇 년간 대한민국 직장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가치관이 다른 새로운 세대가 근로자 대열에 들어선 이유도 있지만,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것도 한몫했다.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52시간으로 추가 근무만 가능하게 개정한 것이다. 근무 시스템이 바뀌고, 교통비라고 불리던 실질적 ‘야근비’가 사라졌다. 주 40시간을 넘겨 일해도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크게 줄었다. 사람들의 퇴근 시간이 자연스럽게 당겨졌다. 개정된 법으로 인해 사상들도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게 되고 자연스레 상상의 눈치를 보는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주 40시간의 근로기준법은 ‘18년도부터 적용되었고, 실행된 지 6년째 접어들고 있다. 24년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에도 해당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의 노동 생산성이 낮다.
필자는, 낮은 생산성의 이유가 ‘본질을 알아보는 능력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 얼마나 문제 정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가? 보고서를 보기 좋게 만드는 시간보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핵심을 논의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가? 그런 조직에서 일한다면 당신은 행운아라고 말하고 싶다. 직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여러 분야에서 나는 비슷한 이유로 생산성, 효율성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곧 다가올 선거운동만 봐도 한숨이 나온다. 여러 후보들의 유세활동에 핵심은 공약일진대, 듣기 거북한 상대 비방뉴스만이 쏟아져 나온다. 교육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학민국의 학원에는 왜 ‘의대반’이 존재하는가? 교육의 본질은 무언인가? 여러 분야에서 본질이 없는 열성적 행위들이 넘쳐난다.
얼마 전, 생산성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 기업에서 일하던 임원이 중간 관리자로 새롭게 영입되었다. C-level 보스에게 “네, 알아보겠습니다.” “네, 다시 수정하겠습니다.” 획일화된 대답이 넘치던 사무실에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어떤 의견결정을 위해 이 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하신가요?”라는 질문이 역으로 던져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보고 몇 개가 사라지기도 했다. 본질을 따져보니, 요식행위에 해당했던 일들이 걸러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산성도 점검이 필요하다. 생산성은 조직에도 기여를 하겠지만, '헛발질하지 않고 정확한 과녁을 맞히게 되므로 각 직장인의 업무 만족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메일을 체크하고 자동으로 답장을 쓰기 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과 핵심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이 고민에 사용하는 시간이 결코 낭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