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면접관이 되고 싶어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면접을 본 경험이 있을 거예요. 나를 검증하는 시간이고 증명하는 시간이라서 불편하고 긴장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부담스럽고 긴장하면 온전히 나의 역량을 다 못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최근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관으로 들어가고 있는데요, 1차 면접 합격 소식은 서류에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초대장을 보낸다고 생각해요. 손님에게 예의를 갖추고 따뜻하게 대하듯이, 지원자에게도 그렇게 대하려고 합니다.
다정하게 접근하는 방법은 최대한 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자세예요. 제가 면접에서 자주 하는 말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예요. 같은 디자이너로서 '검증'하려는 게 아닌 '이해'하려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태도로 대화해요. 이해하려는 태도는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받아들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어진 시간 동안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검증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역량을 평가하는 것과 다정한 면접관은 달라요. 면접의 근본적인 본질은 지원자를 평가할 수밖에 없죠.
파인 다이닝에 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서비스와 음식을 분리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서비스는 친절하고 완벽한데, 식사의 맛과 퀄리티 또한 날카롭게 만족하듯이요.
면접도 마찬가지예요. 서비스는 친절하지만 볼 것은 예리하고 뾰족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역량을 더 알아보고 싶다고 판단하면 더 날카로운 질문으로 구체적인 생각을 확인해요. 하지만 이미 우리가 찾는 인재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면, 굳이 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하면서 더 역량이 부족하다고 깨닫게 해주지 않아요. 이는 자존감을 낮추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원자도 이미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이유는 지원자가 저로 인해서 우리 회사, 그리고 디자이너는 어떠한지 파악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면접에서 탈락하더라도 우리 회사의 잠재적인 인재일 수 있으니까요. 항상 그런 마음으로 지원자를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면접 분위기와 합격은 비례하지 않는데요, 혹시 이러한 태도가 합격으로 오해하는 지원자가 있을 수도 있어요.
사실 이런 부분은 면접관이 빨리 눈치를 채야 하는데요, 저는 좀 더 날카로운 질문으로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면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지만 기내에서 안전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이야기하듯이요.
면접은 검증의 시간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따뜻한 면접관이 되기 위해서는 지원자를 초대받은 손님처럼 대하되, 볼 것은 정확하게 보는 균형감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면접관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오늘의 월사단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