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 지역 명물 되기

by 위키별출신

그 지역의 명물, 유명인 되기는 실력과는 상관없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의 핵심에는 감동적이면서도 연약하고 단순한 열망이 있다. 바로 제대로 대접받고 싶다는 바람이다. 돈, 호화로운 삶, 섹스 혹은 권력에 대한 욕망 같은 것들은 부차적인 자극제일 뿐,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까닭은 외면당하고, 업신여김당하고, 구석에 홀로 남겨지거나, 줄 맨 뒤로 가라는 명령을 받거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고, 몇 주 뒤에 다시 전화 달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정말 불에 덴 듯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바람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존중받기가 거의 불가능한 세상에서 우리의 존엄성을 온전히 인정받으려는 욕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고 투표함 앞에서도 평등하다지만, 그렇다고 사무실에서나 사교 모임에서 혹은 정부나 민간의 관료주의라는 틈바구니에서 품위 있게 대우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불친절한 곳이자 광대한 하늘과 끝없는 지평선이 자아내는 이로운 영향으로부터 삶이 단절된 곳인 대도시에서, 존중이란 희소하고 야박하게 배급되는 일용품이며, 무관심은 이곳의 규범이다.-



동양인이 아무도 없는, 코카서스 인종만이 가득찬 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것은 유명해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그들이 중국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든, 동양인에 대해서 차별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그렇고 그런 수준의 사람이든, 편견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돌아서는 동양인이 스트레오 타입이 아니라면서 험담을 늘어놓든, 외모의 차이라는 건 사람들이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아무리 인간이 문명화가 되고 인문학적 지식을 쌓고 외모만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성의 힘으로 자신을 다독이려고 해도, 결국 종이 다르다는 별 것 아닌 사실에도 눈을 뺏기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눈동자 색깔에 따른 인간의 특성 차이도 이같은 사실을 증폭하는 데 한몫한다. 눈 색깔에 관한 심리학 연구에서, 연구진들은 파란 눈의 아이들이 새로운 것에 더 두려움을 느끼며, 전략적인 대신 어떤 사고를 전개하는 속도가 갈색 눈보다 느리다는 것을 밝혀 냈다.


조금 다른 소리를 하자면 갈색 눈을 가지고 있는데 푸른 눈을 갖고 있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잇점이 많은 것 같다. 눈동자는 얼굴 위로 드러난 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동자 색깔에 따라서 많은 차이점들이 있는 모양이고 이를 밝혀내는 연구들이 많다. 아마 해당 연구진들은 푸른 눈의 장점을 밝혀내고 싶었겠지만 결과는 정 반대.

갈색 눈은 인류의 기본형인 데다(푸른 눈은 나중에 극지에서 생활하기 위해 발전), 술이나 고통에 민감하다. 술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은 다시 말해 몸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양의, 지나칠 정도의 술을 마시고도 깨닫지 못하거나 반복하여 알콜 중독이 되기 쉽다는 것인데 갈색 눈동자는 푸른 눈동자보다 쉽게 취하긴 때문에 이같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푸른 눈이 고통에 더 잘 견디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떠안을 가능성도 더 높다.

그리고 갈색 눈동자는 더 능률적이고 빠르게 활동하기 때문에 테니스 같은 운동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다시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푸른 눈의 코카서스 인종들은 눈앞의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두려움을 잘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내 존재를 발견하고는 강렬한 두려움을 느낀 듯 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곳에서 구경하거나, 혹은 멀리 돌아서 가는- 그래서 연주자로 하여금 내 연주가 이상한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과잉 반응으로 행동하곤 했다.


뭐, 그럴 때마다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정도로 강철 멘탈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내 존재가 그들에게 강렬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걸 어떻게 알게 됐냐면, 호스텔에서 알게 된 스웨덴 여자애 하나와 근처의 바로 술을 마시러 갔다가 알게 됐다. 그는 조지안 현지인이었다.


“이 근처에서 연주하는 동양인이 하나 있다는데, 너 혹시 알아? 난 얘기만 듣고 보지는 못했는데. 너도 동양인이니까 알 거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어?”


처음에는 나 말고 다른 동양인 연주자가 있는 줄 알았다.


“내 친구의 친구가 저번에 그러던데. K마트 앞에서 노래하는 애가 있다고.”


“흐음. 잘한대?”


“글쎄, 그런 것까지 자세하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어. 그때도 술집이었거든.”


나는 당시에 루스타빌리 역, 마지니시빌리, 스마트 마트, K마트 앞을 오가면서 공연하고 있었다. 동양인 연주자가 있었다면 놓쳤을 리가 없다. 나는 그에게 꼬치꼬치 캐물은 끝에, 그가 말하는 동양인 연주자가 나일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평이 어떤지가 궁금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확실한 말이 돌고 있지 않았다. 그건 당연했다. 나는 미친듯이 손가락을 놀리며 좌중을 휘어잡는 천재 연주가는 아니기 때문에….


나에 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 입을 통해서 듣게 되다니. 그래도 조금은 감동적인데?



10-1.jpg


keyword
이전 09화09. 첫 버스킹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