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대리 Oct 18. 2023

회사를 선택하는 3가지 우선순위

이직 꿀팁

주옥같은 회사를 꽤 괜찮게 다니는 방법이 있다. 나만의 기준을 갖고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뭐든 자율성이 생기면 주어진 상황을 더 쉽고 빠르게 받아들인다. 강제로 나인투식스를 지키는 것과 여러 출근 시간 중 스스로 나인투식스로 정하는 건 천지차이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살아온 데이터를 보고 내린 결정아닌가. 같은 행위라도 들어간 마음이 다르다. 마음이 주옥이 아니면 회사도 주옥으로 보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 그 기준에 따라 회사를 당분간만 다닐지, 아님 정년퇴직 때까지 다닐지를 결정한다. 기준이 뭔지도 모르고 살다가 찾게 되거나, 바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이직 또는 창업을 하거나 직업을 바꾸는 방향을 선택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중 회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중요한 안건이다. 저마다 필요한 월급이나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예뻐 보이려고 맞지 않는 청바지를 억지로 입으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하루종일 불편하다. 이를 방치하면 만성 소화 불량이 온다.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다면 어떤 기준으로 다니고 있는지, 취업이나 이직을 고려한다면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고, 어떤 게 필요하고,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밥을 먹고 후크를 푸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의 청바지를 좋아하는 올대리는 타이트한 회사에서도 루틴을 지킬 수 있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애초에 이직을 꿈꾸고 첫 회사에 들어간 올대리는 그곳에서 3년을 보내게 된다. 공모전에도 떨어지고 책 출간도 엎어지고 회사에서 그렇다 할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이직을 결심했고 1년 3개월을 이직 준비에 투자했다. 입사 전 취업 준비라고는 3개월도 안 해봤고, 회사를 다니는 틈틈이 커리어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취업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고 당연히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도 없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졌고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취업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지 오래였다. 이력서 한 번을 통과하지 못해 내 마음도 얼어붙었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게 됐다.


우연한 기회로 이직 컨설팅을 받게 되었는데, 그때 이런 대화를 나눴다. “올대리님의 커리어로는 원하는 직군으로 이직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미 일 년 이상을 퇴근하고 이력서를 썼는데 더 하라고? 몇 년씩 취업 준비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그제야 공감이 됐다. "그런데 지금 올대리님한테 가장 중요한 건 이직이 아니에요." 이직 컨설팅을 받는 중인데 중요한 건 이직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일단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렇게 귀엽고 젊은 분이 왜 목소리를 못 낼 정도로 자신감이 없어요." 회사를 탈출할 생각만 했지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상담을 마치고 한참을 펑펑 울었다.


이력서를 덮고 왜 이직을 해야 하는지, 이직을 한다면 어떤 산업의 어떤 직군으로 가는 게 좋은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쭉 생각했다. 그렇게 회사를 선택하는 나만의 세 가지 우선순위가 탄생했다.




원하는 업무가 5% 이상일 것

너무 적은 비율일 수 있지만, 콘텐츠 기획자인 올대리는 기획에 필요한 잡무가 굉장히 많은 편이고 그중 대부분의 시간을 커뮤니케이션과 자료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서칭 하고, 설득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고, 팀원들, CEO, 제휴사에게 보여준다. 그걸 갖고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라는 결과물을 만든다. 이 중 올대리가 가장 원하는 업무는 콘텐츠에 필요한 정보를 다듬고 카피를 작성하는 것이다. 5%밖에 안 되는 영역이지만 재미와 보람을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이다. 업무 중요도도 꽤 높은 편이고. 만약 이 영역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이직을 선택할 것이다.


같은 직군이어도 회사마다 업무가 다를 수 있다.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산업군과 조직문화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전 직장에서는 촬영 기획과 디렉, SNS 콘텐츠 제작을 주로 했고, 현 직장의 주 업무는 콘텐츠 제휴와 커뮤니케이션, 영상 콘텐츠 기획이다. 같은 기획자라도 어디에 포커싱을 두느냐에 따라 제작 파트에 가까울 수도, 제휴 기획이 중요할 수 있다. 포지션은 같아도 커리어가 다른 경우도 많다. 담당 업무에 따라 유튜브 PD, 매거진 에디터, 카피라이터, 서비스 기획자 등 다양한 루트로 방향을 트는 사례가 정말 많다.


그래서 꼭 채용 전에 공고와 회사의 특징을 분석하며 업무 파악을 한다. 들어가면 무조건 사람들이 알아주는 곳이라고 해도 꼭 가져가고 싶은 업무를 할 수 없다면 오래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1년 이상은 다녀야 제대로 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회사를 탐색하고 핏을 맞춰가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충분히 줘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에게 엄청난 프로젝트를 맡기는 회사는 거의 없다. 원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면 오래 다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출퇴근시간이 변동 가능할 것

나인투식스로 고정된 회사가 대부분이지만, 올대리는 태어나서 나인투식스로 출퇴근을 한 적이 없다. <출퇴근길이 살 만해야 현타가 덜 온다>라는 글을 브런치에 연재할 정도로 출퇴근길의 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믿는 편이다. 지옥철에서 진이 다 빠지면 업무에 쓸 에너지가 줄어든다. 심하면 잠을 잘 에너지조차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시차출근제,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 등의 제도를 갖고 있는 회사만 골라 지원한다.


출퇴근길의 질만큼 올대리에게 아침도 중요하다. 나가기 2시간 전에 일어나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후 출근한다. 9시까지 회사에 가려면 적어도 6시에 일어나야 8시에 출발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난 새는 일찍 피곤하다고 했던가. 올대리의 적정 수면 패턴은 11시 취침 7시 기상이다. 아침형 인간이지만 10시 이후에 출근하는 것을 선호한다. 회사를 좀 더 오래, 건강하게, 즐겁게 다니기 위해서 결정한 우선순위다.


조직문화가 나아지는 중일 것

이미 조직문화가 정착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도, 문화가 만들어지는 중인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모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말했던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신뢰를 완전히 잃고 바닥으로 추락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도 있고, 고객의 니즈를 재빠르게 반영하고 세대 간 갈등을 푸는 방향으로 문화를 개선시켜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도 있다. 어떤 기업에 다니든 변화를 수용하고 조직문화가 더 나은 쪽으로 바뀌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변화 속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문제 상황에 적용하는 행위 자체가 성과를 불러일으키고, 그런 집단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연차 사용이 편해지거나 휴게 시간이 보장되는 등 직원들의 복지 제도에 힘쓰는 회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람직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갈등을 풀기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일부러 움직이는 것이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직원들은 분명히 느낀다. 탕비실에 제로콜라만 있다가 제로콜라, 제로웰치스, 제로밀키스, 제로탐스가 생기는 순간 애사심이 생긴다. 그날 회사 메신저에 분명 이런 글이 올라올 것이다. "와 우리 회사 좋아졌다." 직원에게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주변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지 귀기울여보자. 만약 여기저기서 "우리 회사 점점 좋아지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그 회사는 찐이다.




이직 면접을 보던 도중, 면접관이 이런 질문을 했다. "혹시 회사를 선택하는 올대리님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4 용지 2장을 꽉 채운 예상 면접 질문지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깊게 고민해 본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콘텐츠에 들어갈 정보를 다듬고 카피를 작성하는 업무가 5% 이상이어야 하고,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어야 하며, 조직문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면접관이 웃으며 "저희 회사 얘기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를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생긴다면, 망망대해 같은 채용공고에서 가능성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구분하는 힘이 생긴다. 그 힘으로 더 자신 있게 면접을 보게 되고, 더 분별 있게 회사를 파악하고 다닐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 뭐든 업데이트가 되는 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예전 우선순위에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직급이 없을 것"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직급이 있어도 얼마든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그 항목은 삭제 됐다. 자신의 상황과 시즌에 맞게 우선순위에 변동을 준다면, 기준이 있을지언정 오히려 더 자유롭게 회사를 다니는 데에 도움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