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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대리 Oct 21. 2023

오! 최적의 이직 타이밍은?

퇴사가 준비되었을 때

1, 3, 5, 7, 9년. 퇴사하고 싶어서 드릉드릉하는 연차다. 요즘은 뭐든 빨라져서 년이 아닌 달로 치는 사람들도 꽤 많다. 1개월 차, 3개월 차, 5개월 차... 퇴사가 마렵고 이직 뽐뿌가 오는 시기라고들 하는데, 최적의 이직 타이밍은 그 시즌일까?


아니다. 최적의 이직 타이밍은 언제 올지 모른다가 정답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 대한 마음이 복잡해서 혹은 간절히 원하는 직장이 따로 있어서 이직 시기를 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잘 다니는 회사에서 별안간 권고사직을 당할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괜찮은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다. 이직에 대한 생각이 평소에 있든 없든 이직을 언제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퇴사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퇴사를 해야 이직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1년 차, 3년 차, 5개월 차, 9개월 차라는 숫자엔 딱히 의미가 없다. 퇴사가 준비되었을 때가 최적의 이직 타이밍이다.


연차별 최고의 이직 타이밍, 언제 이직을 하는 게 가장 좋을까? 등의 유튜브 콘텐츠들도 많다. 그 콘텐츠들을 봐도 시기를 딱 잘라 말해주지 않는다. 회사를 옮겨야 하는 환경이나 마음 상태를 알려준다. 폭언이 난무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인 사람들이 많고, 사내 정치 탓에 업무를 할 시간이 없다면 당연히 퇴사와 이직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분명한 퇴사 시그널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를 채고 빠르게 행동한다. 하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한 환경인 데다 연봉이나 복지도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이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가 있다. 이직 생각은 있는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런 마음 상태. 이직을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참 애매할 때.


이직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타이밍이나 시기가 딱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이직에 대한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모든 상황이 불확실해진다. 언제까지 여길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직을 꼭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미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참 답답하다. 본격적으로 마음을 고쳐 먹고 이직 준비를 시작해도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유튜브를 봐도 모르겠고, 거기서 알려주는 방법을 내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영부영 일단 해보는데 서류 통과 하기도 쉽지 않다. 대기업만 어려운 게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서류 통과도 쉽지 않다. 내가 이직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걸 직면하게 되면 극심한 자괴감이 온다. 여태까지 뭘 하면서 살았던 거지?


경력직 이직을 처음 했을 때 했던 생각들이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는 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취직도 했는데 설마 이직을 못하겠어? 했는데, 와 진짜 못할 뻔했다. 오래 걸린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퇴사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최적의 이직 타이밍은 내가 퇴사 준비가 되었을 때 온다. 즉, 이직 생각이 없더라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등 퇴사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원한 건 없기 때문이다. 젊다고 앞으로 돈 벌 날만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어리다고 앞으로 연봉이 오를 일만 있으리란 법도 없다. 연봉이 낮아서 더 낮아질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낮아진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니까. 갑자기 닥친 상황과 마음 상태에 맞서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이고, 지금 있는 회사에서 어떤 성과를 냈고, 스토리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인사이트와 관점이 필요한지를 어떻게 단시간에 알 수 있겠는가. 심지어 경력기술서에 쓸 성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 지금부터라도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갑자기 이 모든 일을 하려니 마음이 답답할 수밖에. 이직하는데 1년 6개월이 걸린 이유다.


퇴사 준비가 되어있다면 이직은 매우 쉽다. 경력기술서에 쓸 만한 성과가 뭐가 있을지, 현재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이 필요한 직군은 무엇인지, 지금 상황에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도구가 있을지를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이직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평가가 좋다. 업무에 대한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어떻게든 도출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이직을 세 번 하고 나서야, 책을 여러 권 읽고 나서야, 유튜브를 100번쯤 보고 나서야 겨우 알게 됐다.




퇴사 준비 1. 취업 콘텐츠랑 친하게 지내기

이직과 퇴사에 대해 가장 빠르고 쉽게 마인드셋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무료함을 느꼈을 때, 옮기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릴 때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보면 나도 모르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일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앞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수치로 증명할 만한 성과가 있는지 등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가닥이 잡힌다. 직장을 옮기고 싶은 마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짜라면 뇌가 이직 모드로 전환되면서 회사를 보는 관점이 어제와 달라질 것이다.


퇴사 준비 2. 동료와 커리어 수다 떨기

마인드셋이 되면 이직이나 퇴사를 준비하는 동료가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다. 그 동료가 동기나 후배일 수도 있지만 팀장일 수도 있다. 퇴사는 안 해도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내 꿈은 퇴사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포지션에서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등의 성과지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뉘앙스의 말들을 많이 한다. 어떤 방법을 써도 여기에서 성과를 낼 수 없고 다음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직할 수 있다는 마인드다. 그래서 오히려 일잘러인 사람들이 많다. 이런 동료와 커리어 수다를 떨면 어떻게 될까? 회사를 아무 생각 없이 다닐 수 없다.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1년 6개월이 걸린 첫 이직에 성공한 이후, 올대리의 일 관점은 완전히 바뀌었다. 혼자서만 판단하고 행동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동료와 포트폴리오 크로스체크도 하고, 팀장님에게 팀 내 포지션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 맡게 될 업무, 하고 싶은 업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욕심 있는 사람처럼 보이겠지? 곧 떠날 사람이라고 챙겨주지 않겠지? 따위의 생각을 접게 됐다. 커리어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말하는 게 오히려 회사와 업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더라. 다음 달에도 같은 팀 동료와 경력기술서를 쓰기로 했다. 서로의 강점과 부족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지 않은가.


퇴사 준비 3. 이력서 업데이트하기

퇴사 생각이 없어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나의 현재 커리어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커리어를 파악하면 뭐가 좋을까? 퇴사를 준비한다면 경력기술서의 방향을 정해줄 것이고,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면 협상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하반기 평가까지 끝난 경우라면, 다음 상반기 평가 때 제시할 목표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기회는 준비가 된 자만 잡을 수 있다."는 고전적인 명언을 이제야 이해했다. 꾸준히 준비하든 급하게 준비하든 대강 준비만 되면 누구든 잡을 수 있는 게 기회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을 벼락치기로 보냈는데 그게 습관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 순간에만 반짝 열심히 하고 평소에는 그 반짝이는 성을 다 무너뜨리기를 반복했다. 무너진 성을 다시 복구하는 일과 성을 매일 조금씩 쌓는 일 중 어떤 게 더 에너지가 많이 들까? 전자가 10배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이다. 성을 다시 쌓자고 마음먹는 데에만 몇 달 걸리지 않나.


세 번의 이직을 하고 나서야 평소의 퇴사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퇴사할 생각이 없지만 커리어 수다를 떨었던 동료에게 퇴사 스터디를 제안했다. 서로 보는 콘텐츠도 공유하고 같은 책을 읽기도 한다. 그 관점으로 서로의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를 봐준다. 팀장님에게 마냥 조언을 구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글을 쓰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서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과정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보다 반응이 긍정적이다. 가볍게든, 무겁게든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쉬워졌다. 잠깐 대화를 나눈 그 짧은 순간이 쌓이면서 서로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사이가 좋아진 건 덤이다. 퇴사 준비를 하는데 동료들과 멀어진 게 아니라 가까워졌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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