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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대리 Oct 19. 2023

꽤 괜찮은 스타트업의 특징

많아요!

직장생활 5년 차, 세 번의 이직과 세 번의 스타트업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제법 만족스럽게 다닐 수 있는 스타트업의 특징을 추린 것이다. 일단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체계가 딱딱하지 않고 조직문화도 말랑말랑한 편이다. 변화 속에서 갓 탄생한 조직이라 변동 혹은 유동이란 단어와 잘 어울린다. 또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안정적인 수입원 역할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혁신과 개혁이 늘 필요하다. 프로젝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1+1=3이 되는 경우의 수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일과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발견하는 걸 즐긴다면 스타트업을 추천한다.


이렇듯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지만 어떤 철학을 가진 누가 운영하느냐에 따라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나아갈 방향이 달라진다. 꽤 괜찮은 스타트업인지 아닌지를 보는 첫 번째 기준은 CEO의 인성이다. 스타트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창업자가 미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CEO의 평소 말투와 태도를 직원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 하고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회사가 밀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되고 기획부터 제작, 사소한 디테일까지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창립의 이유와 조직문화의 토대가 마련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다닐만한 스타트업은 여기서부터 다르다.


성장세에 있는 스타트업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벌인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게 될까? 지금 필요할까? 싶지만 다음 투자를 받으려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당장 매출이 나고 있어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경쟁이 치열한데 스타트업의 밥그릇 싸움은 얼마나 더 치열하겠는가. 아 이제 됐다! 하고는 다른 일을 벌이지 않으면 퇴보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뒤로 간다. 자금난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다녀도 물경력이 되지 않고 성과도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기획하는 곳이다.


새로운 일을 많이 벌이는 만큼 인력도 빠르게 투입된다. 투자비의 대부분을 인재 채용에 쓰는 곳도 많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린다. 괜찮은 스타트업은 이 시즌에 경영지원팀의 역할을 견고하게 만든다. 규모가 커지면 채용만 문제가 아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회사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사팀은 CEO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대표와 직원들 사이에서 조율이 가능한 집단이다. 중재자가 있으면 큰 싸움이 다툼 정도로 그칠 수 있다.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고 있거나, 위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면 꽤 만족스럽게 스타트업을 다닐 수 있더라. 본받을만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CEO가 바로 옆에 있고, 경영지원팀이 직원들을 열심히 서포트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는 열정이 가득하다면 대기업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더 멋진 성과를 낼 수 있다. 낮은 연차의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CEO의 인성

대기업에선 창업자, 대표, 회장님의 실물을 일반 사원이 보기 힘들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매일매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한다. 회사에서 가장 높은 사람과 매일 만나 일을 한다는 건 어떨까? 모든 직원들의 눈과 귀가 그를 향한다. 대표의 언행을 각 팀의 팀장들이 따라 하고, 그것을 지켜보는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말투와 행동방식을 흡수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CEO의 인성이 중요하다. 폭언을 퍼붓고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고 뭘 얘기해도 심드렁한 태도가 디폴드값인 대표가 꾸리는 회사의 조직문화는 어떨까? 팀장도 팀원들에게, 팀원들도 인턴들에게 똑같이 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조직문화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어떨까? 건강하지 않다. 민감한 사회 이슈를 건드리거나 현대에 전혀 맞지 않는 상식을 콘텐츠화해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회사가 많다.


반면 대표가 팀원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허드렛일이라도 예쁘고 친절한 말투로 부탁하고, 누구에게나 웃으면서 인사하면 어떨까? 올대리는 이 광경을 목격했다. 어쩐지 사람들이 나이스하더라. 각 팀의 팀장들이 부하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대표와 아주 흡사했다. 건강한 조직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언행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 나아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스타트업을 다니는데, 사람들이 유독 화가 많이 나 있고 공격적이라면 대표의 태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대표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다면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앞으로의 성장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경영지원팀의 힘

CEO의 인성과 연결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현명한 CEO는 자신의 권한을 다분화한다. 영화 <인턴>에서 스타트업 CEO로 나오는 앤 해서웨이를 보라. 사무실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바쁘다. 몸이 열 개여도 모자라다. 새로운 경영진, 자문이사 등을 고용하는 이유다. 한 팀에만 권력을 몰아주거나, 왕좌에 두 팀을 올려 경쟁을 시키는 구조는 사내 정치의 거름이다. 여기에 경영지원팀이 없다면 SSSSS급 거름이다. 팀과 팀의 싸움, 대표와 팀장의 싸움, 팀장과 팀원의 싸움을 막을 중재자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지원팀은 회사와 직원을 잇는 오작교 역할을 한다. 직원들이 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한다. 월급, 복지제도, 탕비실 관리, 사내 이벤트, 컴퓨터 프로그램 및 시스템 관리 외에도 수많은 업무를 본다. CEO가 경영지원팀에 권한을 주지 않은 회사는 어떨까? "오늘은 태풍 때문에 재택근무로 전환해서 업무 진행하겠습니다."라는 공지를 대표가 보낸다. 이미 비 맞고 겨우 출근을 했는데 그때 보내는 경우도 많다. 경영지원팀이 있는데도 대청소, 탕비실 간식, 주의사항, 조직개편 등 역시 대표가 한다. 직원들끼리는 수군거린다. "우리 회사 인사팀은 일 진짜 못해." 만약 월급 관련 문제가 생긴다면 더 기가 차는 상황이 벌어진다. 월급이 40만 원이나 덜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인사팀에 아무런 공지를 못 받은 상태였고 인사팀과 팀장에게 문의했지만 다들 대답을 회피했다. 대표님이 따로 공지를 내릴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다음 달이나 돼서야 40만 원을 돌려받았다. 누군가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는데, 그동안 피해자들은 씩씩거리며 회사를 다녔다. 이런 회사의 조직문화가 바람직할 리 없고, 그 문화에 있는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래서 올대리는 스타트업에 입사했을 때 공지는 누가 하는지, 경영지원팀이 사내에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CEO가 HR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등을 꼭 살핀다.


새로운 프로젝트

스타트업에서 1년 아니 6개월 동안 업무가 바뀌지 않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대리가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유는 업무적으로 성장하는데 부스트를 달기 위해서다. 프로젝트의 과정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필요할 때 투입되어 성과를 만드는 시너지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시즌에 맞게 같은 일만 반복하고 늘 하던 일만 한다? 두 가지로 해석 가능하다. 회사가 커질 대로 커져서 완벽한 분업화의 길로 걸어가고 있거나,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거나. 후자일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다.


반대로 기준 없이 프로젝트가 생기고 엎어지는 경우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과정인데, 회사의 목표와 방향이 모두에게 공유가 된 상태에서 팀장들이 팀원들을 이끌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팀장 입에서 “일단 대표님이 해보라는데 잘 모르겠어요. 언제까지 하실래요?”라는 말이 나오면 퇴사 각을 재자. 팀의 목표가 대표에게 예쁨 받기 일 테니까. 그 상황에서 개인 역량을 발휘해 운 좋게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정을 받기 어렵다.




스타트업 취업이나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곳으로의 이동을 추천한다. 다양한 직무를 접하고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또 이왕이면 조직문화와 복지제도가 좋은 곳에 다니길 바란다. 긍정적인 경험은 사고 회로를 긍정적으로 돌리는 엄청난 녀석이다. 회사가 안 좋은 상황에 있다면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어딘가엔 내가 다닐 수 있는 곳이 있을 거란 믿음을 준다. “회사는 원래 주옥같은 곳이야. 이 정도면 감사해야지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찮은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더라. 오히려 문제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긍정 경험을 누렸을 확률이 높다.


평범한 올대리도 다니고 있는 걸 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회사는 정말 많다. 바뀌는 경우는 더 많고. 월급 시간을 퇴근 시간에서 출근 전으로, 업무 툴을 워드에서 노션으로, 직원들의 이동을 고려해 데스크탑에서 노트북으로 바꾼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업무 효율이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젠 많은 이들이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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