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라면 가게
By. 김안예
1장. 꿈꾸는 소년의 별
By. 김안예
“한 그릇의 라면이, 한 생의 별자리를 다시 그렸다.”
"난 늘 묻곤 했어. 왜 하필 나였을까,
왜 내 몸에 별빛이 아닌 병이 자라야 했을까....
하지만 지금, 저기 반짝이는 평행세계의 별들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 세상의 어딘가에, 나처럼 아픈 별이 있다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누군가의 밤하늘을 비추는 존재일 수 있지 않을까?"
소년은 별을 좋아했다. 별은 아프지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 반짝이며 그를 기다려줬으니까.
소년의 이름은 하루였다.
하루는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하루의 세상은 오래도록 그를 품어주지 않았다. 병원 침대가 그의 세계였고, 창밖으로 밤마다 별을 세는 일이 하루의 일상이었다.
열한 살. 아직 학교 급식이 익숙하지도 않고, 수학보다는 구름을 더 오래 바라보는 하루였다.
남들이 말하는 ‘한창 뛰어놀 나이’였지만, 하루의 세상은 창문 너머에 있었다.
하루는 선천적으로 약한 아이였다. 다섯 살 무렵, 고열과 함께 갑작스러운 마비 증상을 보이며 병원에 실려 갔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로 여겼던 작은 증상들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변해갔다. 가끔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기도 했고, 왼손은 종종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수많은 검사를 했다. 그리 크지 않은 몸에,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의 병이 찾아왔다. 그 끝에서 ‘희귀 신경계 종양’이라는 말이 조용히 건네졌다. 하루의 생명을 천천히 갉아먹는 병이었다. 처음엔 금방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의사도, 간호사도, 엄마도 그렇게 말했다.
뇌의 아주 깊고 정교한 부위. 수술도, 약도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병은 조용히 자라며 하루의 몸에서 기능 하나하나를 천천히 꺼뜨려갔다.
의사는 책상 위에 조용히 손을 얹은 채,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다. 서류 한 장이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고, 형광등 불빛 아래서 희미하게 떨렸다.
“정확한 명칭은 ‘중추신경계 희귀 종양’입니다. 위치는 뇌간, 움직임을 관장하는 부위 깊숙한 곳이죠. 수술은 어렵습니다. 방사선 치료도, 기대 효과가 제한적이고요…”
그 말은 곧,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으로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통증을 줄이는 것뿐입니다. 남은 시간은, 아이에 따라 달라요. 몇 개월일 수도 있고… 1년도 채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엄마는 숨이 턱 막혔다. 바닥이 꺼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대신... 문득, 하루가 별을 세던 그 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조그마한 등이 창문에 기대어 있던 모습, 그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매일 밤 자신이 헤아린 별들의 수를 조용히 읊조리던 목소리.
‘하루는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세상이 오래 허락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래서 더더욱 사랑했는지도 몰라... 작은 꽃 한 송이에도, 계절의 냄새에도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엄마는 병원 복도를 걷고 있었다. 희뿌연 형광등 아래, 그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차가운 복도 바닥을 천천히 디디며, 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속 외웠다.
‘이 아이의 시간만은, 아름다워야 해... 아무리 짧을지라도...
하루의 세계는 따뜻하고, 환하고, 빛나야 해....’
그 다짐만이 그녀를 앞으로 걷게 했다.
엄마는 울지 않았다. 하루 앞에서는 언제나 그랬듯 다정하게 웃었고, 하루는 그 미소를 누구보다 좋아했다. 하지만 하루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더더욱 밤마다 별을 헤아렸다.
병원 천장의 하얀 불빛 아래에서도, 마음은 언제나 창문 너머의 밤하늘을 향해 있었으니까. 그 별들은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저 별들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를 그렇게, 작은 마음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치료는 점점 길어졌고, 약은 점점 독처럼 몸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빠졌고, 손발은 말라갔으며, 가장 좋아하던 초코 케이크조차 삼킬 수 없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는 의사와 함께 병실로 들어왔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는 하루가 잠든 줄 알고 조용히 말했다.
“저기... 하루 어머님, 이제 하루에게 남은 시간이 많이 길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하루가 편안하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그동안 하루가 작은 몸으로 정말 잘 버텨왔고, 그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그 말을 전하며 의사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그 순간, 하루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작게 미소 지었다. 마치 모든 말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평화를 찾은 듯했다.
'괜찮아. 난 벌써 알고 있었어.'
밤마다 창밖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내가 없어져도, 저 별은 그대로일 테니까... 그럼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겠지.”
그는 세상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하루를 소중히 껴안았다. 그랬다. 그의 이름처럼 하루는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였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외출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오는 길이였다. 엄마는 하루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오늘은… 엄마가 너한테 아주 특별한 곳에 데려가 줄게.”
하루는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 말 한마디에, 작은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아직 남아 있는 생의 마지막 장면 속에서도, 아이는 호기심을 잃지 않았다. 그의 눈 속에는 기대와 함께 동시에 피어났다.
“정말? 진짜 특별한 곳이야? 우주보다 더?”
하루는 그렇게 웃으면서 말했다. 엄마는 미소를 지으면서 하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응. 네가 꼭 가봐야 할 곳이야.. 아주 따뜻하고, 마법 같은 곳이란다..”
엄마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이 가게를 알게 된 건 우연한 일 때문이었어.. 힘들고 지쳐서, 어디든 떠나고 싶던 어느 날 밤, 우연히 골목길을 걷다가 발견했단다.. 그 골목 끝자락에 숨어 있는 작은 가게였는데, 불빛은 작게 반짝였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지..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그날 밤 엄마는 가게 문 앞에서 ‘별빛이 담긴 국물 냄새’를 맡았어.. 그 냄새가 마치 너를 위한 기도 같아서, 그냥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하루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엄마도 그 가게에 가서 ‘별맛 라면’을 먹었어?”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루야.. 엄마는 그 라면을 먹고 난 후로 엄마의 마음 한편에 잔잔한 희망이 자리 잡았단다.. 그 희망이 네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단 생각에 오늘 너를 데려가는 거야.”
하루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작고 여린 몸 안에 꿈틀대던 작은 희망이 다시 한번 몽글몽글 피어났다.
“정말 가보고 싶어, 엄마.. 그 가게에서 맛있는 라면도 먹고, 별도 찾고 싶어..”
엄마는 하루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럼, 준비됐니? 우리 함께 가 보자, 은하수 라면 가게로...”
하루는 지친 병실에서 도망치듯 나섰다. 엄마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고, 하루는 엄마의 손을 믿었다. 둘은 오래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하루는 엄마의 손을 꼭 쥐며, 희미하게 퍼지는 바람을 따라 골목길을 들어섰다. 그렇게, 은하수 라면 가게를 향한 하루의 마지막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둘은 조용히 계속해서 걸었다. 오래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빛바랜 담벼락과 금이 간 보도블록, 전봇대에 붙은 오래된 전단지들이 그 길을 따라 무심히 놓여 있었다. 바람에 종이 조각들이 바스락 거리며 흔들리고, 길모퉁이마다 이끼가 눅눅하게 자라 있었다. 그렇게 낡고 조용한 골목 끝, 끝자락에는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아주 작은 라면 가게 하나가 숨어 있었다. 작고 희미한 라면 가게 하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 위 간판은 없었고, 입구에 [은하수 라면 가게]라고 적혀있었다. 그 문에는 마치 오래된 약속처럼, 빛바랜 별자리 문양이 고요하게 새겨져 있었다. 창문에는 오래된 종 풍경이 하나가 달려 바람에 흔들리며 살랑거렸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마치 오래전 기억을 되짚는 듯 가슴을 간질였다. 하루의 엄마는 문을 조심스레 밀었다.
‘끼익 - ’
낡은 나무 문이 열리자, 따뜻하고 향긋한 국물 냄새가 온몸을 감싸 안아주는 듯 은하수 라면 가게 안에 퍼졌고, 낡은 나무 테이블과 따뜻한 공기가 두 사람을 반겼다.
작고 아늑한 가게... 하지만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천장에는 작은 은하수 조명이 흘렀고, 벽면에는 오래된 별자리 지도와 은색 나침반이 걸려있었다. 마치 지구가 아닌 어느 우주 정거장에 도착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테이블마다 깃든 별빛 무늬는 가만히 보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고, 부엌 한편에는 커다란 놋쇠 냄비가 증기를 내며 부글부글 끓었다. 그리고 은하수 라면 가게 한편에 걸린 낡은 시계의 바늘이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인은 조용히 책장을 덮었다. 먼지가 내려앉은 페이지 사이로, 잊힌 별들의 이름이 사라졌다.
벽 한편에는 빛바랜 사진이 몇 장 걸려 있었고, 오래된 나무 선반이 보였다. 그리고 창가에는 말라가는 작은 꽃다발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조용한 주방 뒤 낡은 목재 창틀 너머에서 은하수 라면 가게의 주인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의 뒤쪽 선반 위에 놓인 작은 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유리병 안에는 마치 별빛을 담은 것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가루가 가득했다. 그건 마치...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옆, 누군가의 오래된 손때가 묻은 노트 한 권. 그 노트 표지에는 희미하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별에게 보내는 레시피’라고 적힌 노트였다.
그 순간, 하루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히 라면을 끓이는 곳이 아니라는 걸. 그때, 조용한 은하수 라면 가게에서 주인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별을 찾는 손님이군요.”
주방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가게 주인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깊은 밤하늘처럼 고요했고, 그의 눈동자는 깊은 밤처럼 고요했고, 은하수의 우주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입가엔 미묘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엄마는 조심스레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루는 조용히 작게 말했다.
“저....... 별맛 라면..... 먹고 싶어요......”
주인은 아무 말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작은 냄비를 꺼내 불을 올리기 시작했다. 국물이 끓는 소리와 함께 공간은 따뜻한 수증기로 채워졌다.
‘보글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 속으로 신비로운 재료들이 하나둘 들어갔다. 그날은 하루만을 위한 특별한 마법의 레시피가 시작되었다. 하늘빛 들깨, 밤가루, 라임 껍질, 보랏빛 고구마 면...
은하수 라면 가게의 주인장 윤하는 조용히 별빛 가루를 뿌리며 라면을 끓인다.
국물은 은하수를 떠올리게 할 만큼 투명하게 빛이 났다. 그 속엔 우주의 조각이 담긴 듯했다. 노란 별 모양의 어묵 하나가 정중앙에 떠올라 있었다. 마지막으로 식용 꽃잎이 섬세하게 흩뿌려졌다. 분홍색, 노란색, 하얀색 작은 꽃잎들이 별맛 라면 그릇 위에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하루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은하수 라면 가게의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먹어도 돼요?”
주인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꼬마 아이의 여행을 위한 티켓이에요.”
하루는 첫 젓가락을 들어 첫 면발을 조심스럽게 집었다. 그 순간, 따뜻한 국물의 향기와 부드러운 면이 입 안에 퍼지며 온몸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온몸에 퍼지는 따뜻한 기운이 하루를 기분 좋게 감싸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하루의 눈꺼풀이 스르륵 천천히 내려앉는 듯하더니 이내 곧 하루의 눈이 감겼다. 소년이 잠들자, 그의 꿈속에서 우주는 문을 연다.
*
눈을 뜬 순간, 하루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었다. 평행세계의 터널을 통과하며 소년은 건강한 자신을 만나게 되었다.
푸르른 하늘과 바람은 포근하게 느껴졌고, 공기는 눈처럼 투명했다. 몸은 가볍고, 숨은 깊고 편안했다. 하루의 발아래에는 별빛으로 가득 물든 호수가 보였고, 저 멀리에는 무지갯 빛 들판이 아주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하루는 두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에? 이게 뭐야.....? 서... 설마.... 나... 죽은거야?? 여긴... 대체 어디지?”
그때, 하루의 등 뒤에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의 등 뒤에는 하얗고 커다란 멋진 날개가 자라 있었다. 하루는 이 모든 순간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의 뒤에서 반짝이는 날개를 단 한 소녀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 하루야. 나는 루루야. 여긴, 네가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는 세계야. 여긴 아픔도, 끝도 없는 곳이야. “
그곳에서 만난 루루라는 아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루는 놀라움 연속이었지만 그저 이 모든 것들을 하고 있다는 것에 신기하고 감사해서 웃었다. 루루는 반짝이는 날개를 달고 있었고, 찬란하게 반짝 거리며 빛나는 정말 영롱하고 아름다운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별빛처럼 맑았다. 둘은 함께 하늘을 날았다. 구름 위를 달리고, 별빛 숲을 지나며, 아무 걱정 없이 웃었다.
"정말... 꿈이 아니야??”
하루는 속삭이면서 말했다.
루루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엔 보랏빛과 초록빛이 어우러진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반짝거리는 보석 하나가 있었다.
"이건 네 별이야. 너만의 별이지. 지금부터 넌 이 별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돼. ”
루루는 웃으면서 하루에게 말했다.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루루의 눈은 하루의 모습이 비춰져 보였다. 하루는 손을 내밀어 그 보석을 받았다. 따뜻한 빛이 손 끝에서 심장으로 스며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여긴 꿈이 아니야? 여기서.... 오래오래 살 수 있어?”
하루는 여전히 믿기지 않아서 루루에게 물어봤다.
“그럼. 당연하지! 하늘도, 바람도, 별도 모두 너의 편이야. 꿈이 아니라, 너의 또 다른 세계라고 하루야. 알겠지? 만약에 하루 네가 달콤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해보자.. 모든 음식들이 배부르게 배를 채울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음식들이 배를 든든하게 배불리 채우진 않아.. 그 어떤 음식은 너의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너의 마음과 영혼을 마음껏 날게 해 주지.”
두 아이는 함께 하늘을 날았다. 구름 위를 달리고, 별빛 숲을 지나며, 물결치는 은하수 멋진 계속을 건너기도 했다. 구름은 아주 달콤한 솜사탕 맛이 나서 하루의 기분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과도 같았다. 그리고 바람은 포근했으며, 별빛이 흐르는 강물은 손을 담그면 반짝이는 보석으로 변했다.
하루는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자유로운 기분, 태어나서 처음이야!”
하루는 루루와 함께 구름 속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구름을 맛보기도 했다. 그리고 푸르르고 멋진 풍경이 펼쳐진 들판과 숲 속을 마음껏 뛰어놀기도 했다.
*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루루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하루 넌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야....”
하루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벌써? 히잉..... 싫어... 너랑 헤어지는 것도 싫어.... 여기서 루루 너랑 더 놀고 싶은데...... 여기서 계속 너랑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마음껏 달아다니고 놀고 싶은데? 벌써 지구로 돌아가야 되는 거야?”
루루는 미소를 지으면서 하루의 손을 잡으려고 뻗었다. 하루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엔 반짝이는 보랏빛과 초록빛의 영롱한 보석이 쥐어졌다.
“이건 너만의 별이라고 말했던 거 기억나니? 하루야? 지금은 지구에서의 시간이 끝나가지만, 여기서 넌 다시 살아갈 수 있어.”
루루는 언제나 그랬듯이 상냥한 목소리로 하루의 두 눈을 바라봐주면서 예쁘게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너와 함께한 이 별의 이름은 뭐니?”
하루는 여전히 놀라운 이 모든 광경과 이 순간들이 믿기지 않았고, 루루와 함께 뛰어놀던 별의 이름이 궁금해서 루루에게 물어보았다.
“이곳의 별 이름은 네가 스스로 생각해 봐. 너의 마음속에 있어..”
루루는 하루에게 애매한 대답을 해주었다.
루루라는 친구와 어느 덧 정이들고, 친한 친구가 되었는데 헤어져야한다는 생각에 하루는 너무나 슬퍼져서 슬픈 표정으로 루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걱정 마.. 여기에서의 시간 동안 나도 너와 함께라서 행복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하루야. 넌 다시 이곳.. 너의 별로 돌아올 테니깐..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이곳 별에서의 시간이 하루 네가 왔던 다른 별 행성에는 다시 네가 ”은하수 라면 가게“에서 엄마와 함께 방문해서 맛있는 특별한 라면을 먹는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거야..”
루루는 말했다.
지구에서는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은 듯했다. 하루는 천천히 눈을 다시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스르륵 눈이 감겼다.
*
소년의 꿈이 끝난 뒤, 윤하는 별자리 지도에 하나의 별을 지웠다. 그리고 그녀는 혼잣말처럼 말한다.
"이 아이의 별은... 돌아왔네."
그 순간 하루는 천천히 눈을 떴다. 곁에는 엄마가 앉아 있었다. 조용히, 그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엄마… 나, 다녀왔어.”
하루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미소로 말했다.
엄마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입가엔 아주 작은 미소가 피어났다.
“그렇구나.. 그래그래... 우리 하루야.. 정말 고생 많았어...”
“응! 그 별, 정말 따뜻했어..”
그날, 한 그릇의 라면이 소년의 마지막 밤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
그날 밤, 하루는 병원의 딱딱한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은하수 라면 가게에서 돌아온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하루의 작은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손끝은 아직도 따뜻했고, 그 온기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처럼 하루를 감싸고 있었다. 병실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천장 위에 희미하게 번지는 형광등 불빛 아래, 하루의 입가에는 아주 작고 평화로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마치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 숨결도 고르고 잔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작게 들리던 하루의 새근새근 숨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병실은 점점 더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와 동시에, 하루의 호흡을 도와주던 인공호흡기는 불안하게 바람을 불어넣는 소리를 냈다.
“푸우... 푸우... 찍... 찍...”
고르던 그 소리가 갑자기 멎고, 대신 심장 모니터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경고음이 울렸다.
“삐이이이이이이익ㅡㅡㅡㅡㅡ”
그날 밤, 병실은 그 소리만으로 가득 찼다. 모니터 화면 속 심전도 선은 더 이상 오르내리지 않았다. 파도처럼 오르던 녹색 선은, 이젠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엄마는 그 소리에도 눈을 떼지 않고, 여전히 하루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조용히 속삭였다.
“...... 괜찮아, 하루야.... 이제 하루는 아프지 않을 거야.. 이제 정말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행복하게 매일 뛰어놀으렴.. 엄마는 널 보내주지만, 넌... 이제 하루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예쁜 별이 됐는걸.... 하루야... 하루야........ 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마워... 부족하고 보잘것없는 엄마에게 와준 것만으로 하루 너는 아주 커다란 값진 보석이고, 보물이었단다... 사랑해.. 하루야... 엄마가 우리 하루 엄청 많이 사랑해..... ”
엄마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단단했고,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웠다.
그 순간, 병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달빛과 별빛이 환하게 쏟아져 내렸다. 마치 우주가, 그리고 저 멀리 있는 별들이 하루를 위한 환송회를 열어주는 듯...
어두웠던 병실은 어느새 따스하고 눈부신 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하늘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별 하나가 새로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
한 줄기 달빛이 스며들었다.
달빛은 마치 천천히 풀어지는 리본처럼 침대 위로 내려앉았고, 바로 그 빛 속에서 반짝이는 작은 별빛들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그 별빛은 하루의 몸 위를 감싸 안았다. 작은 손끝, 볼, 가슴 위로 서서히 스며들었고, 이내 하루의 몸 전체는 투명하게 빛났다. 마치 이 세상의 육신이 점차 풀어지고, 더 가벼운 존재로 변해가는 것처럼......
하루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거긴 더 이상 병실이 아니었다.
눈앞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과 하늘, 그리고 끝없는 별의 바다가 있었다. 푸른 나무 위로 부드러운 구름이 흐르고, 발밑에는 은은하게 빛나는 별빛 강이 흐르고 있었다.
"하루야! “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루가 고개를 돌리자, 반짝이는 투명한 날개를 단 루루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 왔구나. 다시 온 거야. 여기는 네 별이야. 네가 다시 돌아온 곳이야. “
하루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루루에게 달려갔다. 둘은 웃으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하루의 등 뒤에서도 서서히 투명한 날개가 피어올랐다. 부드럽고 가벼운 날개. 그것은 이제 이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증표였다.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아. “
하루는 속삭였다. 그 말은, 마치 자신에게 보내는 주문 같았다. 루루는 별빛이 흐르는 작은 강가로 하루를 이끌었다. 그곳에는 작은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의 돛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별로 가는 길은,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으로 연결된다.”
하루는 물었다.
"엄마는...? “
루루는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엄마는 너를 항상 보고 있어. 밤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을 보면 알 거야. 그게 바로 너니까. “
그 밤, 하늘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별 하나가 새로이 심어졌다.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이, 누군가의 첫 별빛이 되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별빛은 여전히 엄마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엄마는 하루의 작고 따뜻했던 손을 조용히, 천천히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잘 가... 내 사랑, 내 별. 너는 이제 아픔이 아닌 빛으로 남을 거야.. 언젠가, 별빛 너머에서 엄마가 하루를 다시 안아줄게.... “
*
그날 밤, 오래된 골목의 ‘은하수 라면 가게’ 창문에 걸린 작은 종풍경이 바람에 울렸다. 어딘가 또 다른 여행자가, 또 다른 별의 손님이, 문을 두드리려는 듯했다.
“지구의 이별은, 저 먼 별에선 시작일 뿐이니까.”
그날 밤, 오래된 골목의 ‘은하수 라면 가게’ 창문에 걸린 작은 종풍경이 바람에 울렸다. 어딘가 또 다른 여행자가, 또 다른 별의 손님이, 문을 두드리려는 듯했다.
“지구의 이별은, 저 먼 별에선 시작일 뿐이니까.”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조용한 주방. 윤하는 국자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주방 뒤 책장 위 오래된 별자리 지도를 바라본다. 지도의 화면에는 몇 개의 별조각이 빈 공간처럼 뜨지 않았다.그녀는 손끝으로 지도의 공백을 살며시 만지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오늘은 누군가의 별이... 다시 돌아올까나...나는... 언제쯤 내 별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별이 지는 곳에서
누군가는 다시 빛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