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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쓰다미리 Feb 24. 2024

서로 다른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

ENFP아내와 ISTJ남편의 치열한 러브스토리

P. 30
사랑이란 우리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잡아줄 것 같은 연인의 자질들에 대한 감탄을 의미한다. 
사랑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다.  
라비의 사랑은 약점을 보완해 주는 강점들과 자신이 열망하는 자질들을 발견한 것에 대한 자신이 열망하는 자질들을 발견한 것에 대한 논리적 반응이다. 그의 사랑은 불완전하다는 느낌에서, 완전해지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다.      
                                                             
                                                                   P.30 알랭드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중에서

 

그동안 늘 궁금했다. 

왜 나는 나랑 정반대의 사람을 사랑했을까. 

주변을 돌아보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연인들이 자신과 반대 성향의 연인에게서 사랑을 느끼고, 그 다름으로 인한 갈등이 있음을 알고도 결혼을 선택한다. 왜 연인들은 다른 모습에 끌리는지, 왜 부부는 달라야 잘 산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 역시도 8년의 연애 기간 동안 우리가 다름을 모르지 않았고, 그로 인해 몇 번의 헤어짐이 있었지만 결국 영원히 이 남자만을 사랑하겠노라 약속하며 결혼을 했다. 아마도 그때는 결혼해서 맞추며 살다 보면 비슷해지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비슷해지기는커녕 우리는 점점 더 N극과 S극을 향해서 달려갔고, 가장 힘든 것은 아이를 바라보는 양육방식과 삶의 가치관의 차이를 좁힐 수가 없을 때였다.


그런데 영원한 미스터리일 것 같았던 우리가 사랑에 빠진 이유를 알랭드보통 덕분에 알았다. 

나는 나의 약점과 불균형을 바로 잡아서 완벽한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만드는 남편을 사랑했던 것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내가 놓치는 것을 잡아주고,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사람. 남편이 연애 시절 해줬던 말 중에 가장 설렜던 말은 “네가 걱정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였다. 잘 넘어지고, 잘 잃어버리고, 자주 아프던 나에게 내밀던 남편의 손은 늘 따뜻했다. 


P. 35
사랑은 우리의 혼란스럽고 창피하고 당황스러운 부분을 우리의 연인이 다른 누구보다,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드러난 순간 최고조에 달한다. 
커스틴의 사랑 그 중심에는 라비가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묻어둔 상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은 갈망이 자리한다. 


나 또한 그 사람이 갖지 못한 다른 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었고, 남편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주고 싶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남편은 항상 밝고 활짝 웃는 나를 사랑해 줬고, 나는 남편을 웃게 해 주기 위해 더 크게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여 완벽한 하나가 되는 것을 꿈꾸며 결혼을 했지만, 결혼 후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겠다는 초심은 사라지고, 서로의 약점을 헐뜯으며 완벽한 둘이 되어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을 하고 몇 년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남편과 나의 다른 점으로 인한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말해봐~ 이 상황에서 그게 맞아?”라고 도대체 둘 중에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 건지, 아니 그냥 무조건 내 편이 되어달라고 상대방을 들들 볶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내의 역할을 하는 내 친구들은 우리 부부의 상황에서 10명이면 10명 모두 남편의 손을 들어주었고, 자신의 남편과 똑같은 행동과 똑같은 변명을 늘어놓는다며 나에게 자기 남편의 잘못까지 뒤집어 씌우며 나를 몰아붙였다.


 이후, 나는 친구들에게 기대하는 대신 남편의 친구들을 공략하여 도대체 아내의 습성을 가진 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 화장지를 다 쓴 후 휴지심을 밖으로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거나, 화장실 불을 바로 끄고 나오지 않았다거나, 세탁기에 세제를 너무 많이 넣었다거나, 내가 한 설거지가 맘에 안 들면 자기가 하면 될 것을 매번 나를 시키는 이유 등에 - 대해 답이 없는 성토의 시간을 가졌다.           

  

<p.77>
라비의 상상력에는 현재 연루되어 있는 이런 부부간의 불화를 이해할 공간이 없다. 이견, 대화, 절충에 이론상 충분히 대비했지만, 이렇게 완전히 바보 같은 일에는 그러지 못했다. 이런 사소한 문제로 이토록 심하게 다퉜다는 얘긴 듣지도 읽지도 못했다.    


그래서 한 때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결혼을 앞둔 지인들에게 결혼생활의 어마어마한 반전에 대해 수없이 경고를 해주었지만, 하나같이 귀 담아 듣지 않거나, 결혼 전의 나처럼 ‘내 애인은 너와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된 후 에는 입을 닫았다. 대신 이제는 주변의 지인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아주 흐뭇한 미소로 “그래. 이 세계에 들어온 걸 환영해. 결혼식 끝나고 6개월 후에 꼭 나를 만나줘”라고 얘기한다.  6개월 후 다시 만난 그들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아 진짜~~ 완전 짜증 나~~”로 시작할 때면, 속으로 “그렇지~~ 시작됐~스”를 외친다.     

 작년에 남자팀원이 결혼식 준비를 할 때 자신만만하게 “저는 친구들한테 결혼 생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환상 같은 거 없어요. 그래서 저는 자신 있어요. 여자친구가 저보다 똑똑해서 그냥 저는 말 다 들을 거 에요. 그럼 싸울 일이 뭐가 있어요?”했다. 그때도 흥분하지 않고 흐뭇하게 웃으며, “그래~~ 파이팅이야!!”라고 얘기해 주었고, 1달도 채 되지 않아 “아~ 팀장님, 진짜 와~~ 이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라고 얘기했을 때는 속으로 악마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알랭드보통은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라고 말하며 

    

커스틴도(약속시간 1시간 전에 출발해야 하는) 시간을 엄수하는 자신의 태도를 면밀히 들여다봤다면, 라비에게 가슴 뭉클한 연설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린 건 결국 공포 증상이야. 그게 내가 무질서하고 놀라운 일이 가득한 세계에서 불안과 정체불명의 지독한 두려움을 지우기 위해 개발해 낸 기술이라고. 안전의 욕구와 다르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걸 고려하면, 비록 조금이지만 그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아? 온전한 정신을 지키려고 하는 나만의 미친 방법인 거야”

라고 설명을 했더라면, 라비는 약속시간 2시간 전에 나가자고 할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작고 사소한 다툼을 할 때마다 “사실 내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나의 결핍에서 시작된 일이야. 사실 말이지”라고 말하는 나를 떠올리며 온몸을 부르르 떤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누구보다 남편 앞에서 나의 성격의 결함이, 나의 고집의 이유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 때문인지, 당신이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얘기하고 시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인데, 오히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는 쉽게 말할 수 있는 나의 아픔과 부족함을 가장 가까운 남편에게는 꽁꽁 숨긴 채, 혹여나 들킬까 봐, 혹은 이미 들켜버렸을 때 그렇게 날을 세우며 아닌 척, 15년을 살고 있으니 부부의 문제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해결되지 못하는 건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들이 크고 작은 다툼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알랭드보통에 따르면 두 개의 믿을 만한 치유책 덕분이라고 한다. 첫째, 나쁜 기억력. 둘째, 보다 추상적이지만 그들보다 월등히 더 강하고 인상적인 힘들이 가리켜 보여준 그들의 미미함에 보다 기꺼이 웃어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절대 다시는 남편과 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할 건지, 아이와 관련된 어떤 선택 상황을 결정해야 된다거나, 시부모님이 영상통화를 걸어왔을 때 사이좋은 척 웃고 나면 자연스럽게 건넨 한 두 마디로 어느새 우리가 싸운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게 되고, 우리는 또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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