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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Oct 24. 2021

기억하고 싶은 밤

가족과 함께한 호캉스

노라 존스의 카페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느때와 같이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세팅하였지만, 오늘은 특별히 호텔방이다. 시어머니의 코고는 소리는 이어폰 넘어로 들리고, 아들과 남편은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와 노근노근함을 즐기며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침대로 바로 들어가 눕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미리 데스크에 노트북을 세팅해두길 잘 한 것 같다. 글을 써야 하는 환경을 준비해두니 몸은 당연한 듯 반응한다. 그리고 이 행복한 순간을 글로 꼭 남기고 싶었다. 


언젠가 혼자 글을 쓰러 호텔에 오고 싶다는 상상도 해본다. 창 밖 뷰가 예뻤으면 좋겠고, 책상이 창을 향해 있는 방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전망욕조가 있는 방이었으면 한다. 

오늘은 창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싶었지만 방배치상 책상이 벽을 바라보고 있어서 아쉬움이 있다. 아름다운 야경은 어머님이 주무시는 엑스트라베드 옆 암막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아까 실컷 봐두었던 야경을 상상하며 글을 쓴다.  


일년에 한번씩은 이렇게 온가족이 호텔에 온다. 오늘은 특별히 남편의 생일에 맞춰 예약을 해두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좋아하는 사우나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욕조가 있는 방이어서 욕조에 물을 담고 찻잎도 우려내어 몸을 풀 수 있었다. 전망욕조가 있는 방은 추가 요금이 발생해서 포기 한 것이 아쉽지만, 욕조에 물을 받고 핸드폰없이 멍하게 있었던 순간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 컷 낸 호텔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호텔 건물 주변의 조명 장식들이 여느때보다 더 반짝거리며 예뻤었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왔을때도 하루밤 쾌적하게 지내다 갈수 있었어서 참 좋았는데, 오늘은 유난히 반짝이던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라운지에서 샴페인을 한잔 하면서 남편과 했던 이야기들도 기억에 남는다. 올한해 우리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산에도 갔던 추억들이 너무 좋았다고… 정말 잘 한것 같다고 말이다. 부부가 같이 즐기는 경우가 드문데 내가 생각보다 즐기고 잘 해서 좋다고 한다. 나야말로 남편을 만나서 안하던 달리기도 하고(자전거 타기전엔 달리기였다) 자전거도 타고, 산에도 가는데, 의외로 내가 더 즐기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다고 했다. 남편은 내 다리가 튼튼해서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 아닌 농담을 하며 겨울산에 또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지 제안한다. 결국 한번은 더 가겠구나 싶다. 내년 봄엔 지난 라이딩때 발견한 벗꽃길에 꼭 가자고 계획하였다. 강변을 따라 벗꽃길이 예쁘게 나있던 그곳에 갈 계획도 세우고, 등산과 캠핑도 해보기로 했다. 


이제는 남편까지 코를 곤다. 어머님과 번갈아가며 돌비 서라운드 같기도 하다. 아이는 혼자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즐기는 듯하다. 이럴땐 먼저 남편이 먼저 자주어서 고맙다. 같이 할 때 하고 혼자만의 시간도 확보되야 서로에게 좋은 것 같다. 내일은 투숙객에게 무료 예약이 된다는 회의실을 빌려볼까 한다. 회의실에서 같이 책읽기를 하면 좋겠는데, 아이와 남편이 따라와줄까 모르겠다. 어머님도 계셔서 심심해 하실까봐 쉽진 않을 것 같다. 무료 서비스와 어매니티는 악착같이 챙기는 나로써는 꼭 해보면 좋겠는데 말이다. 아이에게 의사를 묻자, "굳이요?"라고 한다. 이번에 못하면 호텔 회의실에서 가족 독서하기를 버킷 리스트에 넣어둬야 겠다. 


                                                                                                              -2020년 가족과 함께한 호텔방에서-






호텔이 직장인지라 연차를 반납하면 리프레쉬 쿠폰(숙박권, 식사권 등으로 구성된 직원전용 상품권)으로 투숙이 가능하다. 그렇게 일년에 한번씩은 가족과 함께 호텔에 갔었다. 그런데 올해는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든다. 죽느냐 사느냐까지는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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