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받아들이며 회복해가는 과정
한때 나는 내 의지와는 다른 내 이름이
나를 속박한다고 생각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게 주어진 다양한 그 이름들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대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이름이 주는 기대와 무게가
나를 왜곡시키고
내 길을 막는다고 여겼다.
그래서 내 이름을 싫어했다.
스스로 이름을 부정한다는 것은
곧 내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었다.
내 이름을 부정하면,
온전히
나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름을 벗어던져도,
나는 여전히 나였다.
그리고 이름을 부정할수록
점점 더 나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듯
우리가 자기부정을 통해
당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하지만
그 부정은 오히려
우리 내면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나 역시 그랬다.
이름을 피하면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았지만
오히려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렇게 방황하던 중,
나는 내 이름을
완전히 떼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지 깨달았다.
이름을 부정하고 도망칠수록
내 이름은 더욱 선명해졌다.
나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나는 오히려 그 이름과 더욱 깊이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름을 외면해도
그 이름에 담긴
내 모든 경험과 감정은
더욱 선명해졌다.
내가 부정했던 그 시간까지도
모두 전부 나였다.
이제 나는 내 이름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정하기보다,
그 속에서
나를 회복하는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리적으로 자기 수용은
치유를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다.
내가 내 이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 담긴 모든 순간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나는 나 자신을 바로 보고
회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름을 되찾는 것은,
곧 나를 되찾는 것이었다.
이름을 찾는 과정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이름 속의 모든 시간과 흔적을
스스로 치유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나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과거의 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로서 나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을 되찾는다는 것은
곧 나를 되찾는 것이다.
당신은 아직도 스스로를
부정하고 있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