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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나 Oct 19. 2024

내 이름의 유산

부모님이 주신 이름과 기대

부모님은 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까?

내가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그저 내 이름은 왜 이리도 흔할까,

왜 이 한자를 썼을까 정도의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이름을 지으면서

며칠밤을 고민해 보니

이름 속에 담긴 부모님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그렇다.

우리의 이름 속에는 

부모님의 기대와 희망이 담겨있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물론 그 마음이 나를 짓누를 때도 있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두려웠고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가야 한다는

착한 맏딸의 이름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첫 직장을 입사하며 시작한

3년 적금이 만기 되고

통장을 손에 넣고 

뿌듯해한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집에 큰돈을 보태야만 했을 때,

나는 그 무거운 짐을 

더는 짊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만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

내 이름이 부모님의 꿈을 담은 이름이 아니라

나를 대변하는 이름이 되길 바랐다.


부모님의 기대와 나의 선택 사이에서

늘 기로에 서있었고, 방황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시간 보내면서 

나는 깨달았다.

내 이름은 부모님이 주신 기대라기보다

사랑이 담긴 유산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라는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이제야 조금씩 연습 중이다.

내 이름을 바로보고

그 이름 속에 담긴 사랑과 지지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말이다.


내 이름은 나의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내 이름을,

내 인생을 사랑하는 길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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