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주신 이름과 기대
부모님은 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지었을까?
내가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그저 내 이름은 왜 이리도 흔할까,
왜 이 한자를 썼을까 정도의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이름을 지으면서
며칠밤을 고민해 보니
이름 속에 담긴 부모님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그렇다.
우리의 이름 속에는
부모님의 기대와 희망이 담겨있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물론 그 마음이 나를 짓누를 때도 있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두려웠고
부모님이 원하는 길을 가야 한다는
착한 맏딸의 이름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첫 직장을 입사하며 시작한
3년 적금이 만기 되고
통장을 손에 넣고
뿌듯해한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집에 큰돈을 보태야만 했을 때,
나는 그 무거운 짐을
더는 짊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만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
내 이름이 부모님의 꿈을 담은 이름이 아니라
나를 대변하는 이름이 되길 바랐다.
부모님의 기대와 나의 선택 사이에서
늘 기로에 서있었고, 방황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시간 보내면서
나는 깨달았다.
내 이름은 부모님이 주신 기대라기보다
사랑이 담긴 유산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라는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래서 이제야 조금씩 연습 중이다.
내 이름을 바로보고
그 이름 속에 담긴 사랑과 지지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말이다.
내 이름은 나의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내 이름을,
내 인생을 사랑하는 길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