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패키지여행으로 간 태국 여행(2)

패키지여행은 마치 뷔페 음식 같았다.

by alerce

패키지여행은 거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70프로를 차지했다. 계속 늘어진 고속도로를 달려서 내리기만 하면 유명 관광지에 도착해 있었다. 동남아 여행이 그렇게 덥고 습하다는데 관광버스가 에어컨 풀가동을 해주어서인지 내 기억 속에는 얼음장 같았다. 난 차가운 공기 속에서 계속 담요를 덮고 잠만 잤다. 난 위험해서 투어를 신청한 것이지, 딱히 사람들과 어울릴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같이 투어 하는 분들께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해도 좋을 것을 혼자서 셀카만 찍으며 다녔다.


패키지 투어에는 다 같이 온 단체 40대, 50대 어르신들이 많았다. 40대 친구분들은 늘 밤새 술을 먹고 관광버스에 화기애애하게 오르시곤 했고,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이나 질문에도 늘 수학여행 온 학생들처럼 대답하고 즐거워하셨다.


50대인지 60대인지, 효도관광으로 오게 되셨다는 분들도 있었다. 나도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저렇게 효도 관광을 해드릴 수 있었을까.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파인애플 농장에 도착하자 어르신들이 '여기 사람들은 부지런하게 잡초를 뽑지를 않네.. 이렇게 게으르게 농사를 지어도 자연환경이 좋아서 과일이 아주 달달하구먼'이라 말하시며 태국인들의 농사를 지적하시는 것을 듣고 근면한 한국인의 얼이 느껴져서 혼자 웃음을 짓기도 했다.


태국이라는 나라는 이 패키지 투어 덕에 그다지 내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 같다. 태국의 어떤 관광적 이미지만 쓱 훑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난 지금 똠얌꿍을 정말 좋아하는데, 당시에 먹은 식당의 똠얌꿍이 너무 맛이 없었어서 나에게 3년 넘게 그 음식은 절대 시키지 않는 메뉴 카테고리에 올려져 있었다. (지금은 정말 정말 꼭 시키는 메뉴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내가 태국의 한 면만 보게 했던. 어쩌면 오해하게 했던 이 패키지 투어를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난 여행을 간 것보다 패키지 투어라는 경험을 꽤 재밌게 즐겼다. 단지 나에겐 한 번이면 족할 경험이었을 뿐.


패키지 투어였기에 코끼리고 타고, (지금의 나라면 불쌍한 코끼리 위에 타지 않을 것이다.) 파타야 섬도 가고,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는 수중 걷기도 했고, 트랜스젠더들이 나오는 성인쇼도 보고, 농가에 가서 파인애플과 두리안을 먹었다. 빨리 감기를 한 듯이 지나간 일정들. 하지만 그중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추가 비용을 내고 받았던 고급 안마였다. 내 인생에서 제일 고급스럽고 행복한 안마였다고 기억한다. 패키지 투어가 아니었다면 아직 어리고 운전도 안 해봤던 내가 그런 고급스러운 독채 안마를 찾아갈 기동력은 없었을 것이다. 음, 나에겐 그런 별미도 있고, 별로였던 음식도 섞여있는 뷔페식당 같은 것이 패키지여행이었다.


난 원래 뷔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먹지를 못해서 나에겐 차라리 잘 차려진 별미를 잘 곱씹는 것이 더 맞는다. 여행도 그랬다. 그래선지 다시는 패키지여행을 가지 못했나 보다. 하지만 그 경험은 그렇기에 유일하고, 소중하게 내 기억 속에 살아있다. 패키지여행은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아주 잘 맞는 여행 방식일 것임을 안다.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패키지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다신 안 갈것이기 때문이다.)

keyword
이전 19화여자 혼자 패키지여행으로 간 태국 여행(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