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향하는 곳
몇 번의 배영 강습 시간이 지나니 물 위로 눕는 공포가 어느 정도 극복 되었다. 배영의 공포가 극복되니 그나마 괜찮다고 여겼던 자유형에 문제가 생겼다. 강사로 부터 하도 지적을 많이 들어 머리로는 팔을 어떻게 돌리고 발차기는 어떻게 해야 하고 숨은 언제 쉬어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았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리커버리 할 때 팔이 구부러지는 것은 여전했고 숨 쉴 때 고개가 높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것보다 문제는 몸통이 지나치게 많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팔을 돌릴 때 어깨를 돌려 주어 ‘롤링’해야 팔이 구부러지지 않는다. 이 ‘롤링’은 숙련이 되면 팔 동작과 함께 시너지를 내어 빠른 속도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하는 동작이이라고 했다. 팔을 돌릴 때 팔만 돌리지 않고 함께 몸통을 돌려 주는 동작인데, 특히 왼팔을 돌릴 때 몸통이 심하게 돌아 리커버리 할 때 왼팔이 반대편으로 더 넘어가며 중심을 잃는게 문제였다. 지적은 받았지만 수정은 되지 않았다. 신경을 쓰면 쓸수록 중심이 더 흔들렸다. 중심이 흔들리니 리듬이 깨지고 숨 쉬는 동작에 더 힘이 들어가 숨을 쉰 후 물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다음 동작에 무리가 갔다. 발차기로 중심을 잡으려 힘을 주다 보니 무릎이 더 많이 구부러져 물 밖으로 발이 튀어 나와 허공을 발로 차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돌아가는 몸을 잡기 힘들었다.
그렇게 허우적 거리며 다시 몇 번의 레슨이 지나갔다. 다행히 배영 동작은 어느정도 익숙해져 갔지만 자유형 할 때 돌아가는 몸통은 좀처럼 해결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강사가 머리가 흔들린다며 머리가 흔들리면 중심이 흔들리니 머리를 딱 고정하고 수영 할 때 시야를 더 아래를 쳐다 보라고 했다. 머리를 조금 더 숙이고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목에 힘을 주고 팔을 돌렸다. 팔을 돌릴 때 몸통이 휙휙 돌아가 숨쉴 때 천장이 직선으로 보였는데, 왼팔을 돌릴 때 오른쪽으로 휙휙 넘어갔는데, 그래서 중심히 흐트러져 다음 동작이 무너지곤 했는데, 머리에 힘을 주고 고개를 아주 조금 아래를 향했을 뿐인데 중심이 잡혔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나아지지 않던 증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강사는 내게 머리가 중심 축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라며 조금만 더 신경쓰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머리가 향하는 곳이 내가 나아가는 길이다. 머리가 위 아래로 흔들리면 온 몸이 위 아래로 흔들리고, 머리가 좌 우로 흔들리면 온 몸이 좌 우로 흔들린다. 머리가 고작 몇cm 흔들려도 온 몸은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나비 효과도 이런 나비효과가 없을 정도로 머리는 수영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수영을 배울 때 발차기를 하고 팔을 돌리고 숨쉬기를 연습하지만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머리의 작은 움직임이 팔돌리기와 발차기의 큰 움직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연하다 생각하고 별일 아니다 생각했던 움직임이 수영 전체를 뒤 흔들고 이었던 것이다.
머리가 향하는 곳이 내가 나아가는 곳이다. 머리가 중심을 잡아야 몸 전체가 중심을 잡는다. 자유형 뿐 아니라 배영도 머리의 작은 움직임이 큰 역할을 했다. 머리를 조금 더 뒤로 누이면 상대적으로 다리에 힘을 덜 주어도 물에 잘 뜨지만, 고개를 조금 더 앞으로 내밀면 다리는 속절없이 가라앉는다. 머리로 중심을 잡고 나니 강사는 내게 배에 힘을 주고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해 보라고 했다. 머리와 배가 중심을 잡으면 팔과 다리에 힘이 더 잘 분산되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수 있게 된다고 했다. 아직도 한번씩 머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기초반 이지만, 배에 힘을 준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 하기 힘든 기초반 이지만, 머리를 흔들면 몸 전체가 얼마나 흔들리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리의 힘과 팔의 힘으로 극복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디 수영 뿐이랴.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중심을 잡는 것. 사소해 보이지만 기본이 되는 것을 소흘히 하면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 살아가며 꼭 기억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괜히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중심을 잃고 흔들거리지 말고 중심을 잡고 가야할 길을 정해 올곶게 걸어가도 힘든 세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