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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inJ Feb 13. 2024

일기일회

꿈이었나?

에카 파다 비파리타단다아사나가 다시 되지 않는다.


사실 주말만 쉬어도 월요일 아침이면 늘 몸이 찌푸둥하고 뻣뻣했는데 설 연휴로 4일을 쉬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 수련을 했는데도 여전히 한 건 티가 안 나는데 안 한 건 티가 팍팍 난다는 게 다소 부끄럽지만.


자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형벌을 생각하게 된다. 사는 일이 정말 시시포스의 그것처럼 끊임없이 돌을 밀어 올려야 하는 벌인가 싶어서다. 반복되는 매일도 힘겹지만 점점 그 돌의 무게는 더 무겁게 느껴지니까.


며칠 쉬다 수련하면 몸이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왼쪽 허리가 불편하다. 왼 다리 힘도 여전히 부족해서 양다리에 고루 힘을 나누는 게 쉽지 않다. 등의 힘도 부족하고 가슴은 완전히 열리지 않아 낙타자세라 불리는 우스트라아사나에서 목을 꺾게 되어 머리까지 완전히 호흡이 들어가지 않아 약간의 어지러움과 상기증이 생긴다.


전쟁 같은 명절도 반복이다. 양가 모두 지방이라 이동 자체가 부담인데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시댁에 도착했더니 시작부터 연휴 마지막날급 피곤이 몰려온다. 누군가는 여행을 하거나 외식을 한다는 뉴스를 먼 나라 세계 뉴스 보듯 보며 먹지 않을 전을 부치고 먼지 쌓인 제기를 닦아 제사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다.


결혼 초에 비하면 부쳐야 할 전이 많이 줄었고 여전히 조수 역할만 하는 며느리 입장에선 열심히 설거지나 도와드리는 정도지만 왜 여전히 제기가 30개 이상 나오는 설거지산이 되는 건지 몹시 억울한데 차마 입 밖에 내진 못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피부에 와닿는 명절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집으로 돌아와도 곧바로 끼니 고민부터 밀린 빨래와 청소로 복귀하는 삶에 이내 현타가 오지만 일단 4일 만에 수련을 하며 호흡에 집중하려 애쓴다.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하게 호흡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일보 진전하면 이보 후퇴하는 몸이라 후퇴한 몸을 감각하면 역설적으로 유지를 하고 있던 게 곧 미세한 진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한 다리씩 들 순 없지만 다행히 두 다리를 주욱 펴서 아치 자세, 드위파다 비파리타 단다 아사나까지는 가능하다. 예전에는 등에 힘이 없고 가슴이 열리지 않아 이 아사나에서 깍지껴 뒤통수에 대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호흡을 가다듬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비록 시시포스 형벌의 운명을 타고난 인생일지라도 그 흐름에 올라타 흘러가보리라는 조금은 담담한 마음이 되어. 밀물 썰물처럼 일보 진전하면 이보 후퇴한대도 이 파도는 늘 새로운 것일 테니 힘겨운 매일의 진전과 후퇴도 모두 하나뿐인 소중한 것들이다 싶어서.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평생에 이뤄지는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뿐인 일. 이 말은 차 마시는 행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다도茶道에서 쓰인다. 어제도 차를 마셨고 엊그제 역시 차를 마셨지만, 차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임을 가슴에 새겨 차 한 모금을 아주 새롭게 음미한다는 마음의 자세다.


조원재, 31p, <삶은 예술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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