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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Apr 16. 2024

예쁜 접시를 사는 이유, 이제야 알았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아내가 평일에 쉬는 날이 하루 있었습니다. 그날 저도 휴무였기에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좋을까 생각했는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그릇 사러 가기'였습니다.


예전에 한 번 다녀왔던 그릇 할인 매장에 가자고 말을 하니 좋다고 합니다. 여성들에게 접시는 꽤 중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이죠. 저는 사실 신혼 때는 예쁜 식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릇이란 무릇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용도만 갖추면 충분하지 않냐는 입장이었죠. 


게다가 아내가 장모님이 주신 선물이라면서 박스에 있는 식기들을 고이 모셔서 주방 수납장에 모셔놓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성별 간의 대결을 원하지는 않지만 남성들도 남자들만의 불필요한 지출이 있듯 여성들도 그런 영역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접시에 쓰는 돈이라 여겼습니다. 음식 담는 그릇에 무슨 귀하고 천함이 있느냐고 말이죠.





그런데 그 생각은 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제가 요리를 하고 그 과정을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였죠. 요리를 하면서 요리하는 과정을 글로 쓰기 위해서는 사진을 남겨야 하는데 결국 가장 중요한 영역은 마지막에 접시에 음식이 담긴 사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접시를 신경도 쓰지 않다가 마지막에는 집에서 가장 깔끔한 접시를 찾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제가 그릇을 사러 가자고 아내에게 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죠.


40여 분을 달려 성남에 있는 매장에 도착해서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서 구경하고 계시더군요. 3~4년 전에 왔을 때는 지겹다고 아내에게 얼른 고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제가 고르기 시작합니다.



예전에 샀던 그릇들 중에 깨진 것들을 사려고 했더니 아내가 극구 사양합니다. 제가 주도해서 왔지만 결국 선택은 아내의 몫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왔을 때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바로 고가의 식기들이었는데요.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15,000원 짜리도 있고요.

500,000원 짜리도 있습니다.

880,000원도 넘어갑니다.

여기서 끝인 줄 알았지만 1,590,000원짜리도 하나 발견합니다. 딱히 거부감이 들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이 브랜드나 디자인에 대한 소비가 존재하니 공급도 있을 테니까요.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욕심이 나는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와서 구경 잘하고 몇 가지 아이템도 얻은 뒤 글감까지 잘 챙겨서 돌아왔습니다.




요리에서 그릇은 단순한 용기로서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기능성과 함께 요리를 한 사람의 정성과 의도가 담겨 있어서죠. 어떤 조사에 따르면 샐러드를 담은 모양새에 따라 지불하려는 금액에 3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어떤 접시에 어떻게 담느냐고 결코 작지 않은 영역인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그릇 탐방기는 꽤 제게 많은 가르침을 내려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요리를 할 때 이런 마무리에도 신경을 잘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으니까요.


한 줄 요약 : 역지사지를 가장 잘 실천하려면 그 일이나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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