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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학교에 퍼지는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포비아

by 페르세우스 Ma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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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최근 학교에서 충격적인 알리미가 도착했습니다. '수련활동 운영 변경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이었는데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원래 2박 3일로 갈 예정이었던 수학여행(소규모형 교육여행)을 비롯해 수련회가 취소되고 대신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현장체험학습으로 대체한다고 말이죠.


이 내용을 접한 학생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학부모들도 당황스러웠죠. 공식적으로 외박하고 공부도 안 하며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었으니까요. 정확한 내막도 알지 못해서 제게 문의를 하시는 분도 많았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지라 저도 이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3학년 부장님과 연락이 닿아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2022년 11월 춘천에서 속초시 노학동의 한 테마파크로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운전기사, 인솔교사와 보조교사가 재판에 넘겨졌죠. 1심 재판부는 안전 업무나 위험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보조교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합니다.


하지만 인솔교사에게는 학생의 대열 이탈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인데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죠.




문제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교사는 '당연퇴직' 절차를 밟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죠. 이 판결로 인해 교원단체들도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며 반발이 거셌습니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의견 중에는 이런 상황이라면 아예 체험학습 자체를 없애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말도 많았다고 합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1%나 되는 선생님들이 현장체험학습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하니까요.


이 결과만 봐도 그동안 일어났던 많은 사건사고들로 인해 교원 조직이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외부에서의 다양한 활동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교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재판 결과가 나오다 보니 일선 학교들은 혼돈에 빠지고 말았죠. 결국 일선 교육청들과 학교들이 올해 차량으로 외부로 이동해서 하는 활동에 부담을 느껴 이를 취소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초등학교의 현장체험학습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는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곳 속출하고 있죠. 재작년에도 노란버스법으로 인해 한 번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생기니 안타깝습니다.




저희 학교도 선생님들이 모여서 여러 번 격렬한 토론을 거쳤다고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취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만약 활동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을 때 구성원 간에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외부활동을 한다고 해서 이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판결로 선생님들이 가지는 두려움은 더 커졌습니다. 그동안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았으니까요. 결국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솔교사가 교직을 내려놔야 할 정도로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판결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더 침체되고 말았습니다.



아직 못다 핀 학생에게 일어난 사고는 정말 안타까운 비극입니다. 부모님들이 겪는 아픔은 짐작조차 할 수 없겠죠. 한편으로는 선생님에게 강한 책임을 지우는 행태의 해결책은 교육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방향의 결정인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이미 선생님들의 사기와 교권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해 있는 상황입니다. 그 피해는 선생님들만의 몫이 아니라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함께 감당하고 있죠. 현장체험학습 취소 사태도 그런 맥락에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합리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빌어봅니다. 조금만 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배려도 함께 늘어나야겠죠.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이 나라 교육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인 선생님들의 열정과 사기가 더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줄 요약 : 부모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절대 행복하지 않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행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인솔교사유죄 #현장체험학습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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