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2월 말 건강이는 1년 넘게 다녔던 바이올린 레슨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학업 부담이 늘어나서였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서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그동안 애쓰셨던 바이올린 선생님께 롤케이크도 하나 선물해 드리고 작별 인사를 나눴죠.
사실 이렇게 개인 레슨을 그만두게 된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습니다. 건강이가 2학년 때 학교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 어느 정도 악기 연주에 대한 감이 유지되리라는 믿음이 있어서였죠. 악기만큼은 중학교 때까지는 손에서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그동안 행복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플루트 파트에서 오케스트라에 참여해서 연주회도 했었고 건강이는 바이올린으로 중1 때부터 동아리 활동을 해왔습니다.
정서적인 안정을 이끌어주는 장점도 있지만 건전한 취미활동으로서 평생 간직할 수 있어서였죠.
그리고 중국 베이징 사범대학 연구팀에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일수록 언어, 계획, 시간관리 등을 담당하는 두뇌 중추가 더 발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는 점에서 악기는 매력이 많았죠. 제가 썼던 <파이브 포인츠>에서도 악기에 대한 중요성을 다룬 꼭지가 따로 있기도 합니다.
거기서 다뤘던 카이스트 학생들 이야기는 꽤 널리 알려져 있죠. 가장 부모님께 고마워하는 점이 바로 '악기를 배울 수 있게 해 준 점'이라는 부분은 제 의지를 다져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에 오케스트라 활동 문제로 난감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개별 신청 동아리로 신청 기간에 오케스트라로 접수를 해놓고 있었는데 오디션 하루 전 아이들이 하고 싶지 않다는 폭탄선언을 해서였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시간과 비용에 대한 아까움이 가장 컸죠. 거기에 이제는 아이들에 대한 일들을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서운함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화가 났던 포인트는 따로 있었습니다. 하루 전에 그런 결정을 했음에도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는데요. 제가 동아리 목록이 적힌 종이를 출력해 와서 하나씩 이야기해 봤습니다. 어떤 생각인지 알아봐야 하니까요. 그런데 다 싫다고 말하고 그냥 아무 동아리나 하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싫은 소리가 어쩔 수 없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밖으로 나와서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는 좀 차분해지더군요. 집에 들어간 뒤 아이들에게 다시 20여 분 동안 조곤조곤 차분하게 열변을 토했습니다. 화가 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이들이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었으며 왜 오케스트라를 했으면 좋겠냐고 말을 했는지에 대해 열심히 떠들었죠.
그러고는 그만둬도 좋지만 적어도 무슨 일이든 대안은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죠. 녀석들도 다 듣더니 도서반 활동에 대해서 알아보고 신청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답을 해줬죠.
그런데 자기 전에 갑자기 주섬주섬 뭔가를 찾더니 악기를 꺼내더군요. 아이들이 그 이후에 둘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도서반 활동이 생각보다 힘들 듯해서 그냥 오케스트라를 한 해 더 하는 편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린 거죠.
제 말을 이해하고 스스로 고민해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냈다고 하니 다행스럽기는 한데 반나절 정도 진을 빼놔서 그런지 마냥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오케스트라 활동의 장점에 대해 설명한 내용 중에 이미 알려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처음 들었던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반성을 해봅니다. 글에는 실컷 써놓고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려는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이 되어서였죠.
이제는 저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피아노 레슨을 알아보기 위해서죠. 둥이들에게 악기 연주가 많은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을 해놓고 저는 입으로만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고 해왔으니까요. 학원에 전화를 돌려서 어른도 가르쳐 주냐고 물어나 봐야겠습니다.
이번처럼 말로 아이들을 설득하는 일은 어린 시절에는 충분히 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부모가 몸소 실천하지 않는다면 다음번에 이야기할 때는 효과가 얻기 어렵지 않을까요?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질 테니까요.
제 경험상 일기도 그러했고 독서도 그러했으며 집안일도 그러했으니 이번에도 저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화답을 해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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