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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끝에서 말하는 시작

by 모즈

시작은 고흐의 '아몬드 나무'였습니다.


고흐는 조카의 탄생 소식을 듣고 아몬드 꽃을 그려주기로 해요. 그런데 왜 아몬드 꽃이였을까요? 해바라기도 튤립도 수선화도 아닌 아몬드 꽃 말이예요.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살짝, 알 수 없는 짜릿함 같은 것이 일렁였습니다. 꽤나 긴 시간 그림을 좋아했어요. 그림은 저의 휴식처이자 제 영감의 원천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그런데 단 한 번도 그림에 의문을 가졌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좁게는 화가의 생애에 관한 것 부터 넓게는 왜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나 하는 연유와 시시콜콜한 뒷 이야기까지도요.

그래서 한 번 그림을 파헤쳐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물론 미술 전공도 아닌 제가 그 방대한 서사를 모두 알리는 없으니 범위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꽃 입니다.


플로리스트인 저에게 꽃은 '정체성'입니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고, 한편으론 두려워하는 존재이지요. 그림 속 꽃에 관한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든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혹시나 들어주는 이가 없더라도 그저 드문드문 생각날 때 마다 찾아보고 써 나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북이 아닌 매거진으로 가볍게 써 간 것이예요.

그렇게 막상 시작은 했는데, 품이 많이 드는거예요. 무엇보다 사실에 기인한 내용이어야 하니 자료를 찾고 검증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로 했어요. 게다가 과연 화가의 마음이 이게 맞을지, 고작 나의 감정이 이입된 것은 아닌지 몇 번을 검토하고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포기한 글과 그림들도 많았고요.

역사적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자기검열에 철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꽃과 그림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 더 없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어요. 다만 새롭게 써질 이야기들은 더 잘하고 싶어요. 부족한 저의 글 솜씨가 하루 아침에 좋아질리는 없으니 빼어나게 좋은 글은 될 수 없겠죠. 그저 좀 더 체계적이고 이야깃거리가 풍성하고, 무엇보다 앞으로의 글에는 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담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여기서 묶기로 하고 준비해서 곧 두번째 편으로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아참, 그래서 고희는 왜 아몬드 꽃을 그렸냐고요?

저의 글 '아몬드 꽃'을 읽어 주세요 :)


곧 다시 뵙겠습니다.

그림 읽어주는 플로리스트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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