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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브런치 스토리 대청소

나의 브런치스토리 시즌2를 소망하며

by 더모즈 Mar 19. 2025

한 동안 무던히도 끄적여댔더랬다.

기나긴 팬데믹의 시간을 거치며 가진 것은 시간과 심난한 마음 뿐이었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글을 쓰는 것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는 제법 괜찮은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은 연락을 받게 된다. 그 동안의 내가 쓴 글을 묶어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무려 출판제안(!)이 온 것이다.


어쩌다 보니 꽃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렇게 나의 이야기는 브런치 스토리를 넘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느 출판의 과정이 그러하듯 나의 그것 또한 순탄한 것 만은 아니었다. 종이로 곱게 인쇄될 글은 웹페이지에 무질서하게 존재했던 것들 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다시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통째로 버려 버리기도 했다. 역시,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작업이었다.

이렇듯 지난한 과정을 겪고 나의 손으로 오게 된 첫 책. '어쩌다 보니 꽃'(문학수첩).


그래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거짓말 같지만, 책을 쓰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20년이 훌쩍 시간을 플로리스트로 일했으니 할 말이 무척이나 많을 줄 알았지만 그저 200여 페이지 내외로 털어내고 나니 더 이상 할 말도 쓸 말도 없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브런치는 한 동안 방치된 채로였다. 그리고 꽤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브런치.

첫 번째로 드는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제법 괜찮은 쉘터가 되어 주었던 이 곳을 폐가 마냥 방치하다니. 나의 무심함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말이지 더 이상 쓰고 싶었던 글이 없었던 것을.

그렇다면 불현듯 이 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말하기 민망하게도 다시 쓰고 싶은 글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 글들을 그냥 두려했지만 왠지 오래된 가재도구들이 멋대로 널브러진 방인 것만 같아. 미련을 버리고 지난 글들을 모두 지웠다. 어차피 그 글들은 나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크게 아쉽진 않다. 그저 봄 맞이 대청소를 한 셈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글들로 채워가야지. 당연히 새 글의 주제들 또한 꽃이 될 것이다. 내게 꽃 말고 새로울 것이 있겠나 그야말로 기나긴 시간동안 이어지는 애증이다.


그럼, 다시 잘 부탁한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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