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처음으로 반이 바뀌던 날. 헤어짐을 싫어하고 변화를 무서워하던 어린 써니는 눈물로 밤을 맞이했다. 그 어린이가 자라 어느덧 삼십대 회사원이 되었고, 회사생활 중에 얼마간 쉴 기회를 얻게되었다. 그동안 기도해왔던 대로, 인력이 충원되어서 큰 문제 없이 인수인계만 하면 되었는데- 막상 마지막주 내내 마음이 울렁거리더니, 마지막 퇴근을 하고 서재에서 나오는 순간에 예챠니가 틀어준 영상을 보고서는 급기야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안식년-갭이어를 꿈꿔왔고 드디어 얼마간의 쉴 기회가 주어졌으니 지난주까지만 해도 기쁨에 가득차있었는데- 막상 그 시작을 앞에 두고서는, 왠지 모를 불안함과 울렁거림 사이 어딘가 쯤에 마음이 가있었나보다.
내가 잘 때 내 핸드폰에서 사진을 잔뜩 가져다가 만들었다는 남편의 영상을 보면서, (물론 틀린 정보도 있긴 했지만) 입사 후 지금까지 7년 여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일 하나하나는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덕분에 전우들을 얻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 날까지 다들 따뜻한 인사로, 또 선물로 응원을 전해주었는데, 그걸 받다보니 오히려 떠나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가진 여러 세계 중 (적어도 시간적으로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회사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는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또 열심히 잘 지내다 보면 언젠가 함께 이때를 돌아보며 웃을 날이 또 올거라 기대해보며, 그간 수고한 스스로에게도 격려의 인사를 전해본다.
이제 직장인으로서가 아닌, 아기의 엄마로서 보낼 얼마간의 시간을 반짝이게 보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