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맑음 Oct 26. 2022

지옥문 끝에 놓아둔 감사 인사

생후 7일 애기의 병상기록 

 이제 세가족이 된지 꼭 3주가 되었다. 35년의 인생 중 가장 많이 울고 또 웃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무사히 지나가면 남겨야지라고 생각했던 감사기록을 적어본다.



 원래는 아빠와 함께 패밀리룸에서 즐겁고 편안한 2주를 보낼 예정이었는데- 태어난지 꼭 7일이 되는 때부터 이상 징후가 보여서, 조리원 바로 앞인 서울대 어린이병원 응급실을 3일 연속 방문한 끝에, 생후 9일째 되던 날 입원을 하게되었다.


 망할 코로나와 너무나 높은 서울대병원 니큐의 벽 때문에, 1인 보호자만 상주 가능한 일반 병실에서, 남편은 울며 토하는 애기를 달래고 돌보며 생일 전야를 전쟁같은 시간으로 보냈다. 조리원 원칙 상 남편은 조리원에 들어올 수 없었고, 내가 교대를 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꼬박 일주일을 서툴고 긴장한 모습으로 좁은 침상에서 애기를 돌보며 보내야 했다.


 모유만 먹여야 한다는 교수님 이야기에 유축한 모유를 들고 갔을 때, 애기는 검사를 받고 나서 움직이면 안되는 상태였다. 그래서 남편이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불편하게 침대에 걸터앉아 애기 손을 붙잡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그래도 생일 축하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마주보던 우리 눈에 왈칵 물이 차올랐다.


 할 수 있는 게 유축하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던 나는, 늘지 않는 유축 모유의 눈금을 보고 무력감에 시달리며 하루 종일 눈물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가 남편과 통화를 할 때면 전쟁을 치르는 남편에게 힘은 못될 망정, 내 마음 속 지옥문을 보여주며 자주 울어버리곤 했더랬다. 그 와중에 너무나 단단한 남편은 애기가 보여주는 애교를 공유하면서 웃기도 하고, 잠깐 어머니가 교대해주시는 시간에 오다 샀다며 프리지아를 전해주기도 하며, 울보아내를 격려해주었다.


 엄청난 불평쟁이인 까닭에, 자주 원망이 차올랐고 그래서 더 힘들었다. 그래도 약속을 지키실 거라는 믿음과 소망을 있는 대로 없는 대로 다 짜내어서, 그리고 단단한 남편과 든든한 기도 동역자들 덕분에 눈물의 골짜기를 겨우겨우 넘을 수 있던 것 같다. 신실하게 약속을 지키시는 그분의 은혜를 얻어, 입원한지 하루만에 2인실로 옮길 수 있었고, 모유량이 퇴원할 때까지 딱 맞았으며, 체력도 마음도 넉넉한 남편이 그래도 애기를 잘 돌볼 수 있었고, 근처에 조리원이 있어서 필요한 물품들을 매일 전달하고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기가 그 모든 검사와 병원 생활을 의엿하게 견뎌주었다.


 이제 애기는 그래도 많이 회복하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며 지내고 있다. 애기를 돌보는 건 또 다른 힘듦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이 애만 태우던 그 일주일을 돌아보면, 24시간 모자동실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의 믿음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신실하신 그 분께 감사드리며, 첫번째 육아일기 기록을 맺는다.


“Now the Lord was gracious to Sarah as he had said, and the Lord did for Sarah what he had promised.”


‭‭Genesis‬ ‭21:1‬ ‭NIV‬‬

이전 04화 그렇게 엄마가 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