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열대야
오늘(7월 28일 일요일)도 달렸다. 오늘 달리러 가기 전에 기온을 봤다. 27도였다. 리프레쉬를 여러 번 했다. 27도였다. 밤 10시인데 기온이 27도였다. 오늘은 30분만 뛰다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트랙 위는 뜨뜻미지근했다. 습기가 많이 말랐는지 숨이 턱턱 막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행히 바람은 시원했다. 땀은 폭포처럼 쏟아졌지만 잘 흘러내렸다. 끈끈한 땀이 아니라 개운한 땀이었다. 결국 8km를 모두 달렸다. 습기만 좀 줄어도 달릴만했다.
요즘은 달리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 불쾌지수도 높아서 컨디션이 나빠지기 딱 좋은 시기다. 이런 날에 사소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에티켓'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러닝에도 에티켓이 있다. 특히 용도 자체가 달리는 것인 트랙엔 당연히 에티켓이 있다.
일단 인코스 1~4 레인은 고수용이다. 5~8 레인은 초보자용이다. 즉 빠르게 달릴 사람은 인코스를 이용하고, 걷듯이 뛰거나 걷고 싶은 사람은 아웃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에티켓 빌런들은 어디에나 있다. 당당하게 인코스로 걷는 사람도 있고, 미친 듯이 아웃코스를 내달리는 사람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추월방법이다. 차로에서는 좌측이 추월차로다. 1차로를 막고 가는 정속충이 욕을 먹는 이유는 추월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있어서다. 트랙에선 반대다. 내가 뛰고 있는 레인에 사람이 있을 경우엔 우측으로 추월을 해야 한다. 올림픽이 시작했으니 육상 경기를 많이 보게 될 텐데 자세히 보면 추월을 할 땐 우측으로 한다. 앞선 선수가 인코스를 내주지도 않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코스를 파고드는 게 아니라 우측으로 추월을 한다.
사실 순위를 가리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서 좌측으로 추월을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 다만 뒤에서 누가 오고 있는지는 힐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면 추돌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추월 대상을 스치듯이 추월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카푸어 칼치기 운전 하듯 바로 뒤까지 쫓아와서 레인을 바꾼 후 바로 앞으로 끼어드는 경우가 왕왕 있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일찌감치 레인을 바꾼 후 추월해서 천천히 자기 레인으로 복귀하는 게 좋다.
러닝크루들은 이런 에티켓을 잘 지킬 것 같지만 의외로 빌런인 경우가 많았다. 일단 트랙 가운데서 레인 3개를 차지하고 뛰었다. 앞에 사람이 있으면 칼치기 추월을 했다. 음악을 크게 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파이팅을 외쳐대기도 했다. 러닝크루 리더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사진 찍기인 듯했다. 이해는 한다. 그것도 사업이니까.
'누칼협'과 '알빠노'가 만연하는 시대다. 다른 이가 느끼는 불편에 대해서 공감도 관심도 없다. 하지만 타인을 향하고 있는 것 같은 누칼협과 알빠노는 결국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는 서글픈 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는 가혹한 부담감, 실패하면 회복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대한 내재된 불안과 스트레스가 외부로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 나도 그러니 너도 그래라.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거 당연한 거 아냐? 실패하지 않게 노력해야 되는 거 아냐? 이 말을 당연하게 혹은 맞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자연 증가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나브로 주입되고, 강요받은 결과다. 사회와 조직의 역할은 쏙 빼놓은 채 일개 개인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은 계급이 존재하던 야만의 시대로 가는 잔혹한 일이다.
나의 달리기도 소중하듯 다른 이의 달리기도 소중하다. 빠르다고 나은 것도, 느리다고 못한 것도 아니다. 각자의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달리기를 존중하듯 다른 이의 달리기도 존중을 했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불안과 공포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굳이 남을 이용해 해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달리면 잘 풀리던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