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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Mar 26. 2022

계속해서 묻는 환자

가성치매

어느 62세 여자 환자 분이 따님과 함께 입원했다.

따님은 뭔가 초연한 분위기였고 묻는 말에 시크? 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조금 부정적인 사람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협조적이였으며 친절했다.

62세 여자 환자 분은 20년 전부터 유방암을 진단받았으며 이번에는 폐에 어떤 종양이 있어서 기관지 내시경을 하기 위해 입원하셨다.

남편은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참 이상했다.

분명 설명했는데 뒤돌아서면 나와서 또 물어보고 물어본 내용 또 물어보고 자꾸 앞 병동에 가서 본인 침상이 어디인지 물었다.

그래서 앞 병동에서 반대편 병동으로 설명을 하면 알겠다며 돌아가면서 이내 다시 반대편 병동에 가서 병실을 내놓으라곤 하였다.


밤에는 보호자도 없이 계셨는데 새벽 3시에 침대 위에 서서 찬장 위에 있는 물건을 꺼내고 계셔서 얼른 내려오라고 넘어지면 위험하다고 담당 간호사가 말리느라 식겁을 했다 했다.


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따르릉따르릉

"네 ㅇㅇ병동 ㅇㅇㅇ간호사입니다."

"아.. 선생님 저희 앞 병동인데요. 어제부터 계속 ㅇㅇㅇ환자 분이 저희 쪽에서 병실을 찾으셔서  반대편 병동에 있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뒤돌아서면 오셔서 방 내놓으라고 하셔서..

인지저하 있는 분에게 입히는 튀는 옷을 입히던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아.. 넵. 죄송합니다. 저희가 안내해 드릴게요."

멀리서 보이는 환자분.

"ㅇㅇㅇ님 자리 안내해드릴게요"

병실로 데려다주며 "여기가 본인 병실이에욤~~"

"아 이제 기억났다! 고마워요!"

"아... 넵"

바로 보호자(딸)에게 전화하였다.

이때까지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혹시 치매가 있으신가요..?"라고 물었다. 간호정보 조사지에는 그런 내용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네 가성치매라고, 치매를 정확히 진단받은 건 아니고 우울증 때문에 가성치매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오전 중에 갈 예정이니 그때까지만 잘 봐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하고 있었는데

청소용구함을 보고 "이게 정수기인가요?"

"제 병실이 어디죠?"

"배선실은 어디인가요?"를 계속해서 물어왔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사 후 당일 퇴원 처방이 났고 따님에게 퇴원 처방이 났음을 설명해드렸다.

따님 분은 처음 입원 당시보다 훨씬 협조적이었고 초반에는 그런 어머니에게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시크? 하게 대답했던 것 같았다.


물론 환자분에게 퇴원 설명을 하고 또 했지만 똑같은 질문을 하자 따님이 아니라며

"알겠어요. 엄마.. 그만해. 내가 다 이해했어" 했다.

그리곤 감사하다며 두 분은 집에 가셨다.

나도 그날의 일을 조용히 끝내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일하고 있는 뒤에 번 간호사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나 싶어 허겁지겁 받았다.

"선생님~~ oo호 ooo님 혹시 퇴원하셨는데 퇴원에 대해서 아무 설명을 못 들었다고 병동으로 오셨어요."

그 환자 분이었다.

"헉... 제가 다 설명을 했는데 어쩌고저쩌고 아마 따님에게 연락하면 알 거예요! 가성치매라서..."


잊고 있었던 환자 분인데

잊지 않고 찾아주신 환자분..


치매란 참 슬픈 일인 것 같다.

딸도 좀 그렇게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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