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스러져간다.
곧 부서지고 없어질 곳이라고 너무나도 선명하게 표시가 있다. 점점 그 표시가 한 집, 두 집 늘어난다.
2011년경 이 골목을 처음 찾았을 땐 커피리브레 자리 맞은편에 카페가 하나 있었고 그 카페에서 회사 분이 사 주신 핸드 드립 커피를 한 잔 얻어 마셨다. 하찮은 기억력이지만, 어렴풋이 골목 끝 모서리 자리에 세탁소가 있었던 것 같아서 지도 앱 거리뷰로 그 시점 골목 초입 사진을 있는 대로 확대해서 보니, 맞다.
그렇게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거쳐 세탁소는 미용실이었다가 카페가 되었고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던 곳은 레스토랑이 되었다.
있던 곳이 사라진다는 건 시나브로 쌓인 추억도 함께 증발하는 몹시도 아쉬운 경험이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며 동진시장의 마지막 흔적을 몇 장의 사진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