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탐험
“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 서울 서울 서울~ 그리움이 남는 곳~ 서울 서울 서울~ 사랑으로 남으리~”
가수 조용필의 ’ 서울 서울 서울‘이란 노래를 아시는지.
어린 시절 라디오나 TV를 통해서 하도 많이 들었더니 후렴부 딱 한 소절이지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릴 때가 있다.
서른 초반 무렵까지 나에게 있어 서울은 학교와 일터가 있는 곳이자 친구를 만나는 동안 잠깐 머무는 곳이었다.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매력적인 도시였던 만큼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땐 ‘그리움’을 두고 나와야 했다. 딱 저 가사처럼 말이다.
신기루와 같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랄까.
결혼하고 서울에서 살림을 꾸린 뒤 ‘사는 사람’이 된 후로 상황은 달라졌다. 출퇴근 시간이 현저하게 단축되었고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느냐, 그렇지 않았다. 이건 아닌데?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해결책을 찾았다. 바로, 서울 탐험.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 속에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서 있던 건물, 공원, 집을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요모조모 뜯어보고 헤쳐보고 멀리서 봤다가 가까이 다가가서 본다. 그리고, 때때로 각각의 장소와 건물에 얽힌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서울을 이해하고자 하는 나만의 방식이자 노력이었다.
오늘 서울 탐험은 남산서울타워로 정했다.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나와 남산순환버스를 갈아타고 국립극장을 지나 언덕길을 달린 지 얼마 안 돼서 금방 도착했다. 날씨가 유독 화창했던 날, 버스를 내리자마자 가을 정취가 담뿍 담긴 맑고 상쾌한 공기가 훅하고 코로 들어온다.
뒤이어 눈앞에 나타난 남산서울타워.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시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 쪽으로 몰려갔지만, 나는 이끌리듯 남산서울타워가 보이는 방향으로 서서히 걸어 올라갔다. 고개를 뒤로 젖혀서 봐야 타워의 맨 끝이 보일 만큼 크고 높았다. ‘우와, 이렇게까지 컸단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문득, 이제까지 서울 이곳저곳을 다닌 건 어쩌면 여기에 다다르기 위한 서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를 다니며 찍었던 수없이 많은 풍경 사진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남산서울타워, 여기가 서울이라는 것을 인증해 주는 유일무이 한 상징물.
눈부신 2023년의 가을, 내가 만난 서울은 넓고 또 넓고, 형형색색 아름다웠다. 누군가의 지나간 삶을 품고 있는 도시 곳곳의 공간과 대상을 찾아다니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가 그들 삶의 일부가 되고 싶을 만큼 깊이 빠져 들었다. 서울을 한 번 알아보겠다는 다짐 이상의 것을 성취한 느낌이다. 과연 언제까지 서울살이를 할는지 모르겠지만, 머무르는 동안만큼 당당히 내 안에 서울이 있다고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여기에서 이번 서울 탐험의 막을 내린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