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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Oct 20. 2023

사직동 주택과 치과의원

건축가 김중업

오래전, 누군가의 소중한 삶의 공간이었을 집. 이제 와서 남의 집을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이토록 간절하게 일렁이는데, 도무지 방법이 없다(심지어, 비어있다는데).

이곳은 일명, ‘사직동 주택’으로(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7길 14-3)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12호로 2022년 등록되었다.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로 치과의사 박시우 주택으로 건축됐다(1983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박시우 치과의원이 자리 잡고 있던 빌딩(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7)이 있다. 오가면서 참 특이하게 생긴 빌딩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일 줄이야(1985). 그러고 보니, 이 분은 본인의 병원도 살던 집도 단 한 명의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다는 얘기가 되는데, 참으로 대단한 안목을 가지셨다.


사직동 주택과 치과의원 빌딩 모두 멀리서 봤을 때 원통형의 구조물이 이목을 끈다. 저게 뭐지? 하는 궁금증으로 차츰차츰 다가가서 살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직동 주택의 구조물은 붉은 벽돌을 주재료로 쌓아 올렸고, 치과의원 빌딩의 구조물은 깨진 항아리 파편을 조각조각 붙여서 마감했다. 내부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둘 다 (나선형의) 계단 공간으로 설계 및 사용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다만, 치과의원 빌딩의 원통형 구조물은 절반 이상이 잘려 나가고 영 어울리지 않는 가벽 같은 것이 붙어 있다. 변형된 이유야 어쨌든 아쉽다(빌딩의 전면부 유리 마감은 훗날 리모델링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설계였다. 그 유명한 커튼월을 이렇게 마음의 준비 없이 조우하다니).


당연한 얘기지만, 사업장이었던 치과의원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대로변 근처에 있고, 살림집은 인왕산을 뒤에 품고 앞으로는 저 멀리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한적한 곳에 자리 잡았다.


치과의원까지는 자택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운동 겸 걸어서 출퇴근하기 딱 좋은 거리였을 것 같고, 선선한 가을날이면 더없이 기분 좋은 발걸음을 떼지 않았을까. 그저 상상이다.

건물의 측면
뭘 붙인 것인가 봤더니
건물의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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