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백설기 토스트

내 빛들

by 수수
백설기 토스트
재료 : 냉동실에 얼린 백설기, 버터
1 냉동실에 있는 백설기를 꺼내 해동한다.
2 잘라낼 정도로 녹으면 약 1센티 두께로 자른다.
3 팬에 버터를 두르고 백설기를 앞뒤로 굽는다.
*달걀물에 담갔다가 구우면 사진과 같은 백설기 프렌치토스트가 되지만 그냥 버터에만 굽는 편이 더 맛있다.(개인 취향)

엄마는 백설기를 좋아한다는 사위에 대한 정보를 듣고

갓 찐 백설기를 캐리어 반 가득 차도록 채워 넣어주셨다.

사실 남편 할머니가 직접 해 주신 백설기도 아니고

우리 둘이 먹기엔 말도 안 되게 많은 양이었지만

나는 욕심 많은 막내딸답게 전부 챙겨 가지고 왔다.


텅텅 빈 냉동실에 백설기를 가득 채워 넣었고

가장 맛있고 간단하게 먹을 방법을 검색했다.

그렇게 한동안 내 점심은 백설기 토스트였다.


엄마와 나는 다정한 사이라기보다는 다툰 적이 많은

그래서 애증이 덕지덕지 붙어 버린 모녀 사이다.

오히려 아빠는 가부장으로서 책임을 다 하면서

헌신으로 희생하셨지만 권위는 내세우지 않으셨다.

나와 오빠에게 많은 자유와 선택을 허락하시면서

언제나 최선의 것들을 마련해주셨다.


엄마는 엄마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안다.

그건 언제나 신앙생활이라는 에움길을 통해서라고 해도.

이제 와서야 엄마가 엄마만의 생활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지 알아가고 있다.


오빠가 군대에 가느라, 내가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느라,

우리 둘이 어학연수를 가느라 각자의 방을 비웠을 때

엄마는 우리 없이 지내는 방법을 연습했다.

그게 연습이 될 리 없겠지만.


하지만 아빠는 그 모든 시간 동안

아빠의 사회생활과 경제적 지지를 하느라 바빠서

미처 예습을 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내가 결혼을 해서 일본으로 떠난 후

한 동안 마음이 많이 힘드셨다고 들었다.

어떤 날 우리 가족(찍어 준 오빠까지)
나 “아빠 왜 내 이름을 수정水晶이라고 했어?”
아빠 “빤짝빤짝 빛나라고.”
_어느 날의 대화


9년 전 이맘때 나는 일본에 머물렀다.

하우스메이트 언니들과 신주쿠로 에비스로, 긴자로

크리스마스 샹들리에와 루미나리에, 일루미네이션을

구경하러 다녔는데 오모테산도 크리스탈 트리 앞에서

아빠와의 대화가 떠올랐던 거다.


크리스탈 트리는 빛이 있어야 반짝였다.

불빛이 꺼지면 초라한 유리 조각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나도 아빠 없이는,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9년 전 겨울의 나 @싸이월드

스스로 빛나는 값진 보석이 아니라

그냥 좀 투명한 돌멩이인 나라서 마음에 든다.

더 투명하게 내 빛들을 투영하고 싶다.

요리에도 역시 나야 나

+이 글을 올리던 날 아빠는 많이 아팠다.

그래서 내 마음은 복합적으로 힘들었다.

우리 아빠는 원래 아픈 적이 없었는데

내가 일본에 오고 자주 아프신 것 같아서,

여기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볼 수도 없어서..

다음 날 양가 부모님 모두와 통화를 했다.

어머님도 지난주부터 몸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기에.

남편의 배려가 새삼 고마웠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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