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테라피
유자쿠키
재료 : 팬케이크 가루, 유자청, 버터
1 팬케이크 가루 10스푼, 버터 반 스푼, 유자청 5스푼을 스푼으로 잘 섞는다.
2 너무 질면 팬케이크 가루를 추가해 섞으면서 물기가 거의 없는 반죽을 만든다.
3 반 스푼씩 떼어 쿠킹 페이퍼에 올린다. 부풀기 때문에 반죽 사이사이 공간을 둔다.
4 예열한 오븐 토스터에 10분 정도 굽고 겉 표면이 갈색을 띠면 불을 끈다.
5 식히면서 유자향기를 만끽한다.
사실 나는 30년 넘게 가사 노동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강제로 방 걸레질이나
잡다한 심부름을 시켰던 것에 대한 반항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서일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에 공을 들일만큼
애착을 갖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실제로 결혼 전까지의 나는 끼니에 대해
살기 위해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다.
물론 떡볶이는 예외였고 그 맥락에서
군것질은 아주 큰 즐거움이었지만.
결혼을 하고 가사를 전담하면서
처음 해 보는 것들에 서툴러 헤맬 때면
자취를 17년 넘게 했던 남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흥미가 없어도 애정이 있으면 그 힘이 큰 것 같다.
덕분에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손을 뻗기 시작한 건 베이킹이다.
물론 처음에는 갓 구운 쿠키를, 빵을 먹고 싶어서였다.
베이킹용 오븐이 있는 게 아니라서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제대로 완성하더라도
드는 에너지보다 먹을 건 별로 없어서
사서 먹는 게 경제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빨간 불 앞을 지켰던 건
온기를 품은 달달한 향기 때문이었다.
특히 올 가을에는 유자청을 넣고 쿠키를 구웠는데
내가 했던 다른 것들과 비교하자면 맛있는 편이었다.
구워지면서 수분을 뺏긴 유자들이
젤리처럼 쫀득한 재미있는 식감을 쿠키에 더해주었고
입안에서 달큼한 유자향이 은은하게 났다.
무엇보다 그 향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유자청을 재료에 섞을 때, 오븐 토스터에 구울 때,
그리고 다 구워진 쿠키를 식힐 때
전부 다른 느낌으로 유자향이 났다.
가사 일을 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단순하게 노동으로만 여겨지는 날도 있지만
때때로는 이런 방식으로
일종의 테라피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에게 오감을 자극하며 교육하는 건
나중에 그 오감으로 행복해지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똑똑해지길, 특출 난 재능을 보이길 바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특별한 사람, 특별한 날이 적은 삶에
소소하게 찾아오는 행복은 대부분
감각을 통해서 아닐까?
오랜 시간 교육받은 여러 가지 감각이 퇴화되지 않기를
삶을 통해 공부한 감수성의 감각이 잊혀지지 않기를
몸과 마음의 감각으로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꼭 유자쿠키가 아니더라도 따듯한 유자차 한 잔을 마시고
또 곁에 있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건강하게 겨울에 들어설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