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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Aug 30. 2021

수평선 너머로 향하며 (2)-9

-직장생활이라는 여정과 그 무료함에 관하여.

 같은 시간 조차 다르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내가, 다가오지도 않은 시간들은 왜 같다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유료함 속의 무한함이 아닌 무료함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음을 3년에 이르러서야 이해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불확실성이 낯설고 두렵다.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었기에 완전히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렇게나 지난 시간들을 붙잡고 놓지 않았던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끄적임을 통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생각한다.

유료함도 무료함도 아닌 다가올 순간들을.


같은 장소의 다른 시간에는 그 순간이 있다.

2011년 가을 내음과 순간이 담긴 사진 한 장. 

39-2 간절곶 1길, 서생면, 울진군, 울산광역시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알지 못한다. 잘 알지 못하기에 나는 시샘할 깜냥 조차 지니지 못한다. 다만 이러한 홀로 된 순간에 끄적임이 이끄는 여정이 너무나 간절하다. 2021년 가을, 3년이라는 시간은 나의 시간이기보다는, 나의 직장생활로 치환되는 듯했다. 이러한 끄적임이 시작되기 전까진 말이다. 우연히 찾아온 순간으로 시작된 끄적임 말이다.

(수평선 너머로 향하며 (2)-1 - 직장생활이라는 여정과 그 무료함에 관하여는 정말로 그렇게 시작됐다.)


 3년이란 여정을 '돌아봄'에 있어서는 으레 그렇듯이 아쉬움, 슬픔 그리고 그리움 같은 감정이 먼저 찾아든다. 왜인지 모르게 그리운 것 같은 지난 시간들이 붙잡으려고 해도 붙잡히지 않기에. 곧 내 아쉬움으로 변하며 머릿속에는 계산될 수 없는, 계산되지 못하는 지난 문제들만 붙잡는다. 붙잡지 않아도 될 것들만 붙잡는다. 아쉬웠기에 그 먼저 그 순간이 그립기에. 범인은 언제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다 이 두 단계를 아슬하게 지나면 곧 내 슬픔이 몸을 뒤덮는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에서, 나 같은 범인은 한참을 슬픔의 바닷속에서 지난 시간들은 잡은 것 마냥 공허하게 허우적거리며.


 그 슬픔도 곧 내 씻겨가면 언제나 이성적이었던 듯이 아차 하며 '다시' 지금으로 돌아온다. 그 지금은, 어떤 지금 일까. 2년 전 지금이 문득 기억이 난다. 가을이 막 시작됐음에도, 바람이 어지간히 불었다. 쓸쓸하다 못해 차디찬 가을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임을 모른 채로 열심히 그냥 열심히 몸뚱이를 움직이는 것, 그뿐 이었다. 그래서 직장생활 1년 차 때 느꼈던 아쉬움, 그리움 그리고 슬픔을 나는 술로 풀었다. 슬픔에서 나오니, 술이었고 술에서 나오니 저녁과 지하철이었다. 2019년 그 순간들은 도회적이다 못해 멜랑꼴리 했다 무척이나.


 해가지고 붉은 조명 아래 이 창가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는 것이 나는 정말 좋았다.

창밖에 비치는 불빛이 괜스레 서글펐는데 창 안의 빛은 조금은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았기에.

(2)- 3에 나온 같은 장소지만 다른 시간이기에 나에게만큼은 다른 장소로 느껴진다.

のめ, 108 삼성동, 강남구, 서울특별시 


 이렇게 한참을 앉아 내가 어떤 서글픔을 만났고, 무슨 그리움을 찾았으며 그렇게 슬픔의 바다를 허우적거린 얘기를 '한참을' 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술에서 나와, 서글픈 달빛 아래 몸을 맡긴 곳은 지하철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보냈다. 가을이 겨울이 되고, 그 겨울이 작별을 고할 때까지. 


 그 한참의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니 점 하나의 순간이다. 하지만 그 점 하나와 다른 점 하나를 이어가는 것은 나의 순간이다. 그 순간들에도 나의 끄적임이 있다. 끄적임의 무방향성은 아이러니컬하게 시간 속에 흩어진 점으로 된 순간들을 잇는다. 돌아보니 무료 하디 무료한 나의 직장 생활 속에서의 순간이고, 회상하니 지난 나의 3년 속의 순간이다. 


 이는 무료함인 것인가, 아니 그냥 이런 생각이 드는 나의 순간인 것인가.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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