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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Sep 16. 2021

수평선 너머로 향하며 (2)-10

-직장생활이라는 여정과 그 무료함에 관하여.

 그 한참의 시간들이 지금 돌아보니 점 하나의 순간이다. 하지만 그 점 하나와 다른 점 하나를 이어가는 것은 나의 순간이다. 그 순간들에도 나의 끄적임이 있다. 끄적임의 무방향성은 아이러니컬하게 시간 속에 흩어진 점으로 된 순간들을 잇는다. 돌아보니 무료 하디 무료한 나의 직장 생활 속에서의 순간이고, 회상하니 지난 나의 3년 속의 순간이다. 


 이는 무료함인 것인가, 아니 그냥 이런 생각이 드는 나의 순간인 것인가.


 나는 이런 생각에 대해서 생각한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을 생각한다.

 무료함을 위안하고 위로하고자 나는 무료하지 않기 위함만을 생각했다. 몸이 고되면 이러한 생각 조차 잊힌다고 들었기에, 나는 어쩌면 그렇게나 분주히 움직였는지 모른다 영문도 모른 채. 열심히만 움직이면 마주할 시간들이 극적으로 변할 것이란 착각과 함께.


 착각은 오해를 일으킨다. 해본 적 없고 가본 적 없는 길은 그래서 착각기 쉽다. 그런 착각은 쉽기에, 쉬이 오해를 일으킨다. 자의로 시작한 길이었나라는 물음이 생긴다. '직장인이 꼭 되었어야만 했나?'라는 물음. 그럼 타의로 시작한 길이었나라는 물음도 생긴다. 착각으로 시작된 오해고 오해 속에 피어난 생각이기에, 나의 착각은 나의 생각에서 시작됐음도 수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사실을 과연 받아들였던가?.


 그래서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 자신은 '그 시작'을 생각해야만 한다. 학생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던 나를. 3년 전 이 맘 때 그렇게 간절히 나 원했던 그 시작을. 가본 적 없는 길을 혼자 헤매며 해본 적 없는 일을 해나가야 함이 낯설 수 밖에 없음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 않았던가? 아니면 정말 몰랐던가?. 


2018년 가을의 초입에서 간절한 나머지 나아갈 용기와 힘을 달라며 절을 찾아 간절히 빌곤 했다.

기억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사진은 거짓말을 못한다. '그 시작'에 앞서 나는 얼마나 간절했던가.

삼광사, 54-74 초읍동 부산진구 부산시


 탓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탓에 그 대상을 찾을 욕심은 내지 못했다. 좋게 좋게 와 쉽게 쉽게라는 말이 내게 보다 더 익숙했다면, '타코 와사비와 나의 친구''수평선 너머로 향하며 시리즈'는 이렇게 쓰이지 않았을 테니. 


 그 대상이 전무한 탓에 내 전부를 탓해야만 했다. 자유로운 선택의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 순간은 낯선 도시에서의 한 겨울만큼이나 춥고 무거웠다. 그래서 몸을 고되이 놀릴 수밖에 없었다. 고되지 않으면 이러한 생각이 잊히지 않기에. 


 오전 8시부터 5시까지의 억압된 나의 자유를 지켜내며, 몸을 고되이 하는 것만이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나의 무기력함의 시작이 됐고, 그 무기력함이 쌓여 '무료함'으로 변했다. 만성피로와 같은 일종의 만성 무료함처럼. 


 그런 무료함이 곧 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변덕스러운 여름철 날씨 같은 내 마음이 문제인가?. 사람들은 내가 블루하다고 했다. 다소 블루라는 사람도, 꽤나 블루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나의 블루가 문제고, 무료함은 블루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이지 블루하게도.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블루 해서 무료한 게 아니라, 무기력을 넘은 무료함에 지쳐 블루한 듯 보였음을. 이러한 생각에 대한 이해를 무료함의 시작에선 구한 적이 있다. 구해봤기에 나는 더 이상 구하지 않는다. 내가 나 이고자 했던 발버둥이 무료함임을 다 알아주길 바라는 것 또한 욕심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나는 나의 방법으로 유료함을 찾고자 했던게 아닐까. 이러한 끄적임은 유료함을 찾기 위한, 아니 무료함을 멎기 위한 나를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블루한 날씨를 좋아하긴 한다. 뻥 뚫린 풍광에 파란 바람이 날 감싸는 날을 여전히 기억한다.

 청담배수지공원, 79-1 삼성동 강남구 서울


 무기력함과 무료함은 언뜻 같아 보이지만, 성질이 많이 다르다. 나는 '수평선 너머로 향하며 (2)-1에서부터 10'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나의 감상이 아닌 감정이고, 깊디깊은 본연의 생각이다. 달리 말하면, 솔직하게 쓴 끄적임 들이다. 끄적임을 이어가면서, 계절이 변했고 시간도 변했다. 그 시간 속에 나도 변했고, 계절이 변했다. 변하지 않은 것 하나는 점 하나에서 시작된 끄적임이 점점점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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