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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Aug 29. 2021

수평선 너머로 향하며 (2)-8

-직장생활이라는 여정과 그 무료함에 관하여.

 지나온 여정의 무료함 속의 유료함 속의 유한함 속의 무한함 속의 유한함 속의 유료함

은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한 걸까?.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언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등산로는 나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331-19 장산로, 좌4동, 해운대구, 부산광역시



2021년 가을, 위태롭게 이어져온 나의 이 여정은

역설적으로 우연하게 시작된 2018년 가을과의 맞닿음 속에 나의 이런 끄적임이 있다.


 일요일의 끝에서, 월요일의 시작을 앞둔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부터 숱하게 들어왔던 많은 얘기들이 앞다투어 머리를 스친다.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고 아니, 글을 쓰는 '목적'이 뭐냐고 말이다. 글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나지만, 그 재능을 시샘한 적은 없다. 글은 나에게 그런 의미다. 그런 의미를 알아줄 리가 만무했다.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랬기 때문에, 나의 방에는 지나온 나의 끄적임이 가득하다. 2013년 7월 11일 자 신문에서 떨림을 느낀 텍스트에 나의 끄적임을 덧칠한다거나, 2012년 10월 주간지에서 느낀 그 떨림에 덧칠들 말이다. 그런 떨림들을 기억한 내가 하얀 이면지에 남긴 끄적임들까지. 


 나의 책상의 쌓인 그 불규칙하고 부조화스러운 종이 더미들은 '버려지지 않은 종이'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쌓인 그 끄적임 들은 역설적으로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을 말해준다. 글은 나에게 그런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의미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랬기 때문에, 나의 기억에는 지나온 나의 시간들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아니 가득하다. 


 그렇기에 2018년의 가을이 나에게는 2021년의 가을만큼 '여전히' 생생하다. 생생하기에, 나는 아직도 2018년의 그 감정, 생각을 놓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회상은 은근한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듯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고통스러웠던 순간들 조차도, 시간이 충분히 흐른 그때를 만나면 그런 고통조차도 묘하게 그리워하게끔 만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지난 시간의 회상은 그렇기에, 취준생이었던 시간 조차도 묘하게 그리워하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회상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억의 불완전함과 불완전성을 말하는 듯하다. 2018년 가을을 앞둔 나의 고통 조차도, 지금 이 순간에는 애틋한 시간들로 가득했던 것'처럼' 느끼게끔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2018년 가을, 주말에 홀로 수영장을 가며 느꼈던 내 감정은 취업의 기쁨 보단 고독함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회상'하면, 그랬던 순간 조차 그리운 순간들에 가까워진다.

21 올림픽로, 잠실2동, 송파구, 서울특별시



 나의 기억과 생각은 완전할 수 없다. 불완전함을 수용해야만 한다. 모든 시간들을 그대로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시간을 그대로 기억하고 싶었다. 이러한 나의 끄적임은 이런 나의 표출이고 표현이다. '목적' 없는 나의 글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일요일 저녁의 중요성을 얼마나 느끼는지에 따라 業의 여부를 말해준다. 업이 있는지, 직장인인지 아닌지 말이다. 나는 평일의 자유가 없음에도, 지금 이 순간 이러한 끄적임을 이어간다. 직장생활을 통해서 나를 채워간다 보다는 여전히 나를 잃어가는 것만 같기에. 


 같은 시간도 다르게 기억할 수밖에 없는 내가, 다가올 시간은 왜 같게 기억하려고 하는 것일까.

무료함 속의 무료함이 유료 함일 수도 있음을 3년에 이르러서야 이해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를 수용함이 두렵다. 그 두려움, 나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신의 안락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태로움은 가려지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다가올 시간을 마주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끄적임을 통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생각한다.

무료함도 아닌, 유료함도 아닌 지금 이 순간들을.


같은 장소의 다른 시간에는 그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담긴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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