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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olo Aug 19. 2021

수평선 너머로 향하며 (2)-7

-직장생활이라는 여정과 그 무료함에 관하여.

 주말 속의 풍경 속의 유한함 속의 유료함 속의 무한함 속의 무료함 속의 유한함

을 바라보는 나.  


 무언가에 앞서 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버린 걸까 내가 늙어버린 걸까 아니면 자신감과 패기만을 가지고 마주하기엔 겁이 너무 많아져 버린 걸까?. 지나가 버린 3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은 않은 시간인가 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혹여나 잘못되면 어쩌나란 생각에 이렇게나 심사숙고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니.


 나의 지난 시간은 누구에게나 간절했던 시간이다. 하루가 쌓인 하루는 그렇게 나에게 지나가 버린 시간이 되었지만, 누구에게나 그 하루가 쌓인 하루는 간절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다. 나에게 그 하루는 얼마나 간절했던가? 그렇게나 간절했던 시간이었던가?. 돌아보는 순간 내게 떠오른 생각 하나, 그러므로 나는 그 누구나 와는 같을 수 없었는가 보다. 나의 하루는 간절함으로 채워진 하루가 아님을 지금 이 순간 다시금 확인 하기에, 간절하지 않았기에 나의 하루는 무료함이 물씬했나 보다.


 이것을 얻기에 저것을 잃는다라는 로직은 꽤나 합리적인 것처럼 비추어진다. 직장 외 생활의 유료함을 얻기에, 직장생활의 무료함 정도는 괜찮다는 결론은 꽤나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지기에. 

허나 이러한 사고 조차 꽤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또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을, 지나간 나의 하루 그리고 직장생활의 '무료함'을 통해서 확인한다는 것에서 나는 합리적일 수 없음을 그리고 못함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다가와서 마주하는 그리고 이어가는 시간이 언제나 합리적일 수 없음을 수용할 수밖에 없음을 말이다. 


 나의 유료함과 무료함의 버무림 그리고 뒤섞인 유한함과 무한함은 어쩌면 내가 합리적일 수 없음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나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를 고집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역설적으로 이는 무료함이 그 끝에 다다랐기에, 나는 무료함의 시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터다. 아니 어쩌면 이는 유료함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무료함 속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이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유료함의 끝인 줄만 알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무료함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유료함 속의 무료함 속의 유료함 속의 무한함의 속의 유한함'은 그렇게 하나였음을, 무료함 속의 유료함의 무료함의 속의 유한함의 무한함과 다르지 않게.


 어느덧 21년의 가을이 여름에게 입맞춤을 한다. 즐거움 그리고 유료함도 무료함에게 입맞춤을 하는 것만 같다. 계절의 변화에 누군가가 무뎌지는 것은 그 누군가의 지나가고 지나갈 시간들에 무뎌지는 것과 다름 아니다. 계절의 끝에서 나의 무료함의 끝을 소망해본다. 내 심신을 더욱 지치게 했던 이 덥고습함이 작별을 고하는 것만 같기에, 작별을 고하고 싶기에.


 하지만 나는 이 무료함의 끝이, 유료함의 시작만이 아닐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 어쩌면 지나간 시간들은 그대로였는지 모른다. 지나간 하루는 똑같았을지도 모른다. 달랐던 것은 그 하루 속의 나와 저 하루 속의 나였을 뿐일지도. 


 천년이 지난 이 풍경은 무료함일까 유료함일까, 아니면 무한함일까 유한함일까.

 동궁과 월지, 인화동 월화로 102, 경상북도 경주시 


 우리 조상님들께서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風月)을 읊는다 했다. 나의 우매함은 조상님이 남긴 이치를 3년이 돼서야 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풍월을 읊지 못해 흔들리는 나와 너에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셨던 것일까. 


 2018년 가을, 무언가에 이끌리듯 시작된 나의 이 여정은

 이렇게 2021년 가을과 맞닿았다.  

 

지나온 여정의 무료함 속의 유료함 속의 유한함 속의 무한함 속의 유한함 속의 유료함

은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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