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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Oct 18. 2021

북유럽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트리

에스토니아에서 겨울을 보내면서 나는 3가지 큰 이벤트를 경험했다. 그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이다. 이웃나라인 핀란드에는 산타클로스 마을이 있을 정도로 눈이 펑펑 오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나무가 되는 상록 침엽수가 우거진 숲이 많은 북유럽은 크리스마스가 참 어울리는 동네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풍습은 신기하게도 에스토니아에서 처음 생겨났다. 중세 시대의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서 처음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게 되었는데, 15세기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몄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과자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였고, 시청이 있는 광장에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다고 한다. 시청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에스토니아에 전해져 내려오는 풍습이다.

이 풍습이 독일로 건너가 19세기 초반에서야 다른 유럽의 상류층에 의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이 성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탈린의 성 니콜라스 교회 내부의 크리스마스 트리



북유럽에서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에 의미가 있기도 했지만,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더 기쁘게 다가왔다. 


에스토니아는 각 마을마다 특색 있는 형태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크리스마스 마켓을 시청 광장에 설치한다. 나는 수도 탈린과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타르투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겼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평소에는 1월 중순까지 열려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12월 말에는 철거되었고, 마켓 규모도 10개 남짓의 노점이 들어서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았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크리스마스 마켓 중 가장 작고 조용한 마켓이었지만, 이렇게라도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음에 기뻤다.

탈린 크리스마스 마켓의 낮과 밤, 타르투 크리스마스 마켓의 낮과 밤


다른 나라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다르게 에스토니아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것은 글로기와 피 소시지이다. 둘 다 에스토니아의 전통 겨울 음식이자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먹는 음식이다. 


글로기는 뱅쇼나 따뜻한 와인과 비슷한 음료인데, 북유럽의 집배원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시기 시작한 음료로 향신료를 끓인 물에 주스나 알코올 음료를 넣어 만든 음료이다. 뱅쇼나 따뜻한 와인과는 다르게, 논알코올 글로기도 자주 마시며 와인뿐 아니라 보드카, 럼, 브랜디 등 다양한 리큐어를 섞어 마시는 것도 특징이다. 

글로기는 에스토니아뿐 아니라 덴마크,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도 마시며,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는 중세 시대부터의 무역으로 인해 아시아에서도 익숙한 향신료를 많은 음식에 자주 쓰는 편이다.


피 소시지는 선지를 넣은 소시지인데 에스토니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보리도 함께 넣어 소시지를 만들어서 피순대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가졌다. 검은색의 비주얼로 처음에는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쫀득하며,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사우어크라우트, 감자나 다른 고기와 함께 먹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시즌 음식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산 따뜻한 글로기 그리고 피 소시지


에스토니아의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인데, 각 도시별로 매년 시청 광장에 세울 최적의 크리스마스 트리 나무를 찾는 것에 진지하게 임한다고 한다. 매해 새로운 나무를 숲에서 베어 오며 다른 테마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데, 올해 내가 본 탈린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수명이 50년이 넘은 높이 15m의 큰 나무였고 황금색으로 장식되었다. 

매년 어떤 도시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예뻤는지 투표도 할 정도이니 에스토니아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트리 사랑과 자부심은 알아줘야 할 것 같다.


300여 개의 황금색 오너먼트와 3.7킬로 미터의 전구 장식으로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가 에스토니아에서도 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마음 따뜻한 날임에는 다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예배와 콘서트 등이 각 광장, 교회, 성당에서 행해졌고, 가족들과 함께 스케이트장을 찾고 크리스마스 마켓과 트리 그리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즐기는 것은 우리가 늘 보던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제 '코로나 판데믹'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 세계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부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몸은 멀게 마음만은 가까이'가 아닌 '몸도 마음도 가까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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