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깊은 곳에 작은 온기를 채우다
가끔 느낀다.
날씨란 여러 모습을 가진,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세상의 마음씨가 아닐까
흐린 잿빛의 날씨는
우리를 아프게 하기도 하고
깊이 쳐지게도 만들지만
때로는 운치 있는 감성을 보여준다.
오늘의 날은 따스한 회색,
그 잿빛은 로맨틱한 바람으로 나를 스친다.
물가에 바람이 젖어든
초록잎이 잿빛필터를 머금는다.
구름 진 하늘은
어딘가를 데려다주고픈 마음을 보여준다.
문득,
어느 어린 시절 야영 갔던
산속 풍경이 떠올랐다.
고즈넉한 산속,
흐린 하늘이 구름과 함께 산마루에 걸리고
젖은 공기는 장작 타는 냄새를 안고
설레는 기운을 싣고 왔던.
지금 이 순간도
무엇하나 거슬리지 않는 바람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싼다.
따뜻한 듯 시원한,
자연과 내가 어우러지는 바람
솜처럼 젖어드는 묘한 바람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빛깔은
그 자체로 다채로운 매력이 있나 보다.
우리 모습 또한 그러하겠지.
존재의 부정보다는,
존재 이면의 매력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오후.
어느 오후의 여름 풍경,
계절이 남긴 여운은 영혼 깊은 곳에
작은 온기를 채운다.